º 의미 : 찬 이슬이 내리다 º 오늘 프라이스에서는 : 여름의 풍경이 지나고 완전한 가을 풍경이 펼쳐져요
K-alendar(카-렌다) 절기로운 생활은 우리나라의 24절기를 한국에서 활동하는 여러 크리에이터의 시선으로 소개합니다.
프라이스가 전하는 한로 이야기 : 찬 이슬 맺히는 아침, 가을 풍경이 펼쳐집니다
아침저녁으로 많이 쌀쌀해졌어요! 일교차가 크지만, 낮 동안에는 날씨가 참 선선하고 좋습니다. 찬 이슬이 맺히는 한로에 접어들었어요. 한로에는 본격적으로 가을 풍경이 펼쳐집니다. 여름의 싱그러움이나 온기는 가시고 강수량이 줄어들어 서늘한 공기와 함께 단풍이 깊어지는 시기예요. 🍁 이때에는 국화가 노랗게 물들어 우리나라는 국화전을 지지고 국화술을 담그는 풍습이 있었다고 합니다. 여름을 나던 제비는 따뜻한 남쪽으로 떠나고, 대표적 겨울 철새 기러기가 한반도를 찾는데요! 예로부터 기러기는 계절의 전령이라 하여 한로가 되면 반가운 손님으로 귀히 여겼다고 하네요! 여름을 보내고 가을을 맞는 한로 이야기를 프라이스 아트워크로 만나보세요!
º 의미 : 가을에 들어서다 º 오늘 프라이스에서는 : 풍성한 수확의 계절을 맞아 별을 보며 건강을 기원해요!
K-alendar(카-렌다) 절기로운 생활은 우리나라의 24절기를 한국에서 활동하는 여러 크리에이터의 시선으로 소개합니다.
프라이스가 전하는 추분 이야기 : 낮과 밤의 길이가 또 같아졌다!
가을의 네 번째 절기를 맞습니다. 가을이라는 단어가 참.. 어색하네요. 😂 과거와 똑같은 날씨는 아니지만 우주는 계속해서 돌고 있죠! 낮이 점점 길어지던 춘분을 지나, 밤이 길어지는 계절의 변곡점 추분에 이르렀습니다. 태양과 지구가 180도가 되는 날이죠. 이제 점점 밤이 길어지면서 기온도 낮아지고 점점 추위가 다가올 텐데요! 추분에는 날이 추워지면서 물이 마르고 벌레도 동면을 준비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태풍이 오기도 하는 시기라고도 하는데요, 이번 추분이 들어있는 주말은 비 소식이 있다고 하죠? 시원하게 가을비가 내리고 나면 추석에도 지속되었던 더위가 좀 식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춘분 이야기와 아트워크를 전합니다!
이미지를 오른쪽으로 스크롤 해보세요 ▶
추분점
기하학 일러스트를 통해 천문학적으로 태양이 황경 180도의 추분점을 통과하는 장면을 천구 좌표계로 표현한 프라이스 아트워크를 만나보세요!
K-alendar(카-렌다) 절기로운 생활은 우리나라의 24절기를 한국에서 활동하는 여러 크리에이터의 시선으로 소개합니다.
프라이스가 전하는 백로 이야기 : 제법 밤 공기가 차가운데?
가을의 세 번째 절기를 맞이했습니다. 이름만 들으면 머리속에 흰 새가 한마리 떠오르죠? 하얀 이슬이라는 의미의 백로입니다. 밤 사이 서늘한 기온으로 인해 아침에 풀잎마다 이슬이 맺히기 시작해요. 더위가 순식간에 찾아왔던것 처럼 추위도 갑작스럽게 찾아올 수 있으니 건강관리에 유념합시다! 이 시기를 이르는 한자어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포도순절(葡萄旬節)인데요! 다소 생소하게 느껴져요. 백로부터 추석까지의 기간을 포도가 무르익는 포도순절이라 불렀는데요! 포도가 가장~ 맛있는 때라고 합니다. 포도뿐만 아니라 처서에는? 복숭아, 중복 전까지는 참외를, 말복 전까지 수박을 먹어야 하는 등 철따라 과일의 먹어야 하는 때가 있다고 했어요. 역시 먹을것에 진심인 쩝쩝박사 조상님들! 절기까지 맛으로 느꼈다니 대단합니다. 👍 포도는 예로부터 다산과 풍요, 장생을 의미합니다. 포도순절을 맞아 프라이스가 전하는 아트워크로 백로를 느껴봐요!
이미지를 오른쪽으로 스크롤 해보세요 ▶
포도알마다 풍요와 행복을! 포도순절
포도 알알이 맺힌 깨끗한 이슬이 백로의 기운을 느끼게 합니다. 포도 담은 아트워크로 여러분의 풍요와 행복을 기원합니다!
먼저 ‘우리 자신으로부터의 이야기’라는 슬로건이 인상적인데요. 이게 어떤 의미인지, 이감각이 디자인하고 싶은 한국스러움은 무엇인지 궁금해요.
이감각의 작업은 ‘전통의 현대화’나 ‘전통이 무엇인가?’를 다루기보다는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가깝습니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은 ‘모든 것은 우리안에 있다’였죠. 디자인에 우리 자신에 대한 적극적인 탐색 의지를 담습니다. 우리가 가진 특색이 보다 일상에 가깝고 편하게 존재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시작했어요.
그렇다면 이감각에게 전통은 어떤 의미인가요?
나에게 계속 이어져 내려온 것으로 나를 인식하는 일입니다. 전통은 할머니의 오래된 가구를 엄마가 쓰고 엄마의 젊은 시절 원피스를 내가 입는 것과 아주 다르지 않아요. 누군가 아꼈던 물건들을 통해서. 그걸 물려주는 마음을 통해서. 그들을 헤아리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서. 우리는 누구보다도 자신다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를 인식하는 것은 외부를 통해서가 아니죠. 한국을 이루는 수많은 것들 또한 입에서 입, 손에서 손, 그리고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해져 왔다 생각해요. 우리만의 히스토리가 있는 오브제들을 통해서 한국적인 해학, 소박, 흥을 전하고 싶어요. 더불어 세상에 유일한 나를 사랑하고 즐기는 경험을 전하고 싶습니다.
요즘 한국의 전통에서 디자인 언어를 얻으려는 분들이 많습니다. ‘한국적인 멋’을 탐구 중인 창작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을까요?
한국 고유의 디자인 언어를 딱 하나로 좁혀서 말하긴 힘들지만! 저희가 가장 흥미롭게 보는 요소는 ‘해학’입니다. 유머라고 하죠. 주어진 현실을 과장하거나 비꼬는 게 우리게에 있어요.
유튜브 댓글 창 같은 거 보면 한국 사람들은 말을 되게 웃기게 하잖아요.
슬픔을 웃음으로 승화시키고. 꼬인 걸 풀려고 하고. 풀린 건 꼬면서 놀고.
이런 해학적인 태도가 한국만의 위트인 것 같아요.
해학이 디자인 언어가 된 사례는 어떤 게 있을까요?
도자기에 그린 그림이나 표현 방식이 그래요. 그릇에 점 하나 탁 찍어서 마무리하는 기법 같은 게 그렇죠.
또 하나는 호랑이 그림인데요. 다른 나라는 무섭게 그려요. 두려운 존재로 묘사하는 경우가 많죠. 그런데 우리나라는 맹수를 귀엽게 묘사하거나 우스꽝스럽게 표현햐요.
호랑이를 친근하게 그리는 건 호랑이와 친한 관계를 원했던 게 아닐까요?
호랑이처럼 무서운 대상을 좀 더 쉽게 다룰 수 있는 존재 혹은 허물어진 존재로 여기는 거죠.
이건 한국인이 갖고 있는 기본적인 관계성일 텐데요. 우리는 남을 포용하고 함께 섞인 채 노는 상태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미감도 그런 방향으로 발전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서양처럼 자연과 나를 독립시키려는 태도와는 달라요. 지금까지 얘기했던 점들이 이감각의 제품이나 디자인 스타일에도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이감각이 요즘 푹빠진 한국의 디자인 언어는 무엇인가요?
‘매듭’입니다. 저희는 한국적인 디자인의 맥락이 해학이라 보는데요. 해학을 떠올리면, 농담을 거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얽히는 모습이 떠올라요. 그것을 실을 써서 조형적으로 풀면 실과 실이 꼬인 매듭이 나옵니다.
매듭 자체가 한국문화 특유의 관계성이 반영된 조형 디자인이라고 생각해요. 서양에서는 그냥 도구 내지는 수단이거든요. 끈을 묶어서 뭔가 물건을 만들고 고정을 하는 목적 그 자체만 남는 건데 우리나라는 달라요. 매듭 자료도 많이 남아있고 한국인이라면 매듭의 의미적인 맥락을 볼 수 있지요.
ⓒ이감각
매듭은 재밌어요. 2d인데 3d고 2d가 3d가 된 거라서. 묘한 해학이 생기죠. 완전 평면인데 접으면 입체니까. 이감각이 하고 싶은 디자인. 이감각이니까 할 수 있는 디자인 이야기가 생기는 거죠. 평면인데 자수를 넣고 엮고 접고 하면서 얘기가 생기고. 그 면과 면 사이에 또 다른 관계성이 생기는 것. 그런 게 좋습니다. 실 뿐만 아니라 흙이나 실리콘 등 다양한 소재로 매듭 디자인을 만드는데 도전하고 있어요!
특히 패브릭 소재 매듭은 사람손을 타는 디테일인데요. 공임 과정에서 매듭을 전담해주실 협업파트너의 존재가 정말 소중합니다. 저희가 그동안 매듭에 매달리면서 이걸 전담해주실 수 있는 장인분을 만나고 있고, 앞으로도 그 덕을 많이 볼 거 같아요. 원하는 디테일을 만들기 위한 파트너를 만나는 건 정말 중요합니다.
º 의미 : 더위가 멈추는 날 º 오늘 프라이스에서는 : 올해 처서 매직 발동이 조금 느린 것 같기도?
K-alendar(카-렌다) 절기로운 생활은 우리나라의 24절기를 한국에서 활동하는 여러 크리에이터의 시선으로 소개합니다.
프라이스가 전하는 처서 이야기 : 모두 외쳐, 확신의 처서!
몇 년간 밈으로 확산되어 이 시기만 되면 떠오르는 단어가 있죠? OH 처 서 매 직 OH! 오늘은 열네 번째 절기 처서입니다. 가을의 두 번째 절기이기도 해요. 아주 익숙하고 유명한 절기 외에, 사람들이 꼭 기억하고 기다리는 절기가 바로 처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처서는 그 이름부터 아주 믿음직합니다. ‘머무르다, 멈추다’ 라는 의미 처處와 더울 서暑를 써 ‘더위가 멈춘다’는 의미를 가져요! 처서에는 왜 기온이 내려갈까요? 우리나라에 드는 태양복사 에너지의 양이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기온도 낮아지는데요, 올여름은 조금 다릅니다. 연일 계속되는 비에 덥고 습한 공기가 꽉 차있어요. 뜨거운 남서풍도 지속적으로 유입되면서 태양 에너지가 줄어들더라도 더위는 지속된다고 합니다. 😥 하지만 모든건 시간문제! 마법 발동이 조금 느린 것일 뿐 곧 선선한 공기를 맞을 수 있겠죠! 모두 함께 기다려봐요!
이미지를 오른쪽으로 스크롤 해보세요 ▶
왜 아직 더운건데? 처서 매직만 기다렸다!
처서만 믿고 기다렸는데 이상하게 아직도 더워요. 올해 마법은 조금 늦을 수도 있다고들 하죠? 프라이스 아트워크와 함께 기다려봐요!
º 의미 : 가을이 시작되는 절기 º 오늘 프라이스에서는 : 입추지만 삼복더위는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K-alendar(카-렌다) 절기로운 생활은 우리나라의 24절기를 한국에서 활동하는 여러 크리에이터의 시선으로 소개합니다.
프라이스가 전하는 입추 이야기 : 어쨌든 가을이 시작되긴 했지!
열세 번째 절기가 시작되었습니다. 바로 바로~여름, 여름, 여름!!이 지나고 드디어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입추가 되었어요! 가을이 시작되면 우리가 생각하는 선선한 바람과 맑은 하늘이 펼쳐져야 하는데 더위는 여전합니다. (어리둥절) 심지어 갑작스러운 폭우까지 내리는 등 도저히 종잡을 수 없는 날씨가 지속되는 요즘인데요. 😥 그래도 시간은 흐르고 계절은 바뀝니다! 어쨌든 입추니까요. 가을이 시작은 된 거니까! 각자의 일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새 파란 가을 하늘을 마주하게 될 거예요. 그리고 철 맞은 전어와 대하도 우리를 기다리고 있죠! 완연한 가을날을 기다리며 프라이스가 전하는 입추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이미지를 오른쪽으로 스크롤 해보세요 ▶
가을 시작!
가을 하면 떠오르는 몇 가지가 있는데요, 가장 상징적인 것이라면 역시 단풍이겠죠? 은행나무가 노랗게 물들 날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무더운 여름을 보내고 가을을 맞이하며 프라이스가 준비한 아트워크로 배경 화면도 새롭게 단장해 봐요!
º 의미 : 더위가 가장 심한 여름의 마지막 절기 º 오늘 프라이스에서는 : 무슨 더위가 이렇게 많아! 그래도..울지마!
K-alendar(카-렌다) 절기로운 생활은 우리나라의 24절기를 한국에서 활동하는 여러 크리에이터의 시선으로 소개합니다.
프라이스가 전하는 대서 이야기 : 무더위, 된더위, 불볕더위, 찜통더위!!
열두 번째 절기 소서입니다! 소서에 이어 큰 대大를 쓰는 큰 더위입니다. 대서는 24절기 중 딱 절반에 이른 여름의 마지막 절기예요. 날씨도 무심하시지, 마지막이라고 비와 폭염을 한꺼번에 내려주네요. 😓 우리나라에는 더위를 표현하는 말이 참 많은데요, 요즘같이 푹푹 찌고 습한 더위를 ‘찜통더위’라고 하고, ‘무더위’라고도 합니다. 물+더위를 의미해요. 반대로 습도는 덜하지만 심한 더위는 ‘된더위’라고 하고요, 더 심하면? ‘한더위’라고 해요. ‘한여름’의 그 한이요! 햇볕만 내리쬐는 ‘강더위’와 ‘불볕더위’도 우리를 지치게 하는 날씨죠. 왠지 단어를 늘어놓기만 했는데도 그 더위가 잠깐 느껴지는 것 같은 건 기분 탓이겠죠? 곧 입추가 찾아옵니다. 프라이스가 전하는 아트워크와 함께 남은 여름도 건강하게 잘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이미지를 오른쪽으로 스크롤 해보세요 ▶
덥다 더워! 무덥고 습해도 미소를 잃지마
불쾌지수가 높아지고 짜증이 많아지는 더운 여름. 하지만 모든건 곧 지나가요! 건강한 마음으로 여름을 보내시길 바라면서 이번 아트워크를 전합니다.
1980년대 이전에 한지가 가장 많이 사용된 분야는 건축 자재 분야였어요. 장판지, 벽지 수요가 많았죠. 병풍이나 족자처럼 표구 분야 수요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건축 자재는 기계로 만든 종이와 PVC 장판으로 대체되고, 표구는 액자로 대체됐죠. 한지의 역할이 대체되니, 쓰임새 역시 점점 줄고 있습니다.
그렇다. PVC 노란 장판의 원조는 한지 장판. 한지 장판 색이 누리끼리했던 이유는 장판용 미색 한지에 여러 번 기름을 칠하고 경년변화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서울역사박물관
오늘날 생산 중인 장판용 한지. 한지장판은 여러 장의 한지를 붙이고, 천연 콩기름을 침투시킨 뒤 옻칠을 더한다. ⓒ천양피앤비
03. 연구, 디자인, 도전
혹시 뜻밖의 산업 군에서 한지를 써보겠다는 제안이 있나요?
최근 자동차 업계에서 연구 제안이 들어왔어요. 한지를 차량 내부 인테리어에 사용하고 싶은데, 같이 고민해달라는 의뢰였죠. 자동차에 종이를 쓰는 것이 자칫 불가능해 보였지만 한지라면 다르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또 오늘날 한지를 새롭게 쓸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해서 협업에 나섰습니다.
동양한지에서 차량 인테리어용으로 개발한 샘플 종이. 국내 완성차 그룹 계열사에서 의뢰했다. 직접 만져보니 다른 한지보다 질기고 튼튼하다. ⓒfrice
자동차 업계에서 요구하는 스펙에 맞출 수 있었나요? 한지는 수공예품이라 제작이 까다로웠을 것으로 짐작합니다.
결과부터 말씀드리자면, 차량 인테리어용 한지는 실패했어요. 양산(대량 생산)이 어렵습니다. 튼튼한 한지를 만들더라도 균일한 품질을 내기 힘들었어요. 그리고 높은 열을 가하거나 200톤에 달하는 압착기로 한지를 누르는 실험을 거쳤는데, 양산용 자동차에 적용되는 극한 테스트는 한지도 견딜 수 없었어요.
지금은 공예가 선생님이 모터쇼에 출품할 콘셉트카에 직접 설치하는 수준이 최선이죠. 그래도 이런 시도 자체가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지의 현대적인 쓸모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다양한 산업 군에 있다는 것을 더 많은 분들이 알아주셨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기억나는 다른 한지 연구 프로젝트가 있으신가요?
종로 물나무 사진관과 손잡고 ‘사진 인화용 한지’ 개발을 마쳤습니다. 저희는 ‘인쇄용 도침 한지’라 부르는데요. 성분은 국산닥 100%. 종이 분류 기준으로는 *2합 순지입니다. 한지에 디지털 사진을 인화하려는 디자인 프로젝트였습니다. 기존 한지를 프린트기에 걸면 종이 섬유질이 굵은 탓인지 한지가 기계에 걸리거나 구겨지는 문제가 있었어요.
*2합(이합)순지 : 얇은 홑겹의 순지를 두 장으로 합하여 만든 종이
인쇄용 도침 한지에 인화한 인물초상사진. ⓒfrice
‘도침’이라는 한지 제작 공정이 있어요. 종이를 두드려서 표면을 고르게 만드는 일인데, 도침을 강화하며 문제를 해결했죠. 이 종이는 미색 한지의 색감을 깊이 있게 유지하는 방향으로 개선을 시도 중입니다.
한지도 샘플북이 있을까요? 디자이너에게 종이 샘플북의 존재는 소중합니다.
있습니다.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KCDF) 산하 홍보관에서 만든 ‘한지 미리보기 책’이 대표적입니다. 몇몇 종이 업체도 생산 가능한 한지들을 묶어 샘플북을 내고, 색이 들어간 색한지를 모아 색깔을 구분하기 위해 샘플북을 만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또한 기계지 샘플북과는 다릅니다. 훗날 샘플북에 있는 한지가 다 떨어져, 그 종이를 비슷하게 만들더라도 결과적으로 비슷하지 않은 종이가 나오거든요. 컬러 팔레트를 찍어 오차 없이 디자인을 보려는 기계지 샘플북과 다릅니다. 제 생각에 한지 샘플북은 역사적인 기록물에 가깝다 봐요.
북촌 한지가헌에서 제작한 ‘한지 미리보기 책’. 국내 18개 공방의 400여 종 한지를 소개하는 책자. 문화재용, 인쇄용, 공예용, 서화용, 인테리어용 등 용도별로 한지를 분류해, 종이에 얽힌 정보를 제공한다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04. 한지의 내일은?
한지가 요즘 위기라 들었습니다. 한지 업계가 마주한 가장 중요한 문제는 무엇이라 보십니까?
유통자 입장에서 말씀드리자면, 한지의 다양성이 줄어드는 게 가장 시급한 문제입니다. 한지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이 줄고, 종이 수요 자체도 줄어서 생산도 나란히 줄어드는 상황이죠. 예컨대 색한지(色韓紙)는 전국 각 지역에서 모읍니다. 지역별 한지는 염료의 숙성과 건조에 따라 미세한 차이가 나는데요. 이것은 전통한지의 특색이기도 해서 일부러 가게에 질 좋은 물건을 모아두려 해요.
ⓒfrice
전국 각지의 장인들이 꾸준히 생산을 하셔야 다양한 색을 지닌 한지가 나오는데 그렇지 못해서 큰 고민입니다. 인기 있는 색은 계속 만들어지더라도, 중간을 받쳐줄 색이 줄어드니 결과적으로 한지의 컬러 스펙트럼이 줄어드는 거죠.
또 다른 문제는 수입 한지들을 선별하는 일인데요. 수입 한지의 재료 원산지나 생산지역을 추적하기 쉽지 않은 것 또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한지 품질 관리는 앞서 언급한 다양성 문제만큼이나 중요한 문제입니다. 국내에서 만든 것도 표준을 만드는 게 어려웠는데, 해외에서 만든 것은 관리가 더 어렵죠.
한지의 표준이나 품질관리 기준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한지 품질 표시제’라는 게 있습니다. 한지 생산자, 제조 방식, 재료 원산지 등의 제반 사항을 표기하는데요. 한지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추진된 제도입니다. 한지를 사용하는 구매자에게 한지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전통한지가 그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만들었어요.
취지는 좋은데, 이를 검증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이 모자랍니다. 만약 한지 생산처에서 사정이 생겨 표기된 정보를 지키지 못한다고 해도, 처벌이나 불이익을 주는 게 아니니까요. 그리고 한지는 제작 과정에서 수많은 공정을 거치는데, 이 중 한 부분만 헐거워도 품질 격차가 나타나요. 사람이 만드는 종이라서 결국 편차가 나타납니다. 아쉽지만 유명무실한 제도가 됐지요.
ⓒfrice
‘한지를 외국에서 싸게 들여오는 건 어떨까?’ ‘한국 전통과 한지의 우수성을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자!’ 이런 고민으로는 한지가 점점 뒤처질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한지는 지금 실제로 위태롭습니다. 특히 삼국시대 때부터 이어진 전통한지가 지금은 후계자가 없어서, 각 지역의 장인이 돌아가시면서, 지역의 전통한지 생산이 끊어지는 곳이 많습니다.
전통이 단절되는 것도 큰 문제군요.
한국은 ‘전통’이라는 화두가 ‘옛 것의 계승’과 연관됩니다. 그 어느 나라보다 변화가 빠르지만, 전통이나 전통의 순서를 건드리는 일만큼은 변화가 더디죠. 제 생각에 한국에서 ‘전통’과 ‘보존’이라는 개념을, 많은 분들이 같은 맥락으로 인식합니다. 저는 두 개념이 서로 다르다고 생각해요.
동양한지에서 자체 개발한 염색 옻칠 한지 ⓒfrice
전통은 시대적 요구에 따라 변화되는 것입니다. 한지의 전통은 ‘닥나무 섬유로 만든 종이’라는 범주 안에서 시대의 요구에 맞춰 변화합니다. 보존은 문화재 보존용 한지나 전통한지 제작 기법처럼 ‘지켜야 할 옛 것’에 필요한 개념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오랜 세월 계승된 옛 것이 보존을 벗어나면, ‘그것은 전통이 아니다’라며 배척 받는 게 현실입니다. 보존이라는 명분이 전통을 막는 셈이죠.
“옛 것을 고스란히 유지하는 건 계승이지 전통이 아니다.” 라는, 예전에 들었던 어느 지식인의 말씀이 기억나네요.
해외 사례 중 참고할 만한 게 있을까요?
해외 출장 때 만난 화지(일본 전통 종이) 관계자의 말씀입니다.
“원료가 국산인지 수입산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현시대에 사용될 수 있는 종이를 만들어 잊히지 않게 만드는 게 중요하죠. 옛날 방식으로 자국 전통 종이를 만드는 것은 계승되어야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현대에도 사용될 수 있는 종이를 만드는 것이 아닐까요?”
옻칠한지를 포갠 모습 ⓒfrice
옻칠한지는 종이 표면에 가죽을 보는 듯한 거친 질감이 드리운다. ⓒfrice
저는 이 말씀이 한지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도 부합한다고 봐요. 혁신적인 제작시도나 제조공정의 현대화 같은 건 존중받아야겠지요. 해외 전통 종이 관계자분들은 저에게 “한지에 옻칠을 하는 건 좋은데, 왜 피부에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성분을 빼지 않느냐?”는 피드백을 전해주셨어요. 옻칠한지에 쓰는 원료는 옻나무에서 추출한 걸 그대로 칠하거든요. 실제로 한국에서 전통 옻을 다루는 분들은 팔이 거북이 등껍질처럼 갈라져 있어요. 옻의 독한 성분 때문이죠.
‘옻의 특정 성분을 분리하면 그것은 정말로 전통에서 멀어지는 것인가?’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현대화 과정에서 전통의 개념이나 전통을 규정하는 관점은 여러가지가 뒤섞이는 것 같아요.
밝은 조명 아래에서 한지의 질감은 도욱 도드라진다.ⓒfrice
한지의 대중화를 위해 어떤 것을 해볼 수 있을까요?
유통자 입장에서 퍼포먼스를 대안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일종의 쇼 엔터테인먼트를 제안하고 싶네요.
인사동 거리를 지나다니면, 서예나 악기 연주하는 분이 계시죠. 꿀타래 가게 사장님도 타래를 두 배 네 배 늘어뜨리며 지나가는 사람에게 볼거리를 만드시거든요. 한지는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런 퍼포먼스가 거의 없었어요. 한지에 사람들의 감각을 사로잡는 특별한 물성이 없진 않거든요. 앞으로는 한지를 이용한 예능적인 퍼포먼스가 중요할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인사동에서 한지를 뜨고 그걸 대중 앞에서 보여주는 겁니다. 30여 년 전, 동양한지가 종로 견지동에 있을 때 매장 안에서 한지를 만든 적이 있습니다. 공중파 방송국에서도 촬영을 왔었고. 거리를 다니시던 분들이 한지에 관심이 생겨 문의도 많이 주셨어요. 한지가 건조될 때까지 기다리다 종이를 사 가셨던 손님들이 있었습니다.
다양한 컬러와 기법이 적용된 한지의 변화는 무궁무진하다. ⓒfrice
생산자에게 보조금을 지원하거나 관광지에 체험형 전시공간을 따로 운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지를 좀 더 대중적인 곳에서 재미있게 퍼포먼스를 하는 일도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지자체나 공공기관에서 한지산업을 위한 지원사업을 추진하신다면! 생산자나 유통자가 문화 진흥 프로젝트를 직접 만들 수 있게 지원을 하거나, 대중적인 공간에서 감각적인 퍼포먼스를 만들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을 개선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동양한지는 국산 한지를 지키고 싶어요. 1968년부터 대대로 인사동을 지킨 전문가로서, 앞으로도 국내 생산 업체와 상생하려고 합니다. 한지를 디자인에 활용하는 분들도 국산 한지를 위주로 사용해 주시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 2부 인터뷰는 한지의 오늘을 업계 전문가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시간이었어요. 한지를 만드는 사람, 한지를 쓰려는 사람 모두 고민이 많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럼에도 한지를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의 노력이 인상적입니다. 특히 자동차 인테리어 소재 연구나 사진 인화용 한지개발은 디자이너의 의지가 느껴지는 시도여서 눈길을 끄네요. 여러분은 한지의 내일을 어떻게 예상하시나요?
º 의미 : 작은 여름으로 무더위의 시작을 의미 º 오늘 프라이스에서는 : 제철과일이 풍성할 때!
K-alendar(카-렌다) 절기로운 생활은 우리나라의 24절기를 한국에서 활동하는 여러 크리에이터의 시선으로 소개합니다.
프라이스가 전하는 소서 이야기 : 제철 과일, 채소가 풍성해요 얼른 먹자!
열한 번째 절기 소서입니다! 작을 소, 더울 서를 써서 ‘작은 더위’라는 의미를 가지는데요. 작다고 해서 방심은 금물! 더위는 시작일지 몰라도 내내 걸쳐있는 장마전선으로 습도가 높아져요. 이쯤되면 인간도 물에서 숨쉬는것이나 마찬가지인건 아닐까요…? 날씨가 더워지면 입맛이 떨어지고 몸이 지치죠. 걱정마세요. 농작물의 생육환경이 최고인 이 때, 채소와 과일이 풍성하고 맛있거든요! 상큼한 복숭아, 아삭하고 시원한 참외도 얼른 먹어야죠. 추수한 밀을 먹기 시작했던 절기이기도 한 소서에는 각종 채소를 듬뿍 넣은 국수나 수제비, 제철 생선인 민어를 사용한 보양식 등 떨어진 입맛도 얼른 돌아오게 만드는 맛있는 음식이 많답니다. 혹시라도 요즘 기운이 없다면, 지금 나오는 신선하고 건강한 제철 과일로 회복해보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