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우리가 사랑한 볶음밥 : 후일담 「1」 끝나지 않는 포장의 늪

2024 서울디자인페스티벌 참가 후기 커버 이미지 1 우리가 사랑한 볶음밥 후일담 1

안녕! 프라이스예요 😎
지난 서디페 현장에 참 많은 분이 방문해 주셨어요. 👍👍
프라이스는 브랜드 이름을 주제로 볶음밥에 진심인 부스를 운영했는데요! 🤘

프라이스 디자이너가 맛있게 볶아둔 한국인이 사랑한 볶음밥 키링부터 직접 재료를 골라 나만의 볶음밥 키링 만들기까지! 프라이스 부스에서의 경험이 즐거우셨기를 바랍니다!

서울디자인페스티벌 을 마무리하며 미공개 사진과 소소한 에피소드를 담은 후일담을 가져왔어요! 과연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요?

2024 서울디자인페스티벌 프라이스 부스 모습. 우리가 사랑한 볶음밥 / 나만의 볶음밥 만들기 / 프라이스 콘텐츠 카드 / 상투관 와인스토퍼 네 섹션으로 나눠 관람객을 맞이했다
2024 서울디자인페스티벌 프라이스 부스에 사용한 시트지 시안. 부스디자인 하시는 분들 정말 존경합니다..
프라이스 아크릴 키링에 담은 계란 후라이 모형. 후라이가 너무 커.. 볶아지지 않아,,
초록색 멜라민 접시에 담긴 잘 구워진 삼겹살 스티커 포장. 포장이 왜 끝나지 않는거야 ㅠㅠ
볶음밥 키링에 들어가는 다양한 비즈 재료를 담은 사진.
2024 서울디자인페스티벌 프라이스 부스에서 배포한 스티커
분식집 점박이 접시에 담은 프라이스 키링. 얘네 이런 그릇 도대체 왜 갖고 있는 건지 궁금하시다면? '그릇탐구영역'을 검색해 보세요! 후일담 2편에서 계속

우리가 사랑한 볶음밥 : 후일담 「2」 왜 이렇게 볶음밥에 진심인 건데?

2024 서울디자인페스티벌 참가 후기 커버 이미지 2 우리가 사랑한 볶음밥 후일담 2편

안녕! 프라이스예요 😎
지난 서디페 현장에 참 많은 분이 방문해 주셨어요. 👍👍
프라이스는 브랜드 이름을 주제로 볶음밥에 진심인 부스를 운영했는데요! 🤘

프라이스 디자이너가 맛있게 볶아둔 한국인이 사랑한 볶음밥 키링부터 직접 재료를 골라 나만의 볶음밥 키링 만들기까지! 프라이스 부스에서의 경험이 즐거우셨기를 바랍니다!

서울디자인페스티벌 을 마무리하며 미공개 사진과 소소한 에피소드를 담은 후일담을 가져왔어요! 과연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요?

너무 귀엽다고 사랑 많이 받은 참기름 키링! 누군가의 제작에 대한 강력한 의지가 있었죠. 볶음밥에 참기름이 없는 게 말이 안 되지!
참기름 키링을 렌더링하는 이미지. 우리 마음에 드는 사진도 없고.. 결국은 모델링하고 렌더링해서 프라이스 기름병 새로 만들었죠.. 참기름집 협업 대환영!!
김치 볶음밥 키링을 담아두었던 빈 거치대. 김치볶음밥 키링 솔드아웃! 역쉬 한국인 김치없이 못살아
김치볶음밥 키링 제작 현장 이미지. 볶음밥 키링의 사내 수공업 현장이예요. 김치볶음밥에 후라이 올리면 끝!
닭갈비볶음밥 키링 제작 현장 이미지. 닭갈비 볶음밥엔 치즈 솔솔 뿌려주기. 조합하기 제일 어려웠어요!!
감자탕볶음밥 키링 제작 현장 이미지. 금빛 감자탕엔 특별재료가 들어갔어요. 우거지? 깻잎? 생각은 마음대로!
삼겹살볶음밥 키링 제작 현장 이미지. 핑크핑크한 삼겹살 볶음밥. 볶음밥마다 컬러 테마가 있었어요.
샤브볶음밥 키링을 추가 생산하는 모습. 우리가 모두 아는 '그'샤브샤브 볶음밥 느낌 꽤 잘 나는 것 같죠? ㅎㅎ
RGB 유령, 프라이스 키링이 벽에 걸려있는 배경 사진. 돌아보니 참 다사다난했네요 ㅋㅋ 도와주신 분들께도 참 감사해요. 이젠 우리 뭐해볼까요? ..일단 한잔하러 가죠.. ㅇㅋ 그럼 후일담은 이정도로 끝! 프라이스의 다음 이야기도 기대해주세요!

키링으로 만나는 <한국인이 사랑한 볶음밥>

2024 서울디자인페스티벌에서 볶음밥 키링을 만드는 프라이스

프라이스는 SDF2024에서 브랜드 이름을 주제로 전시에 참여하여 볶음밥 키링을 선보였어요. 한국인이 사랑하는 볶음밥 키링부터 재료를 골라 나만의 볶음밥 키링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볶음밥 키링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요?

2024 서울디자인페스티벌에서 볶음밥 키링을 만드는 프라이스
계란 후라이 자석과 김치볶음밥 키링

우리가 사랑한 볶음밥

김치볶음밥 키링
삼겹살 볶음밥 키링
닭갈비 볶음밥 키링
감자탕 볶음밥 키링
샤브 볶음밥 키링

보부상의 눈으로 얻어낸 로컬 굿즈 디자인

마더그라운드 보부스토어의 보부상 아트워크
디자이너 이근백의 프로필. 이근백 @rootdraw 디자인 / 패션 마더그라운드 대표. 자연, 환경, 우리 주변의 이야기를 제품에 담고 한국의 인상적인 장면을 아트워크로 재해석하는 일에 관심이 많다. "한국 사람인 내가, 나다움을 찾아 무언가 모으고 만들어요. 그 과정에서 한국적인 소재가 브랜드에 모였습니다."
인터뷰 콘텐츠 DM그라운드의 인트로 다이얼로그. 안녕하세요 frice입니다. 프라이스는 한국의 전통에서 디자인 언어를 탐구하는 디자이너가 궁금해요! 한국을 돌며 로컬을 주제로 다양한 제품을 만들고 계신데요. 여기에 어떤 이야기가 실려 있을지 궁금해서 연락드려요. 안녕하셍! 마더그라운드의 디자인에 대해서 저도 생각을 한 번 정리하고 말씀 드릴게요.

마더그라운드는 디자인에 자연환경이나 도시의 풍경을 반영합니다. 특히 지역색을 반영한 아트워크 일러스트를 활용한 제품들이 인상적인데요.

마더그라운드는 전국을 돌며 보부스토어라는 이름으로 팝업스토어를 열고 있어요.

50th 보부스토어 기념 스몰백(2024)

조선시대 보부상에게 영감을 얻은 기획이죠. 주력 제품은 스니커즈, 티셔츠, 양말인데요. 팝업스토어 출장 일정에 맞춰 한정판을 만듭니다.

마더그라운드의 로컬 테마 아트워크 포스터(2024)

예컨대 대전에서는 ’93 엑스포’, 그 중에서도 ‘한빛탑’ 대구는 ‘섬유의 도시’라는 이미지를 떠올려요. 울산 팝업스토어는 ‘수출의 도시’라는 로컬 스토리에서 아트워크를 시작했어요. 공업도시 울산의 이미지를 표현했습니다.

“우리 지역의 핵심을 잘 표현했나?” 맥락을 파악하기 위해 애 많이 썼구나!”

디자인에서 그런 인상을 받을 때 그 지역 분들도, 지역을 방문하는 소비자분들도 더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연남동 보보스토어에 전시된 목업 시제품

누룩, 밤, 된장. 한글 이름도 흥미로웠어요. 다른 패션 브랜드와 비교해 보면 디자인에 한국적인 소재를 즐겨 쓴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국 사람인 내가, 나다움을 찾아서 무언가 만들고 브랜드를 위해 무언가를 모으는 과정에서 한국적인 소재가 자연스럽게 디자인으로 모였습니다.

콘셉트가 아니라 익숙한 것을 연상하며서 정해요. 귤이 떠오르면 귤. 색이 누룩처럼 보이면 누룩이라 이름 짓는 식이죠. 의도라기 보다는 무의식에 가까운 디자인 요소입니다.

마더그라운드, T007 ULSAN(GREEN), 수출의울산

대표 디자이너가 인상적으로 기억하는 로컬 굿즈 디자인 사례 4가지

36th 보부스토어, 울산광역시

울산은 조선업이나 자동차업계 종사자가 많아요. 그 분들이 주인공인 울산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자동차가 큰 선박에 실려 해외로 나가는 전형적인 이미지를 상상하고, 그걸 귀여운 일러스트로 그려 티셔츠를 만들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아트워크를 재밌게 보시고 구매해주셨어요. 울산시민분들이 ‘수출의 도시’라는 이미지에 자긍심을 느끼신다는 인상입니다.

마더그라운드, 제 1 회 도보마포 페스티벌, 서울 신수동

45th, 49th 보부스토어, 도보마포 페스티벌

학창 시절부터 머물렀던 서울 마포구! 로컬 큐레이터 ‘도보마포’와 작은 지역 축제를 열었었어요. 가볼 만한 곳을 수집하고 그곳의 인상적인 풍경을 주제로 아트워크를 그려 지도, 티셔츠, 양말을 만들었습니다. 앞으로 마포의 특별한 공간을 주제로 매달 양말을 만들려 해요! 최근 연남동에 ‘보보스토어’라는 이름으로 상설 매장을 열었거든요. 방 한 켠에 여태까지 만든 아트워크를 전시중이니 언제든 편히 방문해 주세요!

마더그라운드, S001 JU(WHITE/ORANGE)귤, FEI (WHITE/GREEN)비자림

19th 보부스토어, 제주 서귀포

제주하면 생각나는 ‘감귤’, 그리고 제주 동쪽의 자랑 ‘비자림’의 컬러를 담았습니다. 스티커즈와 티셔츠, 모자, 반바지 등으로 단일한 컬렉션을 구성했습니다. ‘플레이스 캠프’라는 호텔 겸 스토어에서 연 팝업인데요. 관광객은 제주를 추억하기 위한 기념품으로, 제주도민분들은 내가 사는 지역을 잘 표현했기 때문에 구매했다 말씀하셨어요. 제주 컬렉션을 각자 다른 이유로 소장하는 게 인상적입니다.

마더그라운드, SX001(WHITE)

40th, 53th 보부스토어, 경기도 고양~일산

고양~일산에서만 팝업스토어를 3번 열었습니다. 처음에는 지역 랜드마크인 호스공원을 아트워크로 만들었는데요. 최신 굿즈는 가벼운 마음으로 접근했어요. 고양에서 고양이를, 일산은 1과 山(뫼 산)을 더하는 식인데 호응이 좋았습니다. 상품과 아트워크로 던진 유머였는데, 제작의도를 설명하다보면 고객과의 거리가 부쩍 좁혀지는 느낌이 들어요.

한지 위에 저 소나무

수묵화가 수록의 조명장치
수묵화가 수록의 프로필. 수록 @sue1og 회화 / 공예 수묵화가. 좋아하는 사물과 작업하며 떠올린 생각을 그림으로 기록한다. "시끄러운 마음이 평화롭고 고요해지길 원해서 그립니다."
인터뷰 콘텐츠 DM그라운드의 인트로 다이얼로그. 안녕하세요 frice입니다. 프라이스는 한국의 전통에서 디자인 언어를 탐구하는 디자이너가 궁금해요! 인스타그램 피드에 올리신 수묵화 작품 인상깊게 잘 봤습니다. 말씀 감사합니다. 사실 본업은 따로 있고 취미이자 자아실현의 매개체로 수묵화를 그리고 있어요.

한국적인 정서를 담은 소나무 그림을 일관성 있게 창작하시는 게 인상적인데요. 여기에 어떤 이야기가 실려있을지 궁금합니다

저는 본명의 중간 글자인 ‘수(受)’와 기록할 ‘록(錄)’을 따서 ‘수록’이라는 작가명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나무는 그냥 좋아서 그려요. 그 중 소나무는 사계절 내내 푸른 침엽수여서 특히 좋아합니다. 그래서 소나무를 주제로 전시를 기획했었어요.

이사무 노구치가 만든 아카리(AKARI) 조명을 좋아하는데요, 한옥 전시 공간에 조명장치가 필요해서 그 제품을 찾았는데 아쉽게도 원하는 디자인을 찾을 수 없었어요. 대체품을 들여놓고 고민했는데 내친김에 종이 위에 직접 수묵화를 그렸어요. 만들고 보니 참 아름다웠죠.

수묵화가 노수연님의 조명장치

상업적인 작품은 지양하는 입장이라 직접 디자인 제품을 만들 생각은 크게 없지만, 그래도 기회가 된다면 한지로 조명을 만드는 분과 협업을 해보고 싶어요.

작가님은 수묵화의 매력이 무엇이라 생각하세요?

무게감 있는 그림을 그릴 수 있어요. 먹과 종이라는 재료만으로도 소박하면서 정적인 멋을 표현할 수 있죠. 그리고 저는 옛것이 멋지다고 생각합니다. 온고지신(溫故知新)이라는 말을 좋아해요.

수묵화가 노수연님의 조명장치를 확대한 모습

요즘에는 동양화 물감인 안채를 써서 유색 회화를 그려보는데요. 여기서도 아름다움을 느낍니다. 풀을 쑤고 화판에 배접을 하고 수묵화를 그리는 일 전체가 저 스스로를 다스리는 일이기도 해서 계속 그림을 그리고 있어요.

시끄러운 마음이 평화롭고 고요해지길 원해서 그립니다.

한국에 흐르는 마음을 활판에 새깁니다

서울 원서동 긷에서 활판인쇄 기반 디자인 작업을 하는 최민영 디자이너의 모습

인쇄소 긷 최민영 디자이너

서울 창덕궁 담벼락 옆 작은 마을, 원서동. 볕이 잘 드는 한옥 안에서 새까만 쇳덩어리가 움직인다. 납작한 활판을 새하얀 종이 위로 꾹 눌러 멋진 그래픽이 새기는 곳. 인쇄소 ‘긷’은 백 년 묵은 기계식 활판인쇄기와 한지를 조합하는 인쇄디자인 스튜디오다. 최민영 대표 디자이너를 만나 근대적 인쇄기술을 시각 디자인에 응용하게 된 이유를 물었다.

인쇄소 긷 최민영 디자이너
ⓒfrice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인쇄 디자이너 최민영입니다. 한지와 활판인쇄기를 활용하는 인쇄물 작업에 관심이 많습니다. 원서동 빨래터 근처 한옥에서 디자인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어요.

저는 사진을 전공했고 2000년대 후반까지 영화 스틸 작업을 했습니다. 디자이너 업무는 2011년에 종로 물나무사진관에 입사하며 맡게 됐어요. 재직 중에는 사진 인화용 한지를 개발하는데 참여하거나 문화 재단과 협업하는 디자인 프로젝트를 맡았었죠.

인쇄소 긷 내부
공간 내부에서 바라본 활판인쇄기. 총 2대가 설치됐고 실제로 운용하는 기기는 1대
공간 내부에서 바라본 활판인쇄기. 총 2대가 설치됐고 실제로 운용하는 기기는 1대. ⓒfrice

‘긷’이라는 스튜디오 이름이 독특합니다.

긷은 ‘기둥’을 일컫던 옛말입니다. 나무가 자랄 때 대지에서 출발하잖아요. 중력을 거스르면서 생명력 있게 자라나는 모습들을 보면서 기둥을 떠올렸어요. 우리가 생활을 의식주로 구분할 때, 저는 주(宙)가 제일 마지막에 발현된 문화라고 생각하는데요. 기둥이야말로 집의 기본이자, 지붕을 떠받들며 사는 사람들을 지켜주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긷 같은 인쇄물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TALK1. 활판인쇄술과 계절력

미국에서 19세기 후반 제작된 기기로 추정되는 기기 사진
챈들러 앤 프라이스 활판인쇄기를 움직이는 최민영 디자이너 미국에서 19세기 후반 제작된 기기로 추정된다
챈들러 앤 프라이스 활판인쇄기. 미국에서 19세기 후반 제작된 기기로 추정된다. ⓒfrice

2018년에 독립해서 디자인 스튜디오를 차렸어요. 한지를 이용해서 한국적인 멋을 가진 인쇄물을 만들어보고 싶었거든요. 백 년 넘은 미국산 활판인쇄기도 그때 만났습니다. 청담동 앤티크 숍에서 발견했는데 수리와 개조를 마치니 멀쩡했어요. 활판인쇄기에 한지를 끼워 넣으니 그 위에 담기는 아트워크가 참 예뻤어요. 활판의 양각으로 한지를 꾹 누르면, 납작 눌린 자리에 남은 글씨나 그림이 묵직한 분위기를 내죠.

한지와 활판인쇄기를 활용한 긷의 대표 디자인 상품 '계절력'. 24절기와 달의 변화를 표기했다
한지와 활판인쇄기를 활용한 긷의 대표 디자인 상품 ‘계절력’. 24절기와 달의 변화를 표기했다. ⓒfrice

인쇄소 긷의 대표 디자인은 ‘계절력’입니다. 왜 만들기 시작하셨나요?

계절력은 2017년부터 만들기 시작했어요. 기존 달력처럼 날짜를 세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계절을 감각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태양력은 현대 사회의 기본 약속이잖아요. 원래 태음력으로 일 년을 바라봤던 우리가 절기와 풍속을 잊지 않길 바라며 만들어봤어요.

계절을 표기한 글자를 확대한 모습. 활판 양각에 한지가 꾹 눌리며 종이 위로 독특한 입체감이 드리운다
계절을 표기한 글자를 확대한 모습. 활판 양각에 한지가 꾹 눌리며 종이 위로 독특한 입체감이 드리운다. ⓒfrice

계절을 기준으로 시간의 시작과 끝맺음을 이야기하는 것도 중요했어요. 계절을 기준으로 시간을 나누다 보니까 24절기가 자연스럽게 들어왔네요. 물나무 사진관 시절부터 만들었는데, 독립하고 나서도 꾸준히 만들고 있어요.

절기나 계절은 자연을 구분하는 개념일 텐데요. 「자연은 계속 흐른다. 그 속에서 우리 같이 어우러져서 잘 살아보자!」 라는 생각으로 달력을 만들고 있습니다. 자연과 더불어 잘 살고 싶은 마음은 우리에게 언제든 있다고 봐요. 2024년은 먹색 잉크로 날짜 표현을 하면서 ‘달의 변화’, ’24절기’, ‘대표 공휴일 표시’에 집중했어요.

해마다 조금씩 다른 디자인을 시도하고 계시죠?

네. 한때 공휴일을 붉은색으로 새기는 작업을 시도했는데 그건 딱 한 해만 했어요. 지금은 공휴일 숫자 위에 점을 찍는 것으로 디자인을 바꿨습니다.(웃음) 활판인쇄기에서 만든 인쇄물은 기계 특성에서 오는 한계가 있어요. 가장 많이 쓸 색을 먼저 깔고 그 위에 새로운 색을 덧발라야 합니다. 기계 특성상 종이에 여러 색을 동시에 새길 수 없어서 작업을 따로 진행해요.

원판 위에 잉크를 바르고 롤러를 굴리면 색이 판 위에 고르게 퍼지는 구조다
색 사용에 제약이 걸리는 이유를 납득할 수 있었다
원판 위에 잉크를 바르고 롤러를 굴리면 색이 판 위에 고르게 퍼지는 구조다. 색 사용에 제약이 걸리는 이유를 납득할 수 있었다. ⓒfrice

여러 색채를 쓰려면, 일단 먹색 부분을 한 번 다 찍어내고 나서야 다른 색을 덧바를 수 있어요. 만약 평일 표시는 먹색, 공휴일을 표시는 붉은색을 쓴다면. 우선 먹색 인쇄작업을 미리 마쳐야 해요. 붉은색 전용 활판과 붉은색 잉크를 갈아 끼워서 동일한 인쇄 작업을 처음부터 다시 반복합니다. 색을 여러 개 쓰려면 수고가 이만저만이 아니죠.

먹색과 붉은색을 동시에 찍어냈을 때, 종이 위에서 의도와 다르게 인쇄물이 틀어지는 경우가 많아요. 작업을 하는 시간도 굉장히 오래 걸리고요. 만들면서 잃는 부분이 너무 많이 생기다 보니 지금은 달력에 먹색만 활용하고 있습니다. 컬러는 달력을 거는 실이나 포장지처럼 부속품에 따로 쓰고 있어요.

종이는 대부분 한지를 쓰고 계시죠. 이유가 궁금합니다.

흰색과 여백이 가장 잘 표현되는 종이여서 씁니다. 한지는 언뜻 보기에 비어 있지만, 무언가 차 있는 느낌이 들어요. 그게 참 좋습니다. 제가 하는 디자인 작업들이 제일 잘 표현될 수 있는 게 ‘한지’라는 물성을 살릴 때인듯해요. ‘활판 인쇄’라는 표현법이 한지와 제법 잘 어울리고요. 활판인쇄뿐만 아니라 한지를 활용한 디지털 인쇄작업도 맡고 있습니다.

'긷'의 디지털 인쇄물
대형 프린트기에 급지가 가능한 특수한지와 피그먼트 프린트로 한국적인 미감을 연출한 인쇄물 작업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긷’의 디지털 인쇄물. 대형 프린트기에 급지가 가능한 특수한지와 피그먼트 프린트로 한국적인 미감을 연출한 인쇄물 작업을 확인할 수 있었다. ⓒfrice

다른 종이는 어떤 식으로 쓰시나요?

한지가 아닌 종이로는 문켄디자인 종이를 제일 많이 써요. 러프하면서 깔끔한 느낌을 주는 것 같습니다. 양피지 질감이 나는 쉽스킨도 가끔 즐겨 써요. 기본 세팅은 까끌까끌한 느낌이 드는 종이를 많이 채택하는 편인데, 디자인 주제에 맞춰 응용하는 편입니다.

한지가 디자인의 기준이다 보니, 한지와 잘 어우러질 종이를 선택해서 쓰고 있습니다.

활판인쇄 작업에 필요한 도구가 담긴 진열장
활판인쇄 작업에 필요한 도구가 담긴 진열장 ⓒfrice

혹시 새롭게 준비 중인 디자인 상품이 있나요?

수 년째 구상만 했지, 행동으로 옮기기가 쉽지가 않네요.(웃음)

불규칙한 텍스처를 갖고 있는 한지로 캐주얼한 봉투를 만들어 쓰임새를 주고 싶다는 생각은 오래전부터 했어요. 편지를 담거나 용돈을 담는 봉투라면, 선물 교환할 때 쓰지 않을까 싶어요.

계절력을 조금 더 작은 사이즈로 한번 만들어보고 싶다는 마음도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월(月)력으로 바뀔 듯하고. 탁상용 캘린더가 된다면, 한지에 직접 펜을 들고 메모를 하는 경험을 디자인하고 싶어요. 요즘 들어 사람들이 한지에 글을 써보는 경험이 많이 없어서. 잘 연출한다면 색다를 것 같아요.


TALK2. 한국적인 미감을 새기는 일

디자인 견본을 전시해둔 접객 공간
디자인 견본을 전시해둔 접객 공간 ⓒfrice

종이 위에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새기는 ‘긷’이 생각하는 한국적인 미감에 대해 더 자세히 듣고 싶어요.

한국 사람들이 오늘날 서양식 문화를 소비해도, 사유하는 방법은 동양의 전통에 뿌리내리고 있어요.

거기서 한국적인 사유를 발견해서 응용한다면, 같은 시대를 살아가더라도 굉장히 다른 관점의 해석을 낳을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런 과정을 거쳐 한국적인 미감이 나타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오늘’에 고착되는 개념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가 세상을 사는 방식이 달라질 때마다 다른 형태로 발현되는거죠.

저는 자연이 봄.여름.가을.겨울로 나뉘어 바뀌는 걸 아름답다 느끼는 사람이고, 한국의 아름다움은 담백함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식으로 개인적인 생각을 하나 하나를 모으면, 한국적인 디자인이라는 게 어느새 자연스럽게 배어나오지 않을까 싶어요. 저는 ‘미감(美感)’이라는 한자어가 디자인이라는 외래어의 번역으로써 부분적으로 적합하다고 봐요.

작업능률 향상을 위해 활판인쇄기에 전자식 스위치를 연결시켜 개조했다
ⓒfrice

그리고 저는 한국적인 미감이 시각적인 것보다 정신적인 것에서 강한 영향을 받는다고 봅니다. 예컨대 한지는 그 자체로 예쁘지만, 많은 사람들은 학습을 통해 한지가 수준 높은 종이라는 걸 알고 아름답다 말해요. 어떤 사람은 우리나라가 인쇄 종주국이라는 맥락을 알아요. 그런 분들이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더 예민하게 느끼실 듯합니다.

디자인이라는 개념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우리가 바라보는 대상을 남들한테 특별하게 인식시키려는 의지가 생겨요. 혹은 대상을 특별하게 인식해야 될 거라 믿게 됩니다. 사물이나 생활양식을 이데올로기화시키는 셈이죠.

스튜디오 안 창가에 매달린 입춘첩
스튜디오 안 창가에 매달린 입춘첩. ⓒfrice

민영님으로부터 가장 자연스럽게 배어 나온 한국적인 미감은 무엇인가요?

가느다란 줄에 무언가를 매달고 싶어 하는 마음이 제게 있어요. 무언가를 프레임에 딱 가둬놓는 것보다 자연스럽게 내버려두는 걸 좋아하나 봐요. 종이 한 장 그 자체는 바람에 흔들리고 약해 보여도. 그 한 장이 바람도 타고 살랑살랑 움직이며 버티는 모습이 예쁘거든요. 줄에 매달린 한지를 바라보면 거기에 빛도 배어들어요. 날씨에 따라 빛에 따라 같은 게 다르게 보이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스튜디오에 전시된 활판인쇄물 샘플
스튜디오에 전시된 활판인쇄물 샘플 ⓒfrice

「나는 이번 작업물을 진짜 한국적으로 꾸며야지!」 라는 결심을 갖고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만드는 사람은 사실 거의 없다고 봐요. 살아오면서 본 것, 사적인 취향 같은 게 어쩔 수 없이 한 방향으로 기우는 게 아닐까요? 저는 전통의 이해와 현대 생활 양식의 파악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전통에서 무언가를 길어 올려 거기에 현대적인 쓰임새를 만드는 일. 제가 안고 있는 고민입니다. 같은 고민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반가울 거 같네요.(웃음)

TALK3. 활판인쇄물 디자인 프로세스

전시행사를 위한 활판인쇄작업
간격을 맞춰 활판과 종이를 서로 맞대게 만든다
최민영 디자이너가 명함 사이즈 인쇄물 200여장을 직접 인쇄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다
전시행사를 위한 활판인쇄작업. 최민영 디자이너가 명함 사이즈 인쇄물 200여장을 직접 인쇄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다 ⓒfrice

작업을 곁에서 지켜보니 전통과 현대를 넘나드는 작업이 예상됩니다. 실제로는 어떠신가요?

근대적인 활판인쇄술만 고집하진 않아요. 만약 전통적인 방식을 따른다면, 납판에 직접 글자 조판까지 해낼 텐데요. 저는 납이 아니라 아연 판을 쓰고 있고, 컴퓨터 일러스트 작업을 곁들여 따로 활판을 만들고 있어요.

근대 활판인쇄술은 보통 납판을 썼는데, 납은 잘 알려져 있듯 인체에 해로운 금속이라 아연으로 대체했어요. 납판과 비교하면 아연판의 물성이 상대적으로 무르긴 합니다. 활판을 인쇄기에 끼우면, 잉크가 돌아가는 롤러와 판의 양각이 닿는 면 사이가 미세하게 오차가 나요. 잉크와 종이가 효과적으로 맞물리는 세팅을 찾아내면서 아연판의 높이를 조정하기도 합니다.

활판을 쌓아놓고 측면에서 확대했다. 도톰한 양각에 묻은 마른 잉크가 인상적
활판을 쌓아놓고 측면에서 확대했다. 도톰한 양각에 묻은 마른 잉크가 인상적. ⓒfrice

인쇄용 활판은 어떻게 제작하시나요?

어도비 일러스트레이터 같은 프로그램으로 아트워크를 만들고, 충무로에 있는 금형업체에 이미지 파일을 전달드려요. 아트워크 모양대로 필름을 떠주시는데요. 그걸 아연판 위에 부식을 시켜서 원하는 활판을 얻어내요. 현대적인 활판 생산법이죠.

근대 이전 활판인쇄는 같은 글자를 크기 별로 다 따로 만들어야 했어요. 결국 수만에서 수 십만 개의 활자들이 만들어집니다. 활자를 판에 따로 모으는 걸 ‘집자’라고 하는데요. 집자를 마친 활판을 기계 위에 올려서 찍어내는 방식이죠.

지금은 전통방식으로 활판을 제작하는 곳은 많지는 않아요. 파주의 ‘활판 공방’ 이라는 곳과 한 두군데 정도예요.

'긷'에서 제작한 다양한 활판을 가지런히 모아 조감구도로 촬영한 사진
‘긷’에서 제작한 다양한 활판 ⓒfrice

활판을 쭉 모아보니 명함이나 엽서가 눈에 띄네요. 주로 어떤 분들이 활판인쇄물을 찾으시나요?

명함, 청첩장, 레스토랑 메뉴판 같은 의뢰가 많이 들어옵니다. 명함은 스튜디오 진열장에 있는 걸 보고 개인정보만 바꿔 달라는 분도 계신데, 제가 다시 설득을 하죠. 템플릿을 만들고 내용만 바꾸는 게 개인적으로는 용납이 안되네요.(웃음) 활판 디자인은 능동적으로 제안하는 편입니다. 레이아웃, 테마, 서체 … 어떻게든 조금씩 변화시키려고 애써요.

손으로 뭔가 만들어내는 분들이 많이 찾아옵니다. 활판인쇄가 핸드메이드와 같은 결을 지녔다고 보시는 듯해요. 한국적인 미감을 추구하는 회사나 공예품을 다루는 업체도 많이 찾아주세요. 자연을 소재로 활동하는 창작자, 분재 만드는 분이나 식물을 가꾸는 분도 자주 오시죠.

인쇄 목적은 주로 ‘정보 편집’이나 ‘소식 안내’입니다. 명함이나 엽서처럼 브랜딩을 위한 인쇄물 시안의뢰도 흔하고요. 공통적으로 자기자신이나 지금 하고 있는 일을 효과적으로 표현하려는 손님들이 많이 찾아오세요.

손이나 자연이라는 키워드에서 교집합이 모이네요. 종이를 활용한 패키지 인쇄 의뢰 같은 것도 들어오나요?

라벨지 작업은 해봤어요. 박스 작업은 개인적으로 권하고 싶은 작업은 아닙니다. 박스 패키지는 내용물을 보호하고 견고해야 하니까요. 패키지 속 소품 포장이나 박스를 덮는 슬리브(띠지)는 테스트해 봤어요. 슬리브나 봉투를 만드는 건 흥미로운 디자인이 될 듯합니다.

술이 담기는 유리병을 감싸는 한지 인쇄물과 활판. 긷은 전통주 브랜드 '일엽편주'의 패키지 라벨지 작업을 맡고 있다
술이 담기는 유리병을 감싸는 한지 인쇄물과 활판. 긷은 전통주 브랜드 ‘일엽편주’의 패키지 라벨지 작업을 맡고 있다. ⓒfrice

가장 많이 사용한 활판이 궁금합니다.

일엽편주라는 전통주 브랜드가 오랜 고객사입니다. 저희가 술병을 두르는 띠지를 만들었는데요. 한지를 쓴 활판인쇄물로 띠지 디자인을 부탁하셨어요. 일엽편주 활판을 2019년도부터 쓰고 있거든요. 여태까지 패키지 라벨지를 만 개 이상 찍어냈는데요. 아직까지도 문제없이 쓰고 있습니다.(웃음)

긷의 활판인쇄기에서 찍을 수 있는 인쇄물의 최대 사이즈는 얼마인가요?

가로 25cm, 세로 15cm 폭입니다. 보통 이 사이즈보다 작은 활판을 만들어서 종이에 인쇄하고 있어요.

카페 오너가 의뢰한 엽서 디자인. 종이에 그린 스케치를 활판으로 이식했다. 잉크와 연필의 물성이 공존하는 인쇄물로 재탄생
카페 오너가 의뢰한 엽서 디자인. 종이에 그린 스케치를 활판으로 이식했다. 잉크와 연필의 물성이 공존하는 인쇄물로 재탄생. ⓒfrice

'긷'에서 제작한 스튜디오 오픈 기념 파티초대장. 한옥 천장을 올려다볼 때 드러난 기둥을 사진으로 찍고 그것을 활판으로 만들어 직접 인쇄했다
‘긷’에서 제작한 스튜디오 오픈 기념 파티초대장. 한옥 천장을 올려다볼 때 드러난 기둥을 사진으로 찍고 그것을 활판으로 만들어 직접 인쇄했다. ⓒfrice

종이에 촘촘하게 새겨진 점이 디지털 사진의 픽셀처럼 기능한다
종이에 촘촘하게 새겨진 점이 디지털 사진의 픽셀처럼 기능한다. ⓒfrice

앞으로의 긷은 어떤 활동을 하시려고 합니까?

제가 커리어를 시작했던 사진과 관련한 디자인 작업들, 자연적인 스토리를 가진 작가나 브랜드와의 협업 프로젝트들을 해보려고 해요.

많이 하고 있는 작업은 디지털 사진 작업을 활판으로 만들어서 흑백사진을 인쇄하는 건데요. 사진을 전부 *망점으로 바꾸고 판을 만든 거라 찍고 나면 종이에 아주 작은 도트가 보입니다. 「활판 인쇄로는 정보를 전달하는 텍스트만 표현되지 않을까?」 라는 고정관념이 있는데요. 도전해 보니 이미지 표현의 가능성이 보이고 있어서 훗날 인쇄 디자인에 반영될지도 모르겠습니다.

😈 흘러간 문화를 주목하고 옛 도구를 복원시켜 디자인에 활용하는 방식 어떻게 보셨나요? 디자인을 하는 도구의 구조를 이해하고 소재의 물성을 탐구하는 게 나만의 디자인을 만드는 지름길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혹시 특정 도구나 사물의 물성에 강한 흥미를 느끼는 편인가요? 그렇다면 스크롤을 올려 인터뷰를 다시 읽어보세요. 그리고 디자이너의 관점과 작업과정을 주목해보세요. 거기서 얻은 여러분의 생각이 근사한 디자인으로 이어지길 바랍니다.

전통에서 발견한 우리 디자인 언어 : 해학과 농담

디자인 스튜디오 이감각의 노방자수 포스터
디자인 스튜디오 이감각 프로필. 라이프스타일 디자인 스튜디오 이감각 「1」 우리 자신으로부터의 이야기 이감각 @leegamgak 라이프스타일 / 생활소품 한국의 역사ꞏ문화에서 엿볼 수 있는 조형과 그래픽을 모티브로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는 디자인 스튜디오 "전통은 엄마의 젊은 시절 원피스를 내가 입는 일과 다르지 않아요."
인터뷰 콘텐츠 DM그라운드의 인트로 다이얼로그. 안녕하세요 frice입니다. 프라이스는 한국의 전통에서 디자인 언어를 탐구하는 디자이너가 궁금해요! 한국적인 미감을 잘 표현한 의 작업을 소개하고 싶어요. 네,안녕하세요! 저희 브랜드를 관심 있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우리 자신으로부터의 이야기’라는 슬로건이 인상적인데요.
이게 어떤 의미인지, 이감각이 디자인하고 싶은 한국스러움은 무엇인지 궁금해요.

이감각의 작업은 ‘전통의 현대화’나 ‘전통이 무엇인가?’를 다루기보다는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가깝습니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은 ‘모든 것은 우리안에 있다’였죠. 디자인에 우리 자신에 대한 적극적인 탐색 의지를 담습니다. 우리가 가진 특색이 보다 일상에 가깝고 편하게 존재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시작했어요.

이감각의 노트북 파우치 디자인

그렇다면 이감각에게 전통은 어떤 의미인가요?

나에게 계속 이어져 내려온 것으로 나를 인식하는 일입니다. 전통은 할머니의 오래된 가구를 엄마가 쓰고 엄마의 젊은 시절 원피스를 내가 입는 것과 아주 다르지 않아요. 누군가 아꼈던 물건들을 통해서. 그걸 물려주는 마음을 통해서. 그들을 헤아리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서. 우리는 누구보다도 자신다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감각의 노방 자수 포스터. 복을 기원하는 뜻을 담은 인테리어 오브제

나를 인식하는 것은 외부를 통해서가 아니죠. 한국을 이루는 수많은 것들 또한 입에서 입, 손에서 손, 그리고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해져 왔다 생각해요. 우리만의 히스토리가 있는 오브제들을 통해서 한국적인 해학, 소박, 흥을 전하고 싶어요. 더불어 세상에 유일한 나를 사랑하고 즐기는 경험을 전하고 싶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조선시대 분청사기

요즘 한국의 전통에서 디자인 언어를 얻으려는 분들이 많습니다. ‘한국적인 멋’을 탐구 중인 창작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을까요?

한국 고유의 디자인 언어를 딱 하나로 좁혀서 말하긴 힘들지만! 저희가 가장 흥미롭게 보는 요소는 ‘해학’입니다. 유머라고 하죠. 주어진 현실을 과장하거나 비꼬는 게 우리게에 있어요.

유튜브 댓글 창 같은 거 보면 한국 사람들은 말을 되게 웃기게 하잖아요.

슬픔을 웃음으로 승화시키고. 꼬인 걸 풀려고 하고. 풀린 건 꼬면서 놀고.

이런 해학적인 태도가 한국만의 위트인 것 같아요.

호랑이를 우스꽝스럽게 표현한 이감각의 자수 디자인

해학이 디자인 언어가 된 사례는 어떤 게 있을까요?

도자기에 그린 그림이나 표현 방식이 그래요. 그릇에 점 하나 탁 찍어서 마무리하는 기법 같은 게 그렇죠.

또 하나는 호랑이 그림인데요. 다른 나라는 무섭게 그려요. 두려운 존재로 묘사하는 경우가 많죠. 그런데 우리나라는 맹수를 귀엽게 묘사하거나 우스꽝스럽게 표현햐요.

호랑이를 친근하게 그리는 건 호랑이와 친한 관계를 원했던 게 아닐까요?

호랑이처럼 무서운 대상을 좀 더 쉽게 다룰 수 있는 존재 혹은 허물어진 존재로 여기는 거죠.

호랑이를 친근하게 표현한 이감각의 유리컵 디자인

이건 한국인이 갖고 있는 기본적인 관계성일 텐데요. 우리는 남을 포용하고 함께 섞인 채 노는 상태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미감도 그런 방향으로 발전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서양처럼 자연과 나를 독립시키려는 태도와는 달라요. 지금까지 얘기했던 점들이 이감각의 제품이나 디자인 스타일에도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이감각이 요즘 푹빠진 한국의 디자인 언어는 무엇인가요?

‘매듭’입니다. 저희는 한국적인 디자인의 맥락이 해학이라 보는데요. 해학을 떠올리면, 농담을 거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얽히는 모습이 떠올라요. 그것을 실을 써서 조형적으로 풀면 실과 실이 꼬인 매듭이 나옵니다.

매듭 자체가 한국문화 특유의 관계성이 반영된 조형 디자인이라고 생각해요. 서양에서는 그냥 도구 내지는 수단이거든요. 끈을 묶어서 뭔가 물건을 만들고 고정을 하는 목적 그 자체만 남는 건데 우리나라는 달라요. 매듭 자료도 많이 남아있고 한국인이라면 매듭의 의미적인 맥락을 볼 수 있지요.

이감각에서 출시한 매듭 디자인 제품. 도자기법으로 3차원 금형을 떴다
ⓒ이감각

매듭은 재밌어요. 2d인데 3d고 2d가 3d가 된 거라서. 묘한 해학이 생기죠. 완전 평면인데 접으면 입체니까. 이감각이 하고 싶은 디자인. 이감각이니까 할 수 있는 디자인 이야기가 생기는 거죠. 평면인데 자수를 넣고 엮고 접고 하면서 얘기가 생기고. 그 면과 면 사이에 또 다른 관계성이 생기는 것. 그런 게 좋습니다. 실 뿐만 아니라 흙이나 실리콘 등 다양한 소재로 매듭 디자인을 만드는데 도전하고 있어요!

특히 패브릭 소재 매듭은 사람손을 타는 디테일인데요. 공임 과정에서 매듭을 전담해주실 협업파트너의 존재가 정말 소중합니다. 저희가 그동안 매듭에 매달리면서 이걸 전담해주실 수 있는 장인분을 만나고 있고, 앞으로도 그 덕을 많이 볼 거 같아요. 원하는 디테일을 만들기 위한 파트너를 만나는 건 정말 중요합니다.

한지, 어디까지 쓸 수 있어요?

햇빛이 드리운 미색 한지

<1부에서 이어집니다>

둥글게 말린 색한지
ⓒfrice

한지, 이전에는 어떤 곳에 많이 쓰였었나요?

1980년대 이전에 한지가 가장 많이 사용된 분야는 건축 자재 분야였어요. 장판지, 벽지 수요가 많았죠. 병풍이나 족자처럼 표구 분야 수요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건축 자재는 기계로 만든 종이와 PVC 장판으로 대체되고, 표구는 액자로 대체됐죠. 한지의 역할이 대체되니, 쓰임새 역시 점점 줄고 있습니다.

노란 한지장판이 깔린 한옥 내부.
그렇다. PVC 노란 장판의 원조는 한지 장판. 한지 장판 색이 누리끼리했던 이유는 장판용 미색 한지에 여러 번 기름을 칠하고 경년변화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그렇다. PVC 노란 장판의 원조는 한지 장판. 한지 장판 색이 누리끼리했던 이유는 장판용 미색 한지에 여러 번 기름을 칠하고 경년변화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서울역사박물관
오늘날 생산 중인 장판용 한지. 한지장판은 여러 장의 한지를 붙이고, 천연 콩기름을 침투시킨 뒤 옻칠을 더한다
오늘날 생산 중인 장판용 한지. 한지장판은 여러 장의 한지를 붙이고, 천연 콩기름을 침투시킨 뒤 옻칠을 더한다. ⓒ천양피앤비

03. 연구, 디자인, 도전

혹시 뜻밖의 산업 군에서 한지를 써보겠다는 제안이 있나요?

최근 자동차 업계에서 연구 제안이 들어왔어요. 한지를 차량 내부 인테리어에 사용하고 싶은데, 같이 고민해달라는 의뢰였죠. 자동차에 종이를 쓰는 것이 자칫 불가능해 보였지만 한지라면 다르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또 오늘날 한지를 새롭게 쓸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해서 협업에 나섰습니다.

동양한지에서 차량 인테리어용으로 개발한 샘플 종이. 국내 완성차 그룹 계열사에서 의뢰했다. 직접 만져보니 다른 한지보다 질기고 튼튼하다
동양한지에서 차량 인테리어용으로 개발한 샘플 종이. 국내 완성차 그룹 계열사에서 의뢰했다. 직접 만져보니 다른 한지보다 질기고 튼튼하다. ⓒfrice

자동차 업계에서 요구하는 스펙에 맞출 수 있었나요? 한지는 수공예품이라 제작이 까다로웠을 것으로 짐작합니다.

결과부터 말씀드리자면, 차량 인테리어용 한지는 실패했어요. 양산(대량 생산)이 어렵습니다. 튼튼한 한지를 만들더라도 균일한 품질을 내기 힘들었어요. 그리고 높은 열을 가하거나 200톤에 달하는 압착기로 한지를 누르는 실험을 거쳤는데, 양산용 자동차에 적용되는 극한 테스트는 한지도 견딜 수 없었어요.

지금은 공예가 선생님이 모터쇼에 출품할 콘셉트카에 직접 설치하는 수준이 최선이죠. 그래도 이런 시도 자체가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지의 현대적인 쓸모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다양한 산업 군에 있다는 것을 더 많은 분들이 알아주셨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기억나는 다른 한지 연구 프로젝트가 있으신가요?

종로 물나무 사진관과 손잡고 ‘사진 인화용 한지’ 개발을 마쳤습니다. 저희는 ‘인쇄용 도침 한지’라 부르는데요. 성분은 국산닥 100%. 종이 분류 기준으로는 *2합 순지입니다. 한지에 디지털 사진을 인화하려는 디자인 프로젝트였습니다. 기존 한지를 프린트기에 걸면 종이 섬유질이 굵은 탓인지 한지가 기계에 걸리거나 구겨지는 문제가 있었어요.

인쇄용 도침 한지에 인화한 인물초상사진
인쇄용 도침 한지에 인화한 인물초상사진. ⓒfrice

‘도침’이라는 한지 제작 공정이 있어요. 종이를 두드려서 표면을 고르게 만드는 일인데, 도침을 강화하며 문제를 해결했죠. 이 종이는 미색 한지의 색감을 깊이 있게 유지하는 방향으로 개선을 시도 중입니다.

한지도 샘플북이 있을까요? 디자이너에게 종이 샘플북의 존재는 소중합니다.

있습니다.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KCDF) 산하 홍보관에서 만든 ‘한지 미리보기 책’이 대표적입니다. 몇몇 종이 업체도 생산 가능한 한지들을 묶어 샘플북을 내고, 색이 들어간 색한지를 모아 색깔을 구분하기 위해 샘플북을 만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또한 기계지 샘플북과는 다릅니다. 훗날 샘플북에 있는 한지가 다 떨어져, 그 종이를 비슷하게 만들더라도 결과적으로 비슷하지 않은 종이가 나오거든요. 컬러 팔레트를 찍어 오차 없이 디자인을 보려는 기계지 샘플북과 다릅니다. 제 생각에 한지 샘플북은 역사적인 기록물에 가깝다 봐요.

북촌 한지가헌에서 제작한 ‘한지 미리보기 책’. 
국내 18개 공방의 400여 종 한지를 소개하는 책자. 문화재용, 인쇄용, 공예용, 서화용, 인테리어용 등 용도별로 한지를 분류해, 종이에 얽힌 정보를 제공한다
북촌 한지가헌에서 제작한 ‘한지 미리보기 책’. 국내 18개 공방의 400여 종 한지를 소개하는 책자. 문화재용, 인쇄용, 공예용, 서화용, 인테리어용 등 용도별로 한지를 분류해, 종이에 얽힌 정보를 제공한다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04. 한지의 내일은?

한지가 요즘 위기라 들었습니다. 한지 업계가 마주한 가장 중요한 문제는 무엇이라 보십니까?

유통자 입장에서 말씀드리자면, 한지의 다양성이 줄어드는 게 가장 시급한 문제입니다. 한지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이 줄고, 종이 수요 자체도 줄어서 생산도 나란히 줄어드는 상황이죠. 예컨대 색한지(色韓紙)는 전국 각 지역에서 모읍니다. 지역별 한지는 염료의 숙성과 건조에 따라 미세한 차이가 나는데요. 이것은 전통한지의 특색이기도 해서 일부러 가게에 질 좋은 물건을 모아두려 해요.

세가지 색한지를 둥글게 말아 촬영한 사진
ⓒfrice

전국 각지의 장인들이 꾸준히 생산을 하셔야 다양한 색을 지닌 한지가 나오는데 그렇지 못해서 큰 고민입니다. 인기 있는 색은 계속 만들어지더라도, 중간을 받쳐줄 색이 줄어드니 결과적으로 한지의 컬러 스펙트럼이 줄어드는 거죠.

또 다른 문제는 수입 한지들을 선별하는 일인데요. 수입 한지의 재료 원산지나 생산지역을 추적하기 쉽지 않은 것 또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한지 품질 관리는 앞서 언급한 다양성 문제만큼이나 중요한 문제입니다. 국내에서 만든 것도 표준을 만드는 게 어려웠는데, 해외에서 만든 것은 관리가 더 어렵죠.

한지의 표준이나 품질관리 기준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한지 품질 표시제’라는 게 있습니다. 한지 생산자, 제조 방식, 재료 원산지 등의 제반 사항을 표기하는데요. 한지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추진된 제도입니다. 한지를 사용하는 구매자에게 한지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전통한지가 그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만들었어요.

취지는 좋은데, 이를 검증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이 모자랍니다. 만약 한지 생산처에서 사정이 생겨 표기된 정보를 지키지 못한다고 해도, 처벌이나 불이익을 주는 게 아니니까요. 그리고 한지는 제작 과정에서 수많은 공정을 거치는데, 이 중 한 부분만 헐거워도 품질 격차가 나타나요. 사람이 만드는 종이라서 결국 편차가 나타납니다. 아쉽지만 유명무실한 제도가 됐지요.

한지 디자인 현황을 설명하는 박창완
ⓒfrice

‘한지를 외국에서 싸게 들여오는 건 어떨까?’ ‘한국 전통과 한지의 우수성을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자!’ 이런 고민으로는 한지가 점점 뒤처질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한지는 지금 실제로 위태롭습니다. 특히 삼국시대 때부터 이어진 전통한지가 지금은 후계자가 없어서, 각 지역의 장인이 돌아가시면서, 지역의 전통한지 생산이 끊어지는 곳이 많습니다.

전통이 단절되는 것도 큰 문제군요.

한국은 ‘전통’이라는 화두가 ‘옛 것의 계승’과 연관됩니다. 그 어느 나라보다 변화가 빠르지만, 전통이나 전통의 순서를 건드리는 일만큼은 변화가 더디죠. 제 생각에 한국에서 ‘전통’과 ‘보존’이라는 개념을, 많은 분들이 같은 맥락으로 인식합니다. 저는 두 개념이 서로 다르다고 생각해요.

동양한지에서 자체 개발한 염색 옻칠 한지
동양한지에서 자체 개발한 염색 옻칠 한지 ⓒfrice

전통은 시대적 요구에 따라 변화되는 것입니다. 한지의 전통은 ‘닥나무 섬유로 만든 종이’라는 범주 안에서 시대의 요구에 맞춰 변화합니다. 보존은 문화재 보존용 한지나 전통한지 제작 기법처럼 ‘지켜야 할 옛 것’에 필요한 개념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오랜 세월 계승된 옛 것이 보존을 벗어나면, ‘그것은 전통이 아니다’라며 배척 받는 게 현실입니다. 보존이라는 명분이 전통을 막는 셈이죠.

“옛 것을 고스란히 유지하는 건 계승이지 전통이 아니다.” 라는, 예전에 들었던 어느 지식인의 말씀이 기억나네요.

해외 사례 중 참고할 만한 게 있을까요?

해외 출장 때 만난 화지(일본 전통 종이) 관계자의 말씀입니다.

“원료가 국산인지 수입산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현시대에 사용될 수 있는 종이를 만들어 잊히지 않게 만드는 게 중요하죠. 옛날 방식으로 자국 전통 종이를 만드는 것은 계승되어야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현대에도 사용될 수 있는 종이를 만드는 것이 아닐까요?”

옻칠한지를 포갠 모습
옻칠한지를 포갠 모습 ⓒfrice
옻칠한지는 종이 표면에 가죽을 보는 듯한 거친 질감이 드리운다
옻칠한지는 종이 표면에 가죽을 보는 듯한 거친 질감이 드리운다. ⓒfrice

저는 이 말씀이 한지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도 부합한다고 봐요. 혁신적인 제작시도나 제조공정의 현대화 같은 건 존중받아야겠지요. 해외 전통 종이 관계자분들은 저에게 “한지에 옻칠을 하는 건 좋은데, 왜 피부에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성분을 빼지 않느냐?”는 피드백을 전해주셨어요. 옻칠한지에 쓰는 원료는 옻나무에서 추출한 걸 그대로 칠하거든요. 실제로 한국에서 전통 옻을 다루는 분들은 팔이 거북이 등껍질처럼 갈라져 있어요. 옻의 독한 성분 때문이죠.

‘옻의 특정 성분을 분리하면 그것은 정말로 전통에서 멀어지는 것인가?’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현대화 과정에서 전통의 개념이나 전통을 규정하는 관점은 여러가지가 뒤섞이는 것 같아요.

밝은 조명 아래에서 한지의 질감은 도욱 도드라진다
밝은 조명 아래에서 한지의 질감은 도욱 도드라진다.ⓒfrice

한지의 대중화를 위해 어떤 것을 해볼 수 있을까요?

유통자 입장에서 퍼포먼스를 대안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일종의 쇼 엔터테인먼트를 제안하고 싶네요.

인사동 거리를 지나다니면, 서예나 악기 연주하는 분이 계시죠. 꿀타래 가게 사장님도 타래를 두 배 네 배 늘어뜨리며 지나가는 사람에게 볼거리를 만드시거든요. 한지는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런 퍼포먼스가 거의 없었어요. 한지에 사람들의 감각을 사로잡는 특별한 물성이 없진 않거든요. 앞으로는 한지를 이용한 예능적인 퍼포먼스가 중요할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인사동에서 한지를 뜨고 그걸 대중 앞에서 보여주는 겁니다. 30여 년 전, 동양한지가 종로 견지동에 있을 때 매장 안에서 한지를 만든 적이 있습니다. 공중파 방송국에서도 촬영을 왔었고. 거리를 다니시던 분들이 한지에 관심이 생겨 문의도 많이 주셨어요. 한지가 건조될 때까지 기다리다 종이를 사 가셨던 손님들이 있었습니다.

다양한 컬러와 기법이 적용된 한지의 변화는 무궁무진하다
다양한 컬러와 기법이 적용된 한지의 변화는 무궁무진하다. ⓒfrice

생산자에게 보조금을 지원하거나 관광지에 체험형 전시공간을 따로 운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지를 좀 더 대중적인 곳에서 재미있게 퍼포먼스를 하는 일도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지자체나 공공기관에서 한지산업을 위한 지원사업을 추진하신다면! 생산자나 유통자가 문화 진흥 프로젝트를 직접 만들 수 있게 지원을 하거나, 대중적인 공간에서 감각적인 퍼포먼스를 만들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을 개선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동양한지는 국산 한지를 지키고 싶어요. 1968년부터 대대로 인사동을 지킨 전문가로서, 앞으로도 국내 생산 업체와 상생하려고 합니다. 한지를 디자인에 활용하는 분들도 국산 한지를 위주로 사용해 주시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 2부 인터뷰는 한지의 오늘을 업계 전문가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시간이었어요. 한지를 만드는 사람, 한지를 쓰려는 사람 모두 고민이 많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럼에도 한지를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의 노력이 인상적입니다. 특히 자동차 인테리어 소재 연구나 사진 인화용 한지개발은 디자이너의 의지가 느껴지는 시도여서 눈길을 끄네요. 여러분은 한지의 내일을 어떻게 예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