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 프라이스예요 😎
지난 서디페 현장에 참 많은 분이 방문해 주셨어요. 👍👍
프라이스는 브랜드 이름을 주제로 볶음밥에 진심인 부스를 운영했는데요! 🤘
프라이스 디자이너가 맛있게 볶아둔 한국인이 사랑한 볶음밥 키링부터 직접 재료를 골라 나만의 볶음밥 키링 만들기까지! 프라이스 부스에서의 경험이 즐거우셨기를 바랍니다!
서울디자인페스티벌 을 마무리하며 미공개 사진과 소소한 에피소드를 담은 후일담을 가져왔어요! 과연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요?
안녕! 프라이스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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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스는 브랜드 이름을 주제로 볶음밥에 진심인 부스를 운영했는데요! 🤘
프라이스 디자이너가 맛있게 볶아둔 한국인이 사랑한 볶음밥 키링부터 직접 재료를 골라 나만의 볶음밥 키링 만들기까지! 프라이스 부스에서의 경험이 즐거우셨기를 바랍니다!
서울디자인페스티벌 을 마무리하며 미공개 사진과 소소한 에피소드를 담은 후일담을 가져왔어요! 과연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요?
프라이스는 SDF2024에서 브랜드 이름을 주제로 전시에 참여하여 볶음밥 키링을 선보였어요. 한국인이 사랑하는 볶음밥 키링부터 재료를 골라 나만의 볶음밥 키링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볶음밥 키링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요?
우리가 사랑한 볶음밥
마더그라운드는 디자인에 자연환경이나 도시의 풍경을 반영합니다. 특히 지역색을 반영한 아트워크 일러스트를 활용한 제품들이 인상적인데요.
마더그라운드는 전국을 돌며 보부스토어라는 이름으로 팝업스토어를 열고 있어요.
조선시대 보부상에게 영감을 얻은 기획이죠. 주력 제품은 스니커즈, 티셔츠, 양말인데요. 팝업스토어 출장 일정에 맞춰 한정판을 만듭니다.
예컨대 대전에서는 ’93 엑스포’, 그 중에서도 ‘한빛탑’ 대구는 ‘섬유의 도시’라는 이미지를 떠올려요. 울산 팝업스토어는 ‘수출의 도시’라는 로컬 스토리에서 아트워크를 시작했어요. 공업도시 울산의 이미지를 표현했습니다.
“우리 지역의 핵심을 잘 표현했나?” 맥락을 파악하기 위해 애 많이 썼구나!”
디자인에서 그런 인상을 받을 때 그 지역 분들도, 지역을 방문하는 소비자분들도 더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누룩, 밤, 된장. 한글 이름도 흥미로웠어요. 다른 패션 브랜드와 비교해 보면 디자인에 한국적인 소재를 즐겨 쓴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국 사람인 내가, 나다움을 찾아서 무언가 만들고 브랜드를 위해 무언가를 모으는 과정에서 한국적인 소재가 자연스럽게 디자인으로 모였습니다.
콘셉트가 아니라 익숙한 것을 연상하며서 정해요. 귤이 떠오르면 귤. 색이 누룩처럼 보이면 누룩이라 이름 짓는 식이죠. 의도라기 보다는 무의식에 가까운 디자인 요소입니다.
대표 디자이너가 인상적으로 기억하는 로컬 굿즈 디자인 사례 4가지
36th 보부스토어, 울산광역시
울산은 조선업이나 자동차업계 종사자가 많아요. 그 분들이 주인공인 울산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자동차가 큰 선박에 실려 해외로 나가는 전형적인 이미지를 상상하고, 그걸 귀여운 일러스트로 그려 티셔츠를 만들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아트워크를 재밌게 보시고 구매해주셨어요. 울산시민분들이 ‘수출의 도시’라는 이미지에 자긍심을 느끼신다는 인상입니다.
45th, 49th 보부스토어, 도보마포 페스티벌
학창 시절부터 머물렀던 서울 마포구! 로컬 큐레이터 ‘도보마포’와 작은 지역 축제를 열었었어요. 가볼 만한 곳을 수집하고 그곳의 인상적인 풍경을 주제로 아트워크를 그려 지도, 티셔츠, 양말을 만들었습니다. 앞으로 마포의 특별한 공간을 주제로 매달 양말을 만들려 해요! 최근 연남동에 ‘보보스토어’라는 이름으로 상설 매장을 열었거든요. 방 한 켠에 여태까지 만든 아트워크를 전시중이니 언제든 편히 방문해 주세요!
19th 보부스토어, 제주 서귀포
제주하면 생각나는 ‘감귤’, 그리고 제주 동쪽의 자랑 ‘비자림’의 컬러를 담았습니다. 스티커즈와 티셔츠, 모자, 반바지 등으로 단일한 컬렉션을 구성했습니다. ‘플레이스 캠프’라는 호텔 겸 스토어에서 연 팝업인데요. 관광객은 제주를 추억하기 위한 기념품으로, 제주도민분들은 내가 사는 지역을 잘 표현했기 때문에 구매했다 말씀하셨어요. 제주 컬렉션을 각자 다른 이유로 소장하는 게 인상적입니다.
40th, 53th 보부스토어, 경기도 고양~일산
고양~일산에서만 팝업스토어를 3번 열었습니다. 처음에는 지역 랜드마크인 호스공원을 아트워크로 만들었는데요. 최신 굿즈는 가벼운 마음으로 접근했어요. 고양에서 고양이를, 일산은 1과 山(뫼 산)을 더하는 식인데 호응이 좋았습니다. 상품과 아트워크로 던진 유머였는데, 제작의도를 설명하다보면 고객과의 거리가 부쩍 좁혀지는 느낌이 들어요.
한국적인 정서를 담은 소나무 그림을 일관성 있게 창작하시는 게 인상적인데요. 여기에 어떤 이야기가 실려있을지 궁금합니다
저는 본명의 중간 글자인 ‘수(受)’와 기록할 ‘록(錄)’을 따서 ‘수록’이라는 작가명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나무는 그냥 좋아서 그려요. 그 중 소나무는 사계절 내내 푸른 침엽수여서 특히 좋아합니다. 그래서 소나무를 주제로 전시를 기획했었어요.
이사무 노구치가 만든 아카리(AKARI) 조명을 좋아하는데요, 한옥 전시 공간에 조명장치가 필요해서 그 제품을 찾았는데 아쉽게도 원하는 디자인을 찾을 수 없었어요. 대체품을 들여놓고 고민했는데 내친김에 종이 위에 직접 수묵화를 그렸어요. 만들고 보니 참 아름다웠죠.
상업적인 작품은 지양하는 입장이라 직접 디자인 제품을 만들 생각은 크게 없지만, 그래도 기회가 된다면 한지로 조명을 만드는 분과 협업을 해보고 싶어요.
작가님은 수묵화의 매력이 무엇이라 생각하세요?
무게감 있는 그림을 그릴 수 있어요. 먹과 종이라는 재료만으로도 소박하면서 정적인 멋을 표현할 수 있죠. 그리고 저는 옛것이 멋지다고 생각합니다. 온고지신(溫故知新)이라는 말을 좋아해요.
요즘에는 동양화 물감인 안채를 써서 유색 회화를 그려보는데요. 여기서도 아름다움을 느낍니다. 풀을 쑤고 화판에 배접을 하고 수묵화를 그리는 일 전체가 저 스스로를 다스리는 일이기도 해서 계속 그림을 그리고 있어요.
시끄러운 마음이 평화롭고 고요해지길 원해서 그립니다.
인쇄소 긷 최민영 디자이너
서울 창덕궁 담벼락 옆 작은 마을, 원서동. 볕이 잘 드는 한옥 안에서 새까만 쇳덩어리가 움직인다. 납작한 활판을 새하얀 종이 위로 꾹 눌러 멋진 그래픽이 새기는 곳. 인쇄소 ‘긷’은 백 년 묵은 기계식 활판인쇄기와 한지를 조합하는 인쇄디자인 스튜디오다. 최민영 대표 디자이너를 만나 근대적 인쇄기술을 시각 디자인에 응용하게 된 이유를 물었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인쇄 디자이너 최민영입니다. 한지와 활판인쇄기를 활용하는 인쇄물 작업에 관심이 많습니다. 원서동 빨래터 근처 한옥에서 디자인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어요.
저는 사진을 전공했고 2000년대 후반까지 영화 스틸 작업을 했습니다. 디자이너 업무는 2011년에 종로 물나무사진관에 입사하며 맡게 됐어요. 재직 중에는 사진 인화용 한지를 개발하는데 참여하거나 문화 재단과 협업하는 디자인 프로젝트를 맡았었죠.
‘긷’이라는 스튜디오 이름이 독특합니다.
긷은 ‘기둥’을 일컫던 옛말입니다. 나무가 자랄 때 대지에서 출발하잖아요. 중력을 거스르면서 생명력 있게 자라나는 모습들을 보면서 기둥을 떠올렸어요. 우리가 생활을 의식주로 구분할 때, 저는 주(宙)가 제일 마지막에 발현된 문화라고 생각하는데요. 기둥이야말로 집의 기본이자, 지붕을 떠받들며 사는 사람들을 지켜주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긷 같은 인쇄물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TALK1. 활판인쇄술과 계절력
2018년에 독립해서 디자인 스튜디오를 차렸어요. 한지를 이용해서 한국적인 멋을 가진 인쇄물을 만들어보고 싶었거든요. 백 년 넘은 미국산 활판인쇄기도 그때 만났습니다. 청담동 앤티크 숍에서 발견했는데 수리와 개조를 마치니 멀쩡했어요. 활판인쇄기에 한지를 끼워 넣으니 그 위에 담기는 아트워크가 참 예뻤어요. 활판의 양각으로 한지를 꾹 누르면, 납작 눌린 자리에 남은 글씨나 그림이 묵직한 분위기를 내죠.
인쇄소 긷의 대표 디자인은 ‘계절력’입니다. 왜 만들기 시작하셨나요?
계절력은 2017년부터 만들기 시작했어요. 기존 달력처럼 날짜를 세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계절을 감각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태양력은 현대 사회의 기본 약속이잖아요. 원래 태음력으로 일 년을 바라봤던 우리가 절기와 풍속을 잊지 않길 바라며 만들어봤어요.
계절을 기준으로 시간의 시작과 끝맺음을 이야기하는 것도 중요했어요. 계절을 기준으로 시간을 나누다 보니까 24절기가 자연스럽게 들어왔네요. 물나무 사진관 시절부터 만들었는데, 독립하고 나서도 꾸준히 만들고 있어요.
절기나 계절은 자연을 구분하는 개념일 텐데요. 「자연은 계속 흐른다. 그 속에서 우리 같이 어우러져서 잘 살아보자!」 라는 생각으로 달력을 만들고 있습니다. 자연과 더불어 잘 살고 싶은 마음은 우리에게 언제든 있다고 봐요. 2024년은 먹색 잉크로 날짜 표현을 하면서 ‘달의 변화’, ’24절기’, ‘대표 공휴일 표시’에 집중했어요.
해마다 조금씩 다른 디자인을 시도하고 계시죠?
네. 한때 공휴일을 붉은색으로 새기는 작업을 시도했는데 그건 딱 한 해만 했어요. 지금은 공휴일 숫자 위에 점을 찍는 것으로 디자인을 바꿨습니다.(웃음) 활판인쇄기에서 만든 인쇄물은 기계 특성에서 오는 한계가 있어요. 가장 많이 쓸 색을 먼저 깔고 그 위에 새로운 색을 덧발라야 합니다. 기계 특성상 종이에 여러 색을 동시에 새길 수 없어서 작업을 따로 진행해요.
여러 색채를 쓰려면, 일단 먹색 부분을 한 번 다 찍어내고 나서야 다른 색을 덧바를 수 있어요. 만약 평일 표시는 먹색, 공휴일을 표시는 붉은색을 쓴다면. 우선 먹색 인쇄작업을 미리 마쳐야 해요. 붉은색 전용 활판과 붉은색 잉크를 갈아 끼워서 동일한 인쇄 작업을 처음부터 다시 반복합니다. 색을 여러 개 쓰려면 수고가 이만저만이 아니죠.
먹색과 붉은색을 동시에 찍어냈을 때, 종이 위에서 의도와 다르게 인쇄물이 틀어지는 경우가 많아요. 작업을 하는 시간도 굉장히 오래 걸리고요. 만들면서 잃는 부분이 너무 많이 생기다 보니 지금은 달력에 먹색만 활용하고 있습니다. 컬러는 달력을 거는 실이나 포장지처럼 부속품에 따로 쓰고 있어요.
종이는 대부분 한지를 쓰고 계시죠. 이유가 궁금합니다.
흰색과 여백이 가장 잘 표현되는 종이여서 씁니다. 한지는 언뜻 보기에 비어 있지만, 무언가 차 있는 느낌이 들어요. 그게 참 좋습니다. 제가 하는 디자인 작업들이 제일 잘 표현될 수 있는 게 ‘한지’라는 물성을 살릴 때인듯해요. ‘활판 인쇄’라는 표현법이 한지와 제법 잘 어울리고요. 활판인쇄뿐만 아니라 한지를 활용한 디지털 인쇄작업도 맡고 있습니다.
다른 종이는 어떤 식으로 쓰시나요?
한지가 아닌 종이로는 문켄디자인 종이를 제일 많이 써요. 러프하면서 깔끔한 느낌을 주는 것 같습니다. 양피지 질감이 나는 쉽스킨도 가끔 즐겨 써요. 기본 세팅은 까끌까끌한 느낌이 드는 종이를 많이 채택하는 편인데, 디자인 주제에 맞춰 응용하는 편입니다.
한지가 디자인의 기준이다 보니, 한지와 잘 어우러질 종이를 선택해서 쓰고 있습니다.
혹시 새롭게 준비 중인 디자인 상품이 있나요?
수 년째 구상만 했지, 행동으로 옮기기가 쉽지가 않네요.(웃음)
불규칙한 텍스처를 갖고 있는 한지로 캐주얼한 봉투를 만들어 쓰임새를 주고 싶다는 생각은 오래전부터 했어요. 편지를 담거나 용돈을 담는 봉투라면, 선물 교환할 때 쓰지 않을까 싶어요.
계절력을 조금 더 작은 사이즈로 한번 만들어보고 싶다는 마음도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월(月)력으로 바뀔 듯하고. 탁상용 캘린더가 된다면, 한지에 직접 펜을 들고 메모를 하는 경험을 디자인하고 싶어요. 요즘 들어 사람들이 한지에 글을 써보는 경험이 많이 없어서. 잘 연출한다면 색다를 것 같아요.
TALK2. 한국적인 미감을 새기는 일
종이 위에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새기는 ‘긷’이 생각하는 한국적인 미감에 대해 더 자세히 듣고 싶어요.
한국 사람들이 오늘날 서양식 문화를 소비해도, 사유하는 방법은 동양의 전통에 뿌리내리고 있어요.
거기서 한국적인 사유를 발견해서 응용한다면, 같은 시대를 살아가더라도 굉장히 다른 관점의 해석을 낳을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런 과정을 거쳐 한국적인 미감이 나타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오늘’에 고착되는 개념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가 세상을 사는 방식이 달라질 때마다 다른 형태로 발현되는거죠.
저는 자연이 봄.여름.가을.겨울로 나뉘어 바뀌는 걸 아름답다 느끼는 사람이고, 한국의 아름다움은 담백함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식으로 개인적인 생각을 하나 하나를 모으면, 한국적인 디자인이라는 게 어느새 자연스럽게 배어나오지 않을까 싶어요. 저는 ‘미감(美感)’이라는 한자어가 디자인이라는 외래어의 번역으로써 부분적으로 적합하다고 봐요.
그리고 저는 한국적인 미감이 시각적인 것보다 정신적인 것에서 강한 영향을 받는다고 봅니다. 예컨대 한지는 그 자체로 예쁘지만, 많은 사람들은 학습을 통해 한지가 수준 높은 종이라는 걸 알고 아름답다 말해요. 어떤 사람은 우리나라가 인쇄 종주국이라는 맥락을 알아요. 그런 분들이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더 예민하게 느끼실 듯합니다.
디자인이라는 개념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우리가 바라보는 대상을 남들한테 특별하게 인식시키려는 의지가 생겨요. 혹은 대상을 특별하게 인식해야 될 거라 믿게 됩니다. 사물이나 생활양식을 이데올로기화시키는 셈이죠.
민영님으로부터 가장 자연스럽게 배어 나온 한국적인 미감은 무엇인가요?
가느다란 줄에 무언가를 매달고 싶어 하는 마음이 제게 있어요. 무언가를 프레임에 딱 가둬놓는 것보다 자연스럽게 내버려두는 걸 좋아하나 봐요. 종이 한 장 그 자체는 바람에 흔들리고 약해 보여도. 그 한 장이 바람도 타고 살랑살랑 움직이며 버티는 모습이 예쁘거든요. 줄에 매달린 한지를 바라보면 거기에 빛도 배어들어요. 날씨에 따라 빛에 따라 같은 게 다르게 보이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나는 이번 작업물을 진짜 한국적으로 꾸며야지!」 라는 결심을 갖고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만드는 사람은 사실 거의 없다고 봐요. 살아오면서 본 것, 사적인 취향 같은 게 어쩔 수 없이 한 방향으로 기우는 게 아닐까요? 저는 전통의 이해와 현대 생활 양식의 파악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전통에서 무언가를 길어 올려 거기에 현대적인 쓰임새를 만드는 일. 제가 안고 있는 고민입니다. 같은 고민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반가울 거 같네요.(웃음)
TALK3. 활판인쇄물 디자인 프로세스
작업을 곁에서 지켜보니 전통과 현대를 넘나드는 작업이 예상됩니다. 실제로는 어떠신가요?
근대적인 활판인쇄술만 고집하진 않아요. 만약 전통적인 방식을 따른다면, 납판에 직접 글자 조판까지 해낼 텐데요. 저는 납이 아니라 아연 판을 쓰고 있고, 컴퓨터 일러스트 작업을 곁들여 따로 활판을 만들고 있어요.
근대 활판인쇄술은 보통 납판을 썼는데, 납은 잘 알려져 있듯 인체에 해로운 금속이라 아연으로 대체했어요. 납판과 비교하면 아연판의 물성이 상대적으로 무르긴 합니다. 활판을 인쇄기에 끼우면, 잉크가 돌아가는 롤러와 판의 양각이 닿는 면 사이가 미세하게 오차가 나요. 잉크와 종이가 효과적으로 맞물리는 세팅을 찾아내면서 아연판의 높이를 조정하기도 합니다.
인쇄용 활판은 어떻게 제작하시나요?
어도비 일러스트레이터 같은 프로그램으로 아트워크를 만들고, 충무로에 있는 금형업체에 이미지 파일을 전달드려요. 아트워크 모양대로 필름을 떠주시는데요. 그걸 아연판 위에 부식을 시켜서 원하는 활판을 얻어내요. 현대적인 활판 생산법이죠.
근대 이전 활판인쇄는 같은 글자를 크기 별로 다 따로 만들어야 했어요. 결국 수만에서 수 십만 개의 활자들이 만들어집니다. 활자를 판에 따로 모으는 걸 ‘집자’라고 하는데요. 집자를 마친 활판을 기계 위에 올려서 찍어내는 방식이죠.
지금은 전통방식으로 활판을 제작하는 곳은 많지는 않아요. 파주의 ‘활판 공방’ 이라는 곳과 한 두군데 정도예요.
활판을 쭉 모아보니 명함이나 엽서가 눈에 띄네요. 주로 어떤 분들이 활판인쇄물을 찾으시나요?
명함, 청첩장, 레스토랑 메뉴판 같은 의뢰가 많이 들어옵니다. 명함은 스튜디오 진열장에 있는 걸 보고 개인정보만 바꿔 달라는 분도 계신데, 제가 다시 설득을 하죠. 템플릿을 만들고 내용만 바꾸는 게 개인적으로는 용납이 안되네요.(웃음) 활판 디자인은 능동적으로 제안하는 편입니다. 레이아웃, 테마, 서체 … 어떻게든 조금씩 변화시키려고 애써요.
손으로 뭔가 만들어내는 분들이 많이 찾아옵니다. 활판인쇄가 핸드메이드와 같은 결을 지녔다고 보시는 듯해요. 한국적인 미감을 추구하는 회사나 공예품을 다루는 업체도 많이 찾아주세요. 자연을 소재로 활동하는 창작자, 분재 만드는 분이나 식물을 가꾸는 분도 자주 오시죠.
인쇄 목적은 주로 ‘정보 편집’이나 ‘소식 안내’입니다. 명함이나 엽서처럼 브랜딩을 위한 인쇄물 시안의뢰도 흔하고요. 공통적으로 자기자신이나 지금 하고 있는 일을 효과적으로 표현하려는 손님들이 많이 찾아오세요.
손이나 자연이라는 키워드에서 교집합이 모이네요. 종이를 활용한 패키지 인쇄 의뢰 같은 것도 들어오나요?
라벨지 작업은 해봤어요. 박스 작업은 개인적으로 권하고 싶은 작업은 아닙니다. 박스 패키지는 내용물을 보호하고 견고해야 하니까요. 패키지 속 소품 포장이나 박스를 덮는 슬리브(띠지)는 테스트해 봤어요. 슬리브나 봉투를 만드는 건 흥미로운 디자인이 될 듯합니다.
가장 많이 사용한 활판이 궁금합니다.
일엽편주라는 전통주 브랜드가 오랜 고객사입니다. 저희가 술병을 두르는 띠지를 만들었는데요. 한지를 쓴 활판인쇄물로 띠지 디자인을 부탁하셨어요. 일엽편주 활판을 2019년도부터 쓰고 있거든요. 여태까지 패키지 라벨지를 만 개 이상 찍어냈는데요. 아직까지도 문제없이 쓰고 있습니다.(웃음)
긷의 활판인쇄기에서 찍을 수 있는 인쇄물의 최대 사이즈는 얼마인가요?
가로 25cm, 세로 15cm 폭입니다. 보통 이 사이즈보다 작은 활판을 만들어서 종이에 인쇄하고 있어요.
앞으로의 긷은 어떤 활동을 하시려고 합니까?
제가 커리어를 시작했던 사진과 관련한 디자인 작업들, 자연적인 스토리를 가진 작가나 브랜드와의 협업 프로젝트들을 해보려고 해요.
많이 하고 있는 작업은 디지털 사진 작업을 활판으로 만들어서 흑백사진을 인쇄하는 건데요. 사진을 전부 *망점으로 바꾸고 판을 만든 거라 찍고 나면 종이에 아주 작은 도트가 보입니다. 「활판 인쇄로는 정보를 전달하는 텍스트만 표현되지 않을까?」 라는 고정관념이 있는데요. 도전해 보니 이미지 표현의 가능성이 보이고 있어서 훗날 인쇄 디자인에 반영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망점 : 연속계조가 있는 사진이나 일러스트레이션을 인쇄물로 재현하기 위해 만드는 미세한 점
😈 흘러간 문화를 주목하고 옛 도구를 복원시켜 디자인에 활용하는 방식 어떻게 보셨나요? 디자인을 하는 도구의 구조를 이해하고 소재의 물성을 탐구하는 게 나만의 디자인을 만드는 지름길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혹시 특정 도구나 사물의 물성에 강한 흥미를 느끼는 편인가요? 그렇다면 스크롤을 올려 인터뷰를 다시 읽어보세요. 그리고 디자이너의 관점과 작업과정을 주목해보세요. 거기서 얻은 여러분의 생각이 근사한 디자인으로 이어지길 바랍니다.
조선식 야외취식
다섯 명의 남자가 고기를 구워 먹고 있다. 남자들의 모습은 제각기 조금씩 다르다. 고기가 뜨거운 듯 입으로 부는 남자, 구운 고기를 담은 접시를 들고 있는 남자, 술을 쭉 들이키려는 남자도 있다. 한 명이 쓴 남바위로 보아 날씨가 추운 모양이다. 그렇다면 불은 고기도 구워주고 따뜻함도 안겨주니 일석이조로 귀하다.
고기를 즐기는 남자들의 모습이 다채로운 가운데, 그림에서 가장 눈에 들어오는 건 가운데의 불판이다. 제법 잘 타오르는 불길 위에 둥글게 올라 앉아 중심을 잡아준다. 가운데가 옴폭 파여 있는 형국까지 감안하면 모양새가 갓과 흡사해보이기도 한다. 실제로 갓은 아니었을까?
어린 시절 대하드라마에서 비슷한 설정을 본 기억이 난다. 선비가 철로 쓴 갓을 쓰고 여행을 다닌다. 평소에는 품위를 지켜주고 햇볕으로부터 얼굴을 보호해주다가 식사 때는 만능 취사도구로 변한다. 철로 만든 갓을 쓰고 다닐 수 있다고? 요즘은 아라미드 섬유로 만들지만 삼십 년 전에는 진짜 철모를 쓰고 훈련을 받았다. 한국전쟁 때 취사에도 쓰였다는 철모였으니 철제 갓 쓰기가 불가능하지는 않으리라. 어쨌든 불판은 그렇게 중심을 잡아준다.
이미 19세기에 민화로 그려졌을 만큼 우리는 고기구이를 좋아한다.
하지만 늘, 두 주인공인 고기와 불이 엎치락뒤치락하며 관심을 독점해왔다. 생각해 보자. 고기라면 우리는 소냐 돼지냐 양이나 등등 동물을 따지고, 갈비냐 등심이냐 항정살이냐 등등 부위를 고민한다.
불도 사정은 비슷해서 편리함의 가스와 정통성의 숯불이 늘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이처럼 고기와 불이 각광 받는 가운데, 정작 둘 사이를 중재해주는 불판의 존재는 당연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불판으로 고깃집을 선택하는 경우를 본 적 있는가? 없을 것이다. 불판이 없거나 제 역할을 못하면 귀한 고기를 망칠 수 있고, 따라서 각 고깃집마다 고심 끝에 불판을 선택하지만 각광은 받지 못한다.
구이요리의 중재자, 불판
그렇다, 중재라고 했다. 한식에서 구이는 높은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 무엇보다 식탁 한가운데에 불을 놓고 직접 조리를 한다는 차원에서 그렇다. 그리스 신화의 프로메테우스가 말해주듯 인간은 언제나 불을 갈망한다. 조리는 불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으며 인류는 익힌 음식을 먹고 뇌를 발달시켰다. 그런 불을 식탁 한가운데에 놓고 (예외는 있지만) 먹는 이가 직접 익혀 먹는다. 식사가 의식도, 유희도 될 수 있다.
그러한 특성이 생생함과 맞물려 한국의 고기구이는 해외에서도 K-푸드의 대표이자 상징으로 인식되고 있다. 미국의 스테이크, 아르헨티나의 아사도 등 고기를 불에 구워 먹는 조리 문법은 많다. 하지만 열원(섭씨 1000~2000도의 숯불 혹은 가스불)과 재료(주로 양념을 하지 않은 생고기)가 식탁에서 맞물려 자아내는 한식 고기구이의 생생함에는 나름의 독창성이 있다.
K-불판의 역할
한식 고기구이의 성격을 궁극적으로 불판이 결정하니 불판도 ‘K-불판’으로 격상된 느낌이다. K-불판의 중재는 두 갈래로 이루어진다.
첫째, 공간적 중재자 역할을 한다.
이름처럼 ‘판’을 깔아주는 것이다. 수분을 품은 동물의 근육과 지방의 집합체인 고기는 부들부들하고 늘어지는 성질을 가졌다. 열원에 올렸을 때 고르게 익지 않기 때문에 판을 깔아야 평평하고 균일한 조리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둘째, 열에너지의 중재자 역할을 한다.
고기구이는 크게 복사열과 전도열에 의해 이루어진다. 전자는 전자파에 의한 직접 전달, 후자는 다른 매개체를 통해 간접 전달 되는 열이다. 이 두 열이 어우러져 고기의 수분을 증발시켜 먹을 수 있는 상태로 익히는 한편, 고기 표면의 마이야르 반응을 유도해 복잡한 맛과 바삭한 질감을 이끌어낸다.
이러한 두 종류의 열에너지를 우리는 불판으로 편하게 통제한다. 복사열과 전도열의 노출 비율부터 세기까지 모두 불판이 좌우한다.
21세기 K-고기불판
1) 개방형
완전 개방형 불판, 석쇠 일족을 예로 들어보자. 철사가 형성하는 면은 ‘판을 깔아주는’ 공간적 중재 역할에 치중하는 한편 고기를 직화에 그대로 노출시킨다. 따라서 조리는 복사열에 의해 이루지니 ‘복사열 의존형’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형태와 면적을 규정하는 테두리에 철사만 걸쳐주면 된다. 그게 그거 같지만 복사열 의존형도 의외로 다양하다. 야외 취사가 가능했던 시절에는 모기장도 불판으로 쓰이곤 했다. 그렇게 눈이 고운 것과 철근을 붙여 만든 과격한 것이 양 극단을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다양한 굵기의 철사와 눈의 크기로 이루어져 판을 깔아준다. 주로 고기와 직접 접촉이 미덕이라 여기는 숯불과 짝을 이룬다.
2) 폐쇄형
다음으로는 ‘전도열 의존형’이 있다. 눈 혹은 구멍이 전혀 없는, 폐쇄형 불판으로 구이가 전도열에 의해 이루어진다. 자작한 국물에 끓여 먹는 서울식 불고기의 불판과 삼겹살용 불판의 상당수가 여기에 속한다. 특히 돼지기름의 원활한 배출을 위해 경사가 지다 못해 곡선으로 진화한 후자가 흥미롭다. 복사열 의존형과 정반대로 열에너지의 고른 분배가 강점이라 가스불과 주로 짝을 짓는다.
3) 절충형
세 번째로는 둘이 절충된 ‘야망형’이 있다. 복사열과 전도열을 모두 최선으로 활용하겠다는 야망에 젖어 다채로운 양태 및 빈도로 구멍이 뚫려 있다. 심지어 석쇠의 눈이 커지다 못해 야망형으로 발달한 경우도 있다. 전도열의 극대화를 위해 최대한 확보된 면에 복사열의 개입 및 환기를 위해 구멍을 낸 형국이다. 거의 모든 고기를 올려 구울 해법이 마련되어 있을 만큼 종류가 다양하다.
4) 욕심형
마지막으로는 ‘욕심형’이 있다. 요즘 유행하는 ‘모든 것을 한꺼번에 조리할 수 있는’ 불판이다. 핵심은 고기를 굽기 위한 ‘야망형’ 불판이다. 이것이 판 위에서 중심을 이루고 계란 등을 익히기 위한 ‘전도열 의존형’이 가장자리를 둘러싸고 있다. 심지어 중심에 찌개 뚝배기를 위한 공간을 낸 제품마저 있다. 직화구이를 이루는 모든 요소를 합치면 초월적인 불판이 나올 거라 생각하고 만들었지만 종합적인 효율은 따로 쓰는 것보다 더 떨어진다.
따라서 욕심형 불판은 ‘뇌절형’이라고도 볼 수 있다. ‘뇌절’이란 적당한 선에서 끊지 못하고 계속 말이나 행동 등을 하다가 기어이 추한 꼴을 보이는 형국을 뜻하는 은어이다. 특히 계란을 위한 테두리가 문제이다. 계란이 눌어 붙을 가능성도 매우 높을 뿐더러 모양새가 좁고 수세미가 잘 안 들어가니 구석을 깨끗하게 닦기 어렵다. 공간이 나뉜 프라이팬의 태생적 한계인데 생각 없이 제품을 개발해 뇌절형이 되었다.
다만 이 ‘욕심형’이 맨 앞에서 언급한 19세기 민화의 불판의 직계 후예일 가능성만은 무시할 수 없다. 민화의 불판은 갓을 닮아 가장자리가 평평하고 가운데는 움푹 파여 있다. 따라서 고기를 굽는 한편 마늘이든 찌개든 무엇이든 가운데에 익힐 수 있다. 다목적성이 뇌절형 불판의 목표이자 미완성의 미덕임을 감안하면 둘 사이의 관계를 간과하지 않는 게 좋겠다.
K-고기불판의 오늘과 내일
나름 조리의 즐거움과 효율을 좇아 불철주야 애를 쓰며 스스로를 발전시켜 나가지만 사실 K-불판에는 개선의 여지가 적지 않다. 무엇보다 고기가 들러 붙는데 대한 대책이 미약하고 얇아 열효율이 좋지 않다. 사실 전도열 의존형이 아니더라도 K-불판은 상당 부분 공간적 중재 역할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 K-불판의 단점이 잦은 교체를 촉발하니 설거지 등 유지 관리로 자원 또한 너무 많이 잡아 먹는다. 과연 대안이 있을까? 무쇠를 고려해볼 수 있다. 열전도율이 좋지 않기 때문에 한 번 머금은 열을 오래 머금는다. 게다가 고깃집 같은 곳에서 빠르게 반복해서 쓴다면 표면에 폴리머의 막이 생성돼 고기가 들러 붙는 것을 막아준다.
실제로 무쇠 불판은 이미 한식 구이의 환경에 도입이 되어 있는데, 우려가 조금 따르기는 한다. 무거운데다 열을 오래 머금으므로 식탁 주변에서 벌어지는 교체 상황 등에서 안전사고의 위험이 훨씬 더 높다. 관습처럼 당연시 여기기는 하지만 식탁에서 벌어지는 불 및 불판의 도입 및 교체는 굉장히 위험할 수 있다. 다만 가벼워 무쇠의 단점은 빼고 장점만 지닌 탄소강 불판도 등장하고 있어 주목할만 하다.
사실 한식 구이에는 장점 만큼 단점도 많다. 고기를 잘게 썰면 너무 빨리 익고, 요즘 유행을 따라 스테이크처럼 두툼하게 썰면 잘 안 익는다. 이런 단점에 K-불판이 한몫 거든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어떠한 여건에서도 고기와 불 사이에서 자신의 존재를 달구다 못해 태워가며 아슬아슬하게 중재하고 있는 K-불판의 노고에 대해서는 한 번쯤 되새겨보고 넘어갈 필요가 있겠다.
실제로 무쇠 불판은 이미 한식 구이의 환경에 도입이 되어 있는데, 우려가 조금 따르기는 한다. 무거운데다 열을 오래 머금으므로 식탁 주변에서 벌어지는 교체 상황 등에서 안전사고의 위험이 훨씬 더 높다. 관습처럼 당연시 여기기는 하지만 식탁에서 벌어지는 불 및 불판의 도입 및 교체는 굉장히 위험할 수 있다. 다만 가벼워 무쇠의 단점은 빼고 장점만 지닌 탄소강 불판도 등장하고 있어 주목할만 하다.
😈 오늘날 한식에서 즐겨 쓰는 구이용 불판을 이렇게 살펴보니 고기 종류보다 더 다양한 불판들이 있네요. 식탁의 한가운데에서 식사의 리듬을 조율하기도 하고, 볼거리가 되기도 하는 고기 불판. 한식 고기구이의 독특하고 고유한 문화 형성에 K-불판이 한몫했다는 점에 동의하시나요? 오늘도 맛있는 고기를 위해 계속 진화하고 있는 K-불판! 그 존재를 되새기고 더 나은 한식을 즐겨보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