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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구에서 만난 흙과 불과 나무의 예술

강원도 양구의 장작가마터에서 도자기를 굽는 모습

지금까지 알려진 우리나라 가마터는 1,350여 기. 고려-조선의 융성한 도자기 문화는 일제 강점기, 전쟁과 근대화를 거치며 자취를 감추었고, 그중에서도 나무토막을 태워 그릇을 얻는 전통적인 가마는 기술 발전과 제작 비용 증가를 이유로 현재 수십 여 곳만 남아있다. 프라이스는 강원도 양구의 도자기 작업장을 다녀왔다. 가마에 온종일 불 때는 날이었다.


가마를 보는 도예가들. 그들은 하루 종일 불상태를 보고 마른 소나무 장작을 가마에 집어넣는다
가마를 보는 도예가들. 그들은 하루 종일 불상태를 보고 마른 소나무 장작을 가마에 집어넣는다. ⓒfrice

전선을 간다

경춘국도 주말 교통체증을 빠져나오자 소양강이었다. 차는 강변 꼬부랑길을 누비며 태백산맥 터널을 가로지른다. 도로에서만 세 시간. 오전 6시에 출발한 차가 강원도 양구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10시였다. 먼 길 달려 도착한 취재처는 휴전선 옆 가마터. 그릇을 굽는 부자(父子) 도예가의 작업장이다. 높게 치솟은 산이 가마터 주위를 병풍처럼 둘러치고 있었다. 외딴곳이었다.

가마의 이름은 조령요. 나무를 태워 그릇을 굽는 곳이다. 도착하니 굴뚝에서 새카만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가마의 이름은 조령요. 나무를 태워 그릇을 굽는 곳이다. 도착하니 굴뚝에서 새카만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frice

어떤 흙에는 특별한 돌이 섞여 있다. 새하얀 흙이 강원도 양구의 지역특산물이다. ‘양구 백토’는 조선 후기에 인근 도요지로 흘러가 백자 제작에 쓰였고, 양구 백토로 만든 백자는 조선 왕실에서 따로 챙겨 쓸 정도였다. 양구 백토는 인기가 좋았던 모양이다. 숙종 27년, 국영 가마인 사옹원 분원 사기장들이 상소를 올렸다. 양구 백토가 아니면 백자 품질이 떨어진다며 양구 백토를 다시 공급해달라는 요구였다. 조선왕조실록에 적힌 내용이다.

오늘날 양구 백토는 환경보전을 이유로 채취가 제한되고 있어 여전히 귀한 대접을 받는다. 양구 백토는 지자체 주도로 1년에 300kg씩 지역 내 작가에게 분배된다. 몇몇 도자 공예가들이 터를 옮겨 양구에 정착하는 이유다. 카올린(kaolin, 고령토)이라 부르는 점토와 양구 백토를 섞어 그릇을 만들면, 우리가 익히 아는 조선백자가 탄생한다.

11월 초 가을인데, 양구는 벌써 영하권 추위였다. 불기운 덕인지 가마터 분위기는 어쩐지 따뜻했다
11월 초 가을인데, 양구는 벌써 영하권 추위였다. 불기운 덕인지 가마터 분위기는 어쩐지 따뜻했다. ⓒfrice

도착했을 때, 기물은 이미 가마에 들어간 상태였다. 작업자들은 동료와 함께 불 때기 작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가마에서 전해지는 열기는 캠핑장 화롯불과는 차원이 다른 화력이다. 작업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가마 주변을 천천히 살필 수 있었다. 쉬고 있던 작업자들은 먼 길을 달려 온 손님에게 따뜻한 차와 군고구마를 대접했다. 따뜻한 환대였다.

작가들은 가마 입구를 봉통(아궁이)라 부른다. 그릇 굽는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작가들은 가마 입구를 봉통(아궁이)라 부른다. 그릇 굽는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frice

불멍하며 생각한 것

가로 3M 세로 20M 폭의 커다란 도자 가마. 온도는 1,300℃ 이상 올라간다. 쇠도 거뜬히 녹일 만큼 뜨겁다. 이런 걸 통제하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작업이 아니다. 언뜻 보기에도 품이 많이 드는 작업이었다. 일단 부동산이 필요하다. 그릇 굽기 좋은 입지를 골라, 인적이 드문 곳에 가마를 지어야 한다. 운영비도 많이 든다. 야적장에 쌓인 땔감 구입비와 운송비용이 만만찮아 보였다. 인력수급도 골칫거리일 것이다. 더울 때 덥고, 추울 때 추운 곳에서 땀 흘려 일할 사람은 언제 어디서나 귀하니까.

가마의 모든 면을 둘러보았다
봉긋하게 줄지어 있는 가마의 측면 그리고 뒤에서 바라본 가마의 모습. 갈라진 흙벽이 인상적이다
가마의 모든 면을 둘러보았다. 봉긋하게 줄지어 있는 가마의 측면 그리고 뒤에서 바라본 가마의 모습. 갈라진 흙벽이 인상적이다. ⓒfrice

그럼에도 도전하는 이유는 경제 논리가 아니라 오직 예술 논리에서 나올 것이다. 왜 그릇을 굳이 전통적인 가마에 굽나? 이런 가마에서만 얻을 수 있는 아름다움은 무엇일까? 그런 게 정말 있긴 한가? 의문이 생겼다.

먼저 나무 장작을 태우는 가마터 입지가 따로 정해진 건지 물었다. 프라이스를 이곳에 초대한 신현민 작가는 이렇게 답했다. “첫째, 좋은 흙이 나는가. 둘째, 주변에 민가가 없는가.” 작업하면 연기가 피는데, 사람 사는 동네가 가까우면 결국 민원이 생긴다는 것이다. 그는 도공이 마음 편하게 일할 곳을 찾았고, 그런 곳을 찾다 보니 휴전선 인근 깊은 산골짜기에 가마터를 잡게 됐다.

기물이 들어간 가마는 진흙으로 문을 단단히 막는다
기물을 방에 채우면 진흙으로 문을 막는 벽을 만들어 웃풍을 차단한다
기물을 방에 채우면 진흙으로 문을 막는 벽을 만들어 웃풍을 차단한다. ⓒfrice

조선시대 도자가마처럼

양구 조령요는 조선시대 백자 도요지를 본뜬 계단식 가마터로, 20° 이상 경사면에 기물 넣는 방을 다섯으로 나눈 흙가마다. 한국민속대백과사전 ‘도자 가마’ 내용에 따르면, 조령요식 가마 구조는 16세기 이후에 등장한다. 고려-조선 초기엔 봉통(아궁이)부터 굴뚝까지 길게 연결된 가마를 지었는데, 조선 중후기부터 일정 간격마다 격벽을 설치해 가마 내부가 작은 방으로 분리되는 것이다. 이를 ‘지상식 연실 등요’라 부르는데, 이는 17세기부터 전국적으로 확산되기에 이른다.

도예 이론에 밝은 전문가들은 도자기 굽는 가마를 형태, 구조, 사용 연료 등에 따라 좀 더 섬세하게 분류한다. 예컨대 양구 조령요는 경사면을 따라 길게 놓인 구조를 감안하면 ‘오름가마’ 혹은 ‘너구리가마’, 진흙으로 지었기에 ‘토축요’. 그릇 굽는 공간을 구분했기에 ‘칸가마’로도 부를 수 있다. 현장에서 만난 작가들은 ‘장작가마’라 불렀다.

육송이 양지바른 곳에서 건조중이다. 나무토막의 세계에도 나름 질서가 있다. 가마터의 모든 장작은 건축적인 계산을 마친 상태로 보관된다
육송이 양지바른 곳에서 건조중이다. 나무토막의 세계에도 나름 질서가 있다. 가마터의 모든 장작은 건축적인 계산을 마친 상태로 보관된다. ⓒfrice
소나무 껍질은 불에 닿는 순간 튀고, 가마 안 기물에 닿으면 그릇에 잡티로 남는다. 육송을 3년 간 야적하면 소나무 껍질이 저절로 벗겨진다. 잘 마른 소나무를 쓰는 이유
소나무 껍질은 불에 닿는 순간 튀고, 가마 안 기물에 닿으면 그릇에 잡티로 남는다. 육송을 3년 간 야적하면 소나무 껍질이 저절로 벗겨진다. 잘 마른 소나무를 쓰는 이유. ⓒfrice
조령요는 소나무를 태우는 도자가마다. 3년 말린 육송을 태우면 재를 거의 남기지 않는다. 깨끗하게 탄 땔감은 가마화력상승에 기여한다
조령요는 소나무를 태우는 도자가마다. 3년 말린 육송을 태우면 재를 거의 남기지 않는다. 깨끗하게 탄 땔감은 가마화력상승에 기여한다. ⓒfrice

“가마 안에서 불은 기운이 약한 곳으로 빠집니다. 불이 가마 안에서 골고루 퍼지게 사람이 도와요. 불이 빠지는데 나무를 제대로 못 넣으면 그릇을 망쳐요. 유약 같은 게 제대로 안 녹는 거죠.”

통나무를 쪼개고 나면, 이제 불과 씨름해야 한다. 불길을 원하는 대로 이끄는 게 도예가의 역할이자 작가역량이다. 작가들은 땔감이 잿더미도 남기지 않고 사라진 자리에 다시 다른 땔감을 채운다. 가마 앞 온도는 이미 신발 밑창이 녹을 정도로 뜨겁다. 그럼에도 그들은 용감하게 원하는 위치에 나무토막을 채워 넣었다. 가마 속 불길이 다시 치우침 없이 고르게 퍼져 일렁였다.

가마의 이름은 일반적으로 'XX요'라 짓는다. 한자는 기와 굽는 가마 '요窯'를 쓴다
가마의 이름은 일반적으로 ‘XX요’라 짓는다. 한자는 기와 굽는 가마 ‘요窯’를 쓴다. ⓒfrice

가문의 영광

도자공예는 신현민 작가의 가업이다. 신씨 집안 남자들은 대대로 가마를 지어 한국 전통 도자를 연구한다. 가마의 이름은 왜 조령요일까? 조령은 경상북도 문경의 고갯길로, 신현민 작가의 할아버지 신정희 사기장이 첫 개인 가마를 지은 곳이다. 할아버지를 존경하는 손자가 선대의 작업 정신을 잇겠다는 다짐을 담아 이름 붙였다.

신경균 도예가(오른쪽)가 가마터 작가들에게 주의사항을 안내하고 있다. 그는 신정희 사기장의 셋째 아들로, 2세대 작가다. 사기장의 아들 4형제가 모두 도자기를 만든다. 3세대 신현민 도예가(왼쪽)는 아버지의 전담 조수로 움직인다. 장작 패기부터 가마 불 감시까지, 수고로운 일을 모두 감당하는 작업반장 역할이다
신경균 도예가(오른쪽)가 가마터 작가들에게 주의사항을 안내하고 있다. 그는 신정희 사기장의 셋째 아들로, 2세대 작가다. 사기장의 아들 4형제가 모두 도자기를 만든다. 3세대 신현민 도예가(왼쪽)는 아버지의 전담 조수로 움직인다. 장작 패기부터 가마 불 감시까지, 수고로운 일을 모두 감당하는 작업반장 역할이다. ⓒfrice

아버지 신경균 작가는 3세대 작가의 재능에 경험을 더한다. 신경균 작가는 대학 시절엔 조선시대 지방 도요지를 연구했고, ‘세종실록지리지’ 같은 고문서에 기록된 도요지 수백 여 곳을 직접 답사했다. 한국 전통 도자기를 들고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개인전을 펼친 아버지는 2022년 5월, 아들 신현민과 일곱 번째 가마를 지었다.

신경균 작가가 오랜 세월 연구한 주제는 달항아리(백자 대호). 백토를 구할 수 있는 양구에서 백자 생산에 적합한 가마를 지어 아들과 함께 도요지를 경영하는 이유다. 세상에는 직접 해봐야 배울 수 있는 경험이 있다. 공예가의 실전 노하우가 가마터에서 전수되고 있었다.


가마를 떠받치는 주춧돌
가마 근처는 어딜 가더라도 카메라를 대는 순간 얼굴 표정이 일그러질 정도로 뜨거웠다
가마를 떠받치는 주춧돌. 가마 근처는 어딜 가더라도 카메라를 대는 순간 얼굴 표정이 일그러질 정도로 뜨거웠다. ⓒfrice

가마는 숨을 쉰다

불 때는 봉통에서 사람 숨소리 같은 게 들린다. 소리는 규칙적으로 반복됐다. 현장 작업자들은 “가마 예열이 순조롭다는 징조.”라고 말했다. 이때부터 가마가 마치 살아있는 생명처럼 느껴졌다.

가마 불을 때기 전, 도예가들은 가마 앞에서 큰절을 올리고 작업을 시작했다. 경건하고 진지한 표정으로 그릇의 안녕과 무사를 기원했다. 가마를 만든 건 사람의 일이나, 거기서 기막힌 예술작품이 나오는 건 하늘의 몫이라는 태도였다.

봉통 위에 올라간 물그릇
봉통 위에 올라간 물그릇. ⓒfrice
깨끗한 물을 띄운 이유는 가마신에게 예를 갖추기 위함이다
깨끗한 물을 띄운 이유는 가마신에게 예를 갖추기 위함이다. ⓒfrice

“꺼내려면 아직 한참 남았는데, 못 참고 꺼내고 싶을 때가 있어요.”

현장에서 만난 작가들은 가마에서 완성된 기물을 꺼내는 순간이 도예 활동의 커다란 낙이라 말했다. 재벌구이를 마친 그릇을 마주하는 순간이 가장 들뜬다는 것이다. 그들은 “버리는 그릇도 만만찮게 많지만, 양품을 건졌을 때의 희열은 고된 노동을 창작으로 승화시키는 힘.”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작업자들은 양품 도자를 상상하며 옹기종기 모여 앉는다. 숨 쉬는 가마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가마 속 불길을 조율한다. 불침번처럼 교대근무를 서기도 한다. 봉통에 꾸준히 소나무를 던져 불기운을 보살피는 시간은 대략 20시간. 그 후론 그릇을 식히는 시간을 1주일 정도 갖는다. 흙문을 허물어 기물을 조심스럽게 꺼내, 검수를 마치면 가마터에서의 작업이 끝난다.

신현민 작가가 스마트폰을 꺼내 보여준 사진. 봉인된 흙문을 허물자, 시선의 끝에 아름다운 백자 대호가 나타났다. 잘 구운 달항아리는 정말 달처럼 생겼다
신현민 작가가 스마트폰을 꺼내 보여준 사진. 봉인된 흙문을 허물자, 시선의 끝에 아름다운 백자 대호가 나타났다. 잘 구운 달항아리는 정말 달처럼 생겼다. ⓒ김잔듸

MADE IN 장작가마

“장작가마에서만 나타나는 특별한 현상이 있어요. 그게 그릇에 독보적인 멋을 만들어요.”

3세대 도예가 신현민은 가마의 속사정을 전했다. 가마 밖 환경은 어떻게든 통제할 수 있지만, 안에서 불이 휘는 건 당시 날씨나 지역별 기후의 변수도 있다는 것이다. 같은 모습으로 빚은 그릇이 각자 다른 개성을 부여받는 이유다. 신 작가는 전통식 도자가마의 특장점을 고기 굽기에 빗댔다. 전기가마가 가정집 전자레인지라면, 장작가마는 캠핑장 숯불 그릴이라는 것이다. 고기가 익는 건 매한가지지만, 조리 환경에 따라 맛과 향이 달라진다. 그릇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성형을 마친 그릇을 날붙이로 깎는다
성형을 마친 그릇을 날붙이로 깎는다.
성형을 마친 그릇을 날붙이로 깎는다. 신현민 작가는 요즘 '면치기'라는 기법으로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찾고 있다
신현민 작가는 요즘 ‘면치기’라는 기법으로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찾고 있다. ⓒfrice

우연은 작품 조형에도 영향을 미친다. 불을 너무 많이 쫴서 기대했던 것보다 많이 수축했는데, 결과적으로 실루엣이 더 자연스러운 작품이 나오기도 한다. 신현민 작가는 이런 설명을 보탰다.

“그릇을 입에 댔을 때 닿는 느낌. 그릇을 손에 쥐었을 때 느끼는 실감. 그런 걸 미세하게 조정하면서 만족하는 포인트를 찾아내요. 도자기 만드는 사람들은 이제 여기서부터 들뜨기 시작해요. ‘이런 걸 불에 구워내면 어떤 모습일까?’ ‘그릇이 어떻게 나올지 너무 궁금해!’ 생각한 대로 결과물이 나오면 그만한 희열이 없어요.”

가마터 구경을 마치고 1주일 후. 그릇 사진이 도착했다. 그가 손에 쥐고 있던 각병이었다.

신현민 작가는 기대했던 것보다 비례가 아쉽지만, 봐줄 만한 작품이라 평가했다. 그는 아마 마음에 드는 작품을 얻을 때까지 계속 같은 과정을 반복할 듯싶다
신현민 작가는 기대했던 것보다 비례가 아쉽지만, 봐줄 만한 작품이라 평가했다. 그는 아마 마음에 드는 작품을 얻을 때까지 계속 같은 과정을 반복할 듯싶다. ⓒ김잔듸

가마터 주변에 흩어진 그릇 조각들. 초벌 과정에서 깨진 파편이 흩어져 있다
가마터 주변에 흩어진 그릇 조각들. 초벌 과정에서 깨진 파편이 흩어져 있다. ⓒfrice
기대를 밑도는 작품은 가차 없이 깨지기도 한다. 예술작품으로서 납득 가능한 경지에 오른 그릇이 공예시장에 등장할 기회를 얻는다
기대를 밑도는 작품은 가차 없이 깨지기도 한다. 예술작품으로서 납득 가능한 경지에 오른 그릇이 공예시장에 등장할 기회를 얻는다. ⓒfrice

과정이 특별하면 사고 싶다

그릇처럼 일상에서 실질적인 쓸모를 갖는 공예품은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한국에서 일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도자기는 어떤 기준으로 사야 할까?

그런 걸 알 기회는 그리 많지 않다. 신현민 작가의 양구 가마터 초대는 그런 점에서 특별했다. 덕분에 잘 몰랐던 것을 잘 알게 됐다. 소나무 장작 냄새가 몸에 밴 불멍도 특별했지만 말이다. 강원도 양구에서 배운 것은 도자기의 품격이었다. 제작 과정을 향유하는 즐거움이 으뜸이다. 나는 앞으로도 공예가의 손끝을 바라볼 것 같다.

😈 전통 도자는 제작이 수고스럽지만, 과정을 향유하는 기쁨이 큰 것 같아요. 사람들이 도자 공예품에 높은 가치를 매겨 거래하는 이유는 성실한 창작자의 ‘역량’과 오름가마 특유의 ‘우연성’이 아닐까요.

전통이나 예술 같은 추상적인 가치가 제대로 평가받기 위해서는, 작가의 생활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지금 여러분 곁에는 어떤 도자기들이 있나요? 어떤 가치와 감성을 곁에 두고 있나요?

나홀로 시대에 ‘분업’이 필요한 이유

2023년 2월에 문을 열어서 공방이름은 '이월(二月)'. 어린이집을 운영하던 복층 양옥집 1층을 공방으로 개조했다

‘분업’으로 ‘협동’하다
– 수제그릇을 합리적으로 생산하기


2023년 여름, 프라이스는 부산 문현동을 방문했다. 도예가들이 팀을 이뤄 그릇을 만들고 있었다. 도자 공방에서 지켜본 것은 전통공예와 산업디자인의 융합이다. 이들은 개인 창작과 외주의뢰를 병행한다. 숙박업계나 유통업계에서 제작을 맡긴 수제그릇은 공예품이지만 공장 못지않은 생산량이 요구된다. 그들은 산업 디자이너처럼 생산 최적화를 고민했다. 젊은 한국 도자공예가들의 분업을 바라보며 알게 된 것을 정리했다.


2023년 2월에 문을 열어서 공방이름은 '이월(二月)'. 어린이집을 운영하던 복층 양옥집 1층을 공방으로 개조했다
2023년 2월에 문을 열어서 공방이름은 ‘이월(二月)’. 어린이집을 운영하던 복층 양옥집 1층을 공방으로 개조했다. ⓒfrice

노동이 아니라 협동

흙투성이 사내가 맨발로 프라이스를 맞이한다. 이름은 신현민. 부산-경남지역에서 활동 중인 도예가로 경성대학교 공예 디자인학과 졸업생을 부산 문현동에 모은 장본인이다.

그는 ‘n인조 분업’을 시도한다. 팀리더의 고민이 반영된 도자 제작 시스템이며, 도제식 도자 공방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그는 부산 기장군에서 전통 도자를 연구하는 아버지에게 가업을 물려받고 있다. 아버지는 달항아리 연구로 유명한 신경균 작가. 미대에서 학습한 공예이론과 부친과 함께 장작가마를 운영하며 얻은 실전경험이 든든한 자산이다. 그는 자신이 가진 자산을 동료 작가와 공유하길 원한다.

# 빚기
홍성주 작가와 최한슬 작가가 토련기를 만져 흙덩어리를 뽑아낸다
이 흙을 빚으면 그릇성형이 시작된다
홍성주 작가와 최한슬 작가가 토련기를 만져 흙덩어리를 뽑아낸다. 이 흙을 빚으면 그릇성형이 시작된다. ⓒfrice
작가들은 분업 중 특정 업무를 전담하지만, 결과적으로 청소부터 그릇을 버리는 일까지 모두 경험한다. 분업역할을 반복 수행하며 책임감과 실전감각을 얻는다. 이는 아카데미에서 학습하기 힘든 도자 제작 경험이다
작가들은 분업 중 특정 업무를 전담하지만, 결과적으로 청소부터 그릇을 버리는 일까지 모두 경험한다. 분업역할을 반복 수행하며 책임감과 실전감각을 얻는다. 이는 아카데미에서 학습하기 힘든 도자 제작 경험이다. ⓒfrice

신현민 작가는 선대로부터 이어받은 교훈 중 ‘분업’을 힘써 이식하려 한다. 이유가 있다. 그가 직접 보고 배운 것이기 때문이다. 아버지를 따라 가마터에 가면 일하는 어른들이 많았고, 그릇 제작에는 여러 사람이 달라붙었다. 기억을 되짚어보면 사람이 적게는 20명, 많게는 30명 정도 참여했다고. 작가뿐만 아니라 장작 패는 사람, 불 때는 사람, 그림 그리는 사람이 모여 각자 자기 몫을 했다는 것이다. 신 작가 자신도 어려서부터 작업을 도우며 실전경험을 쌓았다.

#말리고, 굽기
가지런히 포개진 그릇들. 선반에는 온도 조절 장치가 설치되어 있어 환경에 알맞게 건조할 수 있다. 잘 마른 그릇은 가마에 들어갈 자격을 얻는다
가지런히 포개진 그릇들. 선반에는 온도 조절 장치가 설치되어 있어 환경에 알맞게 건조할 수 있다. 잘 마른 그릇은 가마에 들어갈 자격을 얻는다. ⓒfrice
인천 남동공단 제조업체에서 특수제작한 전기가마. 작품이 가마에 들어간다. 불은 가마 안에서 제멋대로 휜다. 통제할 수 없는 우연이 수제그릇에 고유한 멋과 감성을 부여한다.
인천 남동공단 제조업체에서 특수제작한 전기가마. 작품이 가마에 들어간다. 불은 가마 안에서 제멋대로 휜다. 통제할 수 없는 우연이 수제그릇에 고유한 멋과 감성을 부여한다. ⓒfrice
# 완성된 그릇
불을 쬔 그릇은 저마다 다른 흔적을 품고 있다
시간이 흐르면 운명처럼 주인을 만나 고유한 존재감을 뽐낼 것이다
불을 쬔 그릇은 저마다 다른 흔적을 품고 있다. 시간이 흐르면 운명처럼 주인을 만나 고유한 존재감을 뽐낼 것이다. ⓒfrice

길쭉한 병을 다듬고 있는 신현민 작가
클라이언트가 의뢰한 작품의 샘플이다
길쭉한 병을 다듬고 있는 신현민 작가. 클라이언트가 의뢰한 작품의 샘플이다. ⓒfrice

디자인 호텔에 도자공예품 채우기

이들의 분업을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건 라이프스타일 산업군의 공예품 수요다. 고급 뷰티 제품이나 희귀 건강식품처럼 격식과 예우를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선물이 인기를 끄는 가운데, 최근 들어 주목받는 물건이 바로 수공예품이다. 특히 제작 목적이 뚜렷하고 만듦새가 빼어난 공예가의 도자 그릇은 쓸모도 인기도 많다.

귀얄기법을 시연하는 신현민 작가. 전통 귀얄붓은 주로 돼지털이나 말총을 묶어 만드는데, 작가는 수수빗자루를 쓴다
귀얄기법을 시연하는 신현민 작가. 전통 귀얄붓은 주로 돼지털이나 말총을 묶어 만드는데, 작가는 수수빗자루를 쓴다. ⓒfrice
귀얄기법이란 분청사기 장식기법 중 하나. 넓고 굵은 붓으로 그릇 위에 백토를 발라 비정형 무늬를 새긴다.
귀얄기법이란 분청사기 장식기법 중 하나. 넓고 굵은 붓으로 그릇 위에 백토를 발라 비정형 무늬를 새긴다. ⓒfrice

숙박업계도 도자공예를 주목하는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 중 하나다. 취향의 세분화, 소비 양극화 등의 영향으로 대중의 소비 기준이 높아졌다. 대중이 상업 공간에 기대하는 경험은 ‘특별함’이다. 업계 실무자는 ‘특별함’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고민한다. 그중 ‘미적 체험’은 숙박업계 실무자가 채택하는 전략 중 하나. ‘공간 경험’이라는 이름으로 객실과 로비에 예술성이 깃든 오브제를 배치하고 있다. 부산 문현동 도자 공방은 이런 대중적인 공예작품 수요를 공략하고 있었다.

귀얄 기법을 활용한 화병. 무심하게 덧칠한 유약의 모양새와 산화철이 타며 검게 그을린 비정형 무늬가 인상적이다
귀얄 기법을 활용한 화병. 무심하게 덧칠한 유약의 모양새와 산화철이 타며 검게 그을린 비정형 무늬가 인상적이다. ⓒ더블유디자인그룹

2023년 상반기, 호텔사업을 전개하는 더블유디자인그룹이 한옥을 주제로 공예적 미감을 표현하는 객실을 기획했다. 클라이언트는 전통적이면서 모던한 도자기를 원했다. 도예가 크루는 호텔사업 실무자에게 전통기법을 응용한 꽃병, 인센스 홀더, 컵 등의 도자그릇을 해답으로 제시했다. 손발을 맞춰 본 도자공예가의 분업은 성공적인 납품을 가능케 한다.

거친 원토를 1250℃ 장작가마에서 구워낸 까만 도자컵. 호텔 객실로 퍼져 한국적 미감의 경험을 전달할 예정이다
거친 원토를 1250℃ 장작가마에서 구워낸 까만 도자컵. 호텔 객실로 퍼져 한국적 미감의 경험을 전달할 예정이다. ⓒ더블유디자인그룹

작가는 솜씨를 발휘할 기회를 얻고, 의뢰주는 만족스런 품질의 수공예품을 대량으로 획득한다. 실무자의 의지와 기업의 여러가지 속사정이 반영된 끝에 탄생한 릇이 결과적으로 도자공예의 대중화에 기여한 셈이다. 공예가가 디자이너로서 라이프스타일 산업군의 수요를 받아 창작에 나서는 건 비단 부산 문현동 공방에서만 벌어지는 일은 아니다. 의뢰인의 제작예산에 맞춰 공예가의 미감을 발휘한 그릇은 레스토랑이나 라이프 스타일 편집샵 등, 한국의 상업공간을 조금씩 채워나가고 있었다.


날카롭게 벼린 끌로 굽을 파는 신현민 작가
새롭게 만들어 보려는 항아리의 조형을 테스트하고 있다. 최소 주 2회 공방에 들른다는 신 작가는 분업이 없어도, 각자 공방에서 도전과제에 몰입한다고 말했다
날카롭게 벼린 끌로 굽을 파는 신현민 작가. 새롭게 만들어 보려는 항아리의 조형을 테스트하고 있다. 최소 주 2회 공방에 들른다는 신 작가는 분업이 없어도, 각자 공방에서 도전과제에 몰입한다고 말했다. ⓒfrice

물리적인 실감과 성장

지난 반세기 동안 한국공예판에서 도예가를 육성하는 방식은 크게 바뀌었다. 오늘날 도예가는 대부분 대학에서 배출된다. 장인의 공방에서 숙식하며 도자기를 배우겠다는 낭만은 이제 없다. 보따리짐 매고 찾아와 제자로 받아달라는 예비 작가는 자취를 감췄다.

신현민 작가는 운좋게 가족을 통해 도제식 공예교육을 받았으나, 모두가 그런 기회를 누리진 못한다는 걸 주목한다. 경험과 실력을 따르는 위계서열, 책임지는 리더십, 리더의 하향식 업무 분배, 작업능률 향상. 신 작가는 도제식 교육의 효과를 점검하고 팀리더로서 장점을 이식하는데 집중한다.

분업이 끝나고 이뤄지는 공방에서의 집단 창작연구는 젊은 도예가가 쉬지 않고 실력을 쌓을 수 있는 힘이다. 각자 관심사에 맞춰 연구주제를 정하고 실험적인 작품을 만들어 의견을 교환하는 것이다. 팀리더 신현민 작가에게 동료작가의 연구작 소개를 부탁했다.

연구하기
왼쪽부터 이홍준, 최한슬, 홍성주 作
왼쪽부터 이홍준, 최한슬, 홍성주 作

이홍준 작가의 ‘도자 에어조던 1’ ‘ 스니커즈를 흙으로 만들어도 원작과 동일한 가치를 지니는가?’라는 주제의식으로 만들었다고. 이 작가는 요즘 한국산 도자기를 외국인에게 파는 일에 관심이 많다.

최한슬 작가는 의례용 항아리를 연구한다. 연구주제는 죽은 사람을 기리는 항아리. 망자와 함께 땅에 묻히는 부장품에서 영감을 얻었다. 실용적인 쓰임새보다는 문화적 맥락을 고민하는 실험작이다.

홍성주 작가는 도자 조형물을 탐구한다. 조각칼로 흙덩이를 깎아 사람의 모습을 표현한 인센스홀더를 만들었다.

신현민 작가는 미대 졸업이 요리학원 자격증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자격증을 딴다고 반드시 맛있는 음식을 한다는 보장이 없듯, 미대 졸업했다고 좋은 그릇을 만드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아카데미에서 배운 틀을 벗어나기 위해 많은 노력을 쏟아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문득 박물관에서 본 ‘조선시대 가마터’가 떠오른다. 수백 년 전 도공은 평소엔 왕실이나 관아에 납품할 그릇을 만들고, 여유가 될 때 만들고 싶은 그릇을 빚었다고 한다. 시대가 바뀌어도 업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도예가는 생계를 책임지고 나면, 나만 만들 수 있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애쓴다. 몸과 정신을 연결해 손기술을 발휘하고 그릇에 특별한 감성을 부여하는 삶. 그런 삶이 담긴 그릇은 오늘도 내일도 귀하게 대접받을 것이다.

😈 효율화 된 분업은 두 가지 장점이 있네요.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고 작가 활동의 기초를 닦게 만듭니다. 혼자서 서너 시간 걸릴 작업을 여럿이서 한 두시간 안에 끝내는 것은 가성비를 추구하는 현대 사회의 지향점과도 닿아있습니다. 분업과 협동으로 ‘책임감’과 ‘실력’을 쌓는 것. “나만 아니면 돼!”라는 유행어가 밈처럼 도는 세상이라 더욱 귀한 마음씨라는 생각이 들어요. 여러분은 어떤 식으로 일하고 계신가요?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과 어떤 시스템을 갖춰 성장하고 싶으신지 궁금합니다.

비단잉어가 유리 연못을 헤엄치는 이유

을지로 참프루에 설치된 스테인드글라스 작품이 술잔에 비친다
유리창을 의뢰한 변익수 대표(왼쪽)와 유리창을 만든 배자한 디자이너(오른쪽)
유리창을 의뢰한 변익수 대표(왼쪽)와 유리창을 만든 배자한 디자이너(오른쪽) ⓒfrice

사장님의 한 끗 차이, 스테인드글라스 인테리어
(2)서울 을지로 참프루


@champloo_euljiro
서울 중구 을지로 14길 13 203호 검은문
| 일-목 18:00 ~ 24:00 금토 18:00 ~ 02:00 연중무휴


을지로 참프루 천장에 설치된 스테인드글라스 유리창
ⓒfrice

Q. 업장에 설치된 작품은 무엇인가?

변익수 유리창으로 만든 연못이다. 한옥 중정에 있는 연못을 의도했다. 원형 창문 뒤에 조명을 달았다. 어느 자리에 앉더라도 잘 보일 수 있게 살짝 눕혔다. 가게에서 만난 연극 무대 감독님의 조언이 결정적이었다. 수평보다 비스듬히 매다는 게 낫다는 거다.

배자한 한국적인 아트워크를 도면에 담았다. 재화를 상징하는 비단잉어, 고고한 연꽃. 이 둘을 가까이서 감상할 수 있는 징검다리. 특히 징검다리는 사람과 사람을 잇는 공간이라는 상징이다. 무늬의 결을 최대한 통일해 유리가 마치 물의 파동처럼 느껴지길 의도했다. 나무 프레임은 잘린 유리를 받쳐주는 역할이다. 구불구불한 곡선으로 짰다. 작품의 내구성을 보완하는 효과도 있다. 결과적으로 물에 반사 되는 나무의 느낌을 얻었다.

Q. 스테인드글라스는 어떻게 접했나?

배자한 친형이 스테인드글라스 작가다. 군 전역 후 친형이 일하는 공방에 놀러 가서 작은 장식품부터 이것저것 만들다 보니 재미가 붙었다.

변익수 사실 잘 몰랐다. 다만 요즘 들어 유행하는 인테리어라는 생각이다.

Q. 이 디자인을 채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변익수 연못을 연상하는 인테리어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여러가지 공간 디자인을 검토했는데 스테인드글라스가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어서 채택했다. 빛이 투과된 모습이 아름다웠고 그림자처럼 빛이 번지는 게 물과 속성이 비슷하다고 느꼈다.

배자한 사장님 요청 작품이기도 하지만, 여태까지 만든 스테인드글라스 중 가장 큰 규모여서 처음엔 걱정스러웠다. 허나 설치의도가 재밌고 작가로서도 한 발짝 나가 보자는 생각으로 제작에 나섰다.

지름 1.2m의 커다란 원형 틀 안에 비단잉어와 연꽃, 징검다리 등이 섬세하게 배치되어있다
지름 1.2m의 커다란 원형 틀 안에 비단잉어와 연꽃, 징검다리 등이 섬세하게 배치되어있다. ⓒfrice

Q. 실제로 설치한 소감은?

변익수 내심 상상했던 모습이 나왔다. 엉뚱하다 싶은 것도 나름대로 마음에 든다. 광원 조절에 따라 진짜 물결처럼 보이길 바라는 마음이지만, 그런 기술적인 건 잘 모르겠다. 아무튼 만족스럽다.

배자한 가게 인테리어 중에서 단연 돋보인다. 스테인드글라스가 공간에 끼치는 영향력이 대단하다는 걸 새삼 느낀다. 개인적으로는 갤러리에서 철수 기한 없는 개인전을 하는 기분이다.

조명을 비스듬히 걸어 어느 자리에 앉아도 그 모습을 면밀히 감상할 수 있도록 고려했다
조명을 비스듬히 걸어 어느 자리에 앉아도 그 모습을 면밀히 감상할 수 있도록 고려했다. ⓒfrice

Q. 업장에 설치한 스테인드글라스가 가장 아름다워보일 때는 언제인가?

변익수 의자에 비스듬히 앉아 고개를 들어 창을 바라볼 때. 참프루는 원탁을 중심으로 의자를 배치했다. 원탁 바깥에서 볼 때 연못창이 훨씬 입체적으로 보인다.

배자한 술 따른 잔 표면에 연못창의 모습이 담길 때. 거짓말 같아도 정말이다. (웃음) 액체의 질감이 잔 위에서 일렁이며 진짜 연못처럼 느껴지는데 참 아름답다.

잔 속에 연못이 담기는 순간. 물결을 따라 일렁이며 비단잉어는 잔 속을 내내 유영했다
잔 속에 연못이 담기는 순간. 물결을 따라 일렁이며 비단잉어는 잔 속을 내내 유영했다 .ⓒfrice

Q. 최근 인상깊게 구경한 한국 스테인드글라스는?

변익수 한남동 퍼킹어썸 바에서 본 유리창. 창 안과 밖이 연결되는 느낌이 신기했고 사진찍기도 재밌어보였다.

배자한 부산 남천동 성당의 초대형 유리창. 압도되는 느낌이 대단하다.

말굽 모양의 원탁을 따라 둘러앉는 구조의 테이블이 새롭다
말굽 모양의 원탁을 따라 둘러앉는 구조의 테이블이 새롭다. ⓒfrice

Q. 업장에 작품을 설치한 후 무엇이 변했나?

변익수 공간에 분위기를 딱 잡아주는 중심이 생겼다. 이전에 설치한 등은 다소 심심하다고 느낄 법한 조명이었다.

배자한 지금 스테인드글라스는 참프루의 확실한 포토스팟이다. 매출도 덩달아 오를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웃음)

을지로 참프루 진열장에 놓인 다양한 주류제품들
ⓒfrice

Q. 스테인드글라스 말고도 자랑하고 싶은 것은?

변익수 사연 있는 술. 그런 술을 참프루에서 많이 소개하는 편이다. 캐나디안 클럽(Canadian Club)이라는 위스키가 있다. 미국 금주법 시대에 성장한 술인데, 영화 <대부>에서 콜레오네 패밀리가 다뤘던 밀주다. 이야깃거리가 있는 술에 흥미를 느낀다. 앞으로 더 열심히 팔겠다.

배자한 다른 인테리어. 자세히 뜯어보면 재밌는 디테일이 많다. 우리는 커튼으로 기와를 표현한다. 현판에 쓴 글자는 한자처럼 보이지만 사실 한글이다. 액자에 빔으로 쏘고 있는 명화까지 재미있는 공간 디테일로 의도했다.

😈 스테인드글라스 작품을 활용해 인테리어 한 끗 차이를 만든 사장님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다른 사장님이 들려줄 이야기도 기대해주세요 🙂

오뎅바 사장님이 스테인드글라스 조명을 쓴 이유

유리창 너머로 비친 스테인드글라스 조명이 거리를 부유한다
슌노오뎅 최시윤 대표. 니혼슈와 어울리는 오뎅을 개발중이다. 오뎅가게만 30년 운영한 부산 장인어른에게 직접 배웠다
슌노오뎅 최시윤 대표는 니혼슈와 어울리는 오뎅을 개발중이다. 오뎅가게만 30년 운영한 부산 장인어른에게 직접 배웠다. ⓒfrice

사장님의 한 끗 차이, 스테인드글라스 인테리어
(1)서울 상수동 슌노오뎅
@SHUNNO_ODEN
서울 마포구 와우산로 22 1층 좌측 | 19:00 ~ 05:00 매주 월요일 휴무


슌노오뎅에 설치된 스테인드글라스 조명
ⓒfrice

Q. 업장에 설치된 작품은 무엇인가?

천장에서 떨어지는 조명장치다. 바 테이블 위에 4개 설치했다.

Q. 스테인드글라스는 어떻게 접했나?

3년 전? 창업을 준비하며 다양한 시도를 하기 위해 실내 인테리어를 공부했다. 당시 한창 핫한 인테리어가 스테인드글라스였다.

자세히 살피면 스테인드글라스의 양면을 모두 볼 수 있는 조명이다
자세히 살피면 스테인드글라스의 양면을 모두 볼 수 있는 조명 ⓒfrice

Q. 실제로 설치한 소감이 궁금하다.

내심 원했던 ‘한 끗’이 생겼다. 사실 요즘 일본풍 주점이 많이 생겼지 않나! 우리도 마찬가지다. 사케나 고구마소주같은 외국산 술을 파는데다 콘셉트도 일본 현지의 오뎅바다. 이국적인 무드를 재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차별화 또한 절실했다. 차별화 포인트를 빈티지 조명장치로 잡았다. 가게 분위기와 조화를 이루는 게 중요했는데, 그게 결과적으로 스테인드글라스가 됐다.

슌노오뎅 안팎으로 보이는 스테인드글라스 조명. 차분한 색으로 공간이 따뜻하게 채워진다
슌노오뎅 안팎으로 보이는 스테인드글라스 조명. 차분한 색으로 공간이 따뜻하게 채워진다. ⓒfrice

Q. 굳이 제작한 이유가 있다면?

사실 조명을 스테인드글라스로 쓸 계획은 없었다. 업장 내 실내 인테리어가 완성될 무렵, 조명이 고민이었다. ‘우리 가게와 딱!이다’ 하는 조명을 발견하지 못했다. 벽장식 인테리어 견적을 위해 스테인드글라스 업체에 방문했는데, 거기서 슌노오뎅과 딱 어울리는 조명이 걸려있더라. 그 자리에서 바로 계약을 해버렸다. 오뎅바를 준비하며 제일 잘한 인테리어다.

유리창 너머로 비친 스테인드글라스 조명이 거리를 부유한다
유리창 너머로 비친 스테인드글라스 조명이 거리를 부유한다. ⓒfrice

Q. 업장에 설치한 작품이 가장 아름다워보일 때는 언제인가?

추운 계절 새벽. 슌노오뎅은 오후 7시부터 새벽 5시까지 운영하는 심야식당이다. 한밤중 피크타임이 끝나고 새벽이 다가오면 스테인드글라스 조명만 켜둔다. 키친에서 입구를 바라보면, 창문에 반사되서 보이는 조명이 인상적이다. 가게 문을 여는 오후 7시는 살짝 밝은 조도를 유지한다. 이 또한 아름답다.

Q. 최근 인상깊게 구경한 한국 스테인드글라스는?

삼청동 아원공방 에 전시중인 크리스마스 오너먼트. SNS로 구경했는데 우리 가게에 데려오고 싶었다. 기발하고 아름답다.

슌노오뎅의 수제오뎅
ⓒfrice

Q. 업장에 작품을 설치한 후 무엇이 변했나?

빛이 우리를 표현할 새로운 수단이 된다. 마포구는 대체로 트렌디한 동네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귀엽거나 가벼운 이미지가 어울린다. 한편 우리에겐 진지하고 무거운 이미지도 못지 않게 중요하다. 대를 이어 오뎅을 만든다는 게 자랑스럽기 때문이다. 장인정신과 트렌드의 공존. 슌노오뎅의 정체성이 조명의 색과 톤으로 표현됐다.

슌노오뎅 전경. 포토존에 놓여있는 제품은 일본에서 직접 공수한 물건이다
슌노오뎅 전경. 포토존에 놓여있는 제품은 일본에서 직접 공수한 물건이다. ⓒfrice

Q. 마지막 질문이다. 또다른 자랑거리를 소개한다면?

매장 앞 작은 벽. 오뎅바 손님들이 사랑하는 포토존이다. 소품을 활용해 일본 동네 버스정류장처럼 꾸몄다. 퇴근 후 집 앞 정류장에 내리면, 바로 눈에 띄는 작고 편한 가게를 의도했다. 혼자 술 마시고 싶은데 약속은 따로 잡기 귀찮을 때 가는 주점. 혼술이 맛있는 가게가 되는 게 우리의 목표다.

😈 스테인드글라스 작품을 활용해 인테리어 한 끗 차이를 만든 사장님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다른 사장님이 들려줄 이야기도 기대해주세요 🙂

서울과 부산, 그리고 인천으로 떠난 종교 스테인드글라스 탐방기

부산 남천동 성당 스테인드글라스는 한국 최대 규모로 알려져있다

신성하거나 신선하거나

스테인드글라스. 뜻을 풀자면 ’색유리‘요, 스타카토처럼 통통 튀다 부드럽게 펼쳐지는 일곱 글자에 이토록 신성한 이미지를 심어준 건 중세시대 유럽이다. 아닌 게 아니라 신의 존재를 투영하기에 딱 좋은 매체였을 것이다. 모든 것이 기독교적 세계관으로 이어지던 시절이었고, 오래전부터 빛은 곧 신을 상징했으며 창틀에 박힌 스테인드글라스는 시시각각 다른 감도로 빛났으니까.

그러나 대표 이미지를 갖는다는 건 또 다른 면모를 보여줄 기회가 그만큼 줄어든다는 뜻이기도 하다. 유독 강하게 박힌 종교미술의 이미지 앞에서 문득 궁금해졌다. 사람도 딱 한 가지 면만 지니지 않는데 스테인드글라스라고 다를까? 만약 다른 관점에서 본다면 또 무엇이 보일까? 예술과 디자인이라는 필터를 쥐고 경부선을 넘나든 짧은 여행은 그런 사소한 물음표에서 시작되었다.

서울, 가재울 성당

경의중앙선 신촌역과 디지털미디어시티역 사이, 홍제천이 한때 모래내라는 이름으로 흘렀던 가좌역. 4번 출구로 나와 모래내시장을 지나고 헨젤과 그레텔 속 빵 부스러기처럼 늘어선 가로수를 따라 걷는다. 첫 번째 목적지는 낮고 오래된 건물들이 길쭉길쭉한 아파트 단지로 변해가는 풍경 속에 숨어 있었다. 스테인드글라스 통창으로 유명한 가재울 성당.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 385-5에 위치한 가재울 성당의 외관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 385-5에 위치한 가재울 성당 ⓒfrice

여기가 맞아? 솔직히 말하자면 첫인상은 그랬다. 회색빛 십자가가 아니었더라면 모르고 지나쳤을 만큼 외관이 담백했다. 남가좌동을 휩쓴 뉴타운 재개발의 결과물이었다. 1971년에 설립된 본당이 허물어진 후 2014년 문을 열었다는 가재울 성당은 주변을 둘러싼 아파트며 주민센터에 위화감 없이 스며들었다. 자고로 스테인드글라스란 클래식한 건축물에 어울리는 것 아닌가 싶어 반신반의하는 마음이 되었지만, 반전은 2층에서 시작됐다.

가재울 성당 2층에 들어서면 거대한 스테인드글라스 작품을 마주한다
가재울 성당 2층에 들어서면 거대한 스테인드글라스 작품을 마주한다 ⓒfrice

고요한 복도 저 편에서 빛나는 유리화와 그 아래 웅덩이처럼 고인 빛그림자. 누구에게나 유년 시절의 아이콘 같은 만화영화가 하나쯤 있다. 내 경우엔 ‘미녀와 야수’였다. 비가 쏟아지는 밤, 초라한 행색의 노파를 내쫓아버린 왕자와 그의 차가운 심장에 저주를 건 마녀. 알록달록 유리화로 펼쳐지는 프롤로그는 어린 눈에도 아주 낭만적이었다.

장미꽃같은 빨간 동그라미는 예수의 심장을 의미한다
붉은 유리가 푸른 유리와 대비되며 인상적인 심볼로 다가온다
장미꽃같은 빨간 동그라미는 예수의 심장을 의미한다 ⓒfrice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는 순간 오랫동안 잊고 있던 그 장면이 되살아났다. 저 멀리 노랗고 파란 유리 조각들이 회오리치며 우주를 이루고 있었다. 국내 최초 스테인드글라스 작가인 고(故) 이남규의 ‘예수 성심’(1988)이었다. 재개발 전까지 본당을 지키다 이곳으로 옮겨왔다는 작품은 고개를 들어 올려다봐야 할 만큼 거대했고 시간의 흐름에서 벗어난 듯 반짝였다. 울퉁불퉁 깨진 유리들이 두꺼운 단면 안쪽으로 말간 바다를 품고 있었다. 장미꽃이라고 생각했던 빨간 동그라미가 예수의 심장이었다는 사실은 나중에 알았다.

가재울 성당의 물고기 모양 스테인드글라스는 설치미술가 오순미 작 (2014). 가재가 많아 붙여졌다는 가재울 명칭과 모래내에서 영감을 받았다. 거대한 물고기는 구원을 상징하며 유리 전체의 작은 격자들은 신자 개개인을 나타내는 모래를 추상적으로 표현했다
가재울 성당의 물고기 모양 스테인드글라스는 설치미술가 오순미 작 (2014). 가재가 많아 붙여졌다는 가재울 명칭과 모래내에서 영감을 받았다. 거대한 물고기는 구원을 상징하며 유리 전체의 작은 격자들은 신자 개개인을 나타내는 모래를 추상적으로 표현했다. ⓒ사진 frice, 참고 가톨릭 굿뉴스

하지만 이곳이 유명한 진짜 이유는 다른 데 있다. 2층과 3층을 아우르는 대성전 오른편, 모래알 같은 격자무늬 위로 부드럽게 헤엄치는 물고기 형상. 설치미술가 오순미와 건물 설계 단계부터 논의했다는 무지갯빛 창문이다. ‘모래내’와 ‘가재울’에서 영감받았다는 창문은 모티프에 충실했다. 화려한 밑그림도 장식도 없었지만 그걸로 충분했다. 거기에는 푸르스름한 새벽녘, 노랗게 물든 한낮, 뉘엿뉘엿 저무는 해질녘까지 다양한 시간대가 깃들어 있었다. 어느 쪽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짤막한 시차가 생겨났다. 다른 것 없이도 색감이 곧 장식이었다.

노랗게 물든 한낮을 닮은 스테인드글라스 해질녘 오후의 시간이 공존한다
푸르스름한 새벽을 닮은 스테인드글라스. 해질녘 오후의 시간이 공존한다
푸르스름한 새벽과 노랗게 물든 한낮, 해질녘 오후의 시간이 공존한다 ⓒfrice

스테인드글라스의 세계를 제대로 마주한 건 그로부터 한참 후였다. 오후 세 시를 넘기자 불현듯 햇빛이 스며들었다. 유리에 새겨진 숨결을 따라 물그림자 같은 흔적이 드리워졌다. 그제야 깨달았다. 스테인드글라스란 단순히 색유리의 개념이 아니라는걸.

창문을 통과한 빛과 거기서 퍼져 나오는 그림자, 화창한 장조와 싱거운 단조가 만들어내는 리듬, 그 모든 것들이 하나의 세계를 이루고 있었다. 공간이 오묘한 빛깔 속으로 천천히 잠겨 들었다.


남천성당의 기울어진 형태는 배의 돛 모양을 닮았다. 항구도시 부산을 염두에 둔 것. 오른편의 열쇠모양 종탑은 천국의 열쇠를 들고 하늘로 향하고 싶은 인간의 마음을 표현한다
남천성당의 기울어진 형태는 배의 돛 모양을 닮았다. 항구도시 부산을 염두에 둔 것. 오른편의 열쇠모양 종탑은 천국의 열쇠를 들고 하늘로 향하고 싶은 인간의 마음을 표현한다. ⓒ사진frice, 참고_부산일보

부산, 남천성당

서울에서 목적지를 찾아가는 길은 조금 길었다. 아침부터 부산행 열차를 타고 한참을 달린 후 캐리어를 끄는 여행자들과 심드렁한 얼굴의 주민들이 뒤섞인 마을버스에 실려 덜컹덜컹. 3시간 남짓의 여정 끝에 드디어 ‘샤’ 모양 건물을 만났다. 잘라낸 케이크 같은 삼각형 옆으로 열쇠 모양 종탑이 세워진 풍경, 부산의 남천성당이었다.

부산 남천동 성당 내부
ⓒfrice

이곳의 시그니처는 45도 기울어진 벽면의 안쪽이다. 길이 53m에 높이 42m인 유리화로 온통 뒤덮여 있기 때문이다. 단일 규모로 세계 최대라는 유리화는 한평생 사제와 미술가를 넘나든 조광호 신부의 작품이기도 했다. 어려서부터 시인과 화가를 꿈꿨으며 미(美)를 곧 진리라 여긴다는 70대 신부가 탐구한 아름다움은 어떤 모습일까.

부산 남천동 성당 내부. 한국 최대 규모 스테인드글라스 아트워크를 만날 수 있다
한국 최대 규모 스테인드글라스가 설치된 부산 남천성당
한국 최대 규모 스테인드글라스가 설치된 부산 남천성당 ⓒfrice

들어서자마자 평화였다. 창문 가장자리를 타고 구석구석 쏟아져 내리는, 파도처럼 밀려왔다 빠져나가는, 반대편 벽 위로 어룽거리는 빛, 빛, 빛. 숫자와 단위로 읽었을 때는 알 수 없던 공간감이 눈앞에 펼쳐졌다. 기도하는 마음에는 주일이 없다는 듯 몇몇 신자들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기다란 의자 위로 빛무리가 비스듬히 내려앉았다.

유리에 유약으로 그림을 그린 후 소성과정을 거쳐 설치된 스테인드글라스
유리에 유약으로 그림을 그린 후 소성과정을 거쳐 설치된 스테인드글라스는 조광호 신부의 작품이다
유리에 유약으로 그림을 그린 후 소성과정을 거쳐 설치된 스테인드글라스는 조광호 신부의 작품이다 ⓒfrice

평일 오후였고 온통 침묵이었다. 기획부터 제작까지 꼬박 3년이 걸렸다는 유리화는 추상화와 구상화를 합쳐놓은 듯한 모습으로 존재감을 뽐냈다. 삼위일체를 상징하는 동그라미들이 물보라를 일으키는 동안 아래쪽으로 성경 속 인물들이 또렷하게 나타나는 식이었다. 어떤 선은 비 갠 하늘처럼 선명했고, 또 어떤 선은 붓질 대신 페인트를 뿌렸던 잭슨 폴록의 것처럼 거칠었다. 어제 만들어졌다고 해도 믿을 만큼 맑고 생생한데 1995년작이라니, 새삼 스테인드글라스는 한번 만들어지면 처음의 빛깔과 형태 그대로 천 년을 간다는 말이 실감 났다.

부산광역시 수영구 수영로 427번길 15에 위치한 부산 남천성당. 의자 위로 스테인드글라스를 통과한 빛이 떨어지고 있다
부산광역시 수영구 수영로 427번길 15에 위치한 부산 남천성당 ⓒfrice

머무는 내내 따라붙은 건 뭐라 이름 붙일 수 없는 감정들이었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앞에서 기도하고 사색하고 젖어들었을까. 하릴없이 겸허해지는 모든 순간이 여기에 녹아있다 생각하니 경건해졌다. 할 수만 있다면 작가에게 묻고 싶었다. 유리를 자르고 달구고 조각조각 맞춰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셨느냐고.

나오는 길에는 맨 뒷자리에 앉아 기도를 했다. 사실 기도라기보다는 소원을 비는 쪽에 더 가까웠지만, 평소 들춰보지 않던 이야기들이 나도 모르게 툭툭 튀어나왔다. 어쩌면 종교란 나를 들여다보게 하는 어떤 초월적 순간이 아닐까, 불현듯 그런 문장이 머릿속을 스쳤다. 빛은 여전히 창문 아래로 똑똑 떨어지고 있었다.


인천, 강화 동검도 채플

마지막 목적지는 강화도 남동쪽의 작은 섬 동검도였다. 면적 1.6㎢에 불과한 그곳에 조광호 신부의 또 다른 작품이 있다고 했다. 마음이 춥던 유학 시절, 알프스의 어느 작은 채플에서 얻었던 위로가 지어올린 곳. 누구나 방문할 수 있고 위로받을 수 있는 7평짜리 영혼의 쉼터.

인천 강화군 길상면 동검길 114에 위치한 자그마한 건물
인천 강화군 길상면 동검길 114에 위치한 자그마한 건물 ⓒfrice

인천 강화군 길상면 동검길 114에 위치한 자그마한 건물 ⓒfrice

갯벌을 지나 도착한 예배당은 ‘주인 없는 집’이라는 소개말답게 텅 비어 있었다. 이따금 트럭이며 자동차가 흙먼지를 일으키며 지나가는 도로 옆쪽이었다. 벽면과 천장을 가로지르는 십자가만이 이곳이 기도하고 명상하는 곳이라는 걸 알려주었다.

양 문에 우주가 빼곡하다
양 문에 우주가 빼곡하다 ⓒfrice

세상에서 가장 작은 성당이라는 이곳은 성인 다섯 명쯤 누우면 꽉 찰 만큼 좁았다. 그렇지만 정면 가득한 통창으로 갯벌이 훤히 내다보였고, 출입문에는 칸칸이 우주가 그려져 있었다. 물리적으로는 작지만 그 이면은 훨씬 넓은 세계와 연결되어 있다고 온 공간이 외치는 듯했다. 무엇보다 벽면마다 자리 잡은 스테인드글라스. 해가 뜨고 질 때마다 매끈한 삼각형과 길쭉한 사각형과 늘어진 오각형을 따라 충만하게 물들 모습이 눈에 선했다.

강화도의 자연이 창 밖으로 보인다
실내 스테인드글라스 작품이 창 밖 예수십자가 상과 나란히 우뚝 서있다
ⓒfrice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아쉽게도 구름 낀 날이었다. 빛이 들지 않는 스테인드글라스는 늘 환하게 웃던 사람이 미소를 지우고 보여주는 민낯 같았다. 음악이라면 무대 위에서 홀로 주목받는 독주가 아니라 다양한 악기들이 모여 이루는 오케스트라 연주였다. 빛의 예술이라는 건 빛 없이 존재할 수 없다는 뜻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퍼뜩 스쳤다. 유리의 맨얼굴로는 무엇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할까? 살펴본 적 없던 물음표 하나가 고개를 내밀었다.

아름다움과 실용성 사이, 우리가 몰랐던 스테인드 글라스

인간은 아름다움에 접근함으로써 본래의 인간이 된다고 했다. 생각보다 가까이 있었지만 제대로 들여다본 적 없던 스테인드글라스를 마주하면서 그 문장을 자주 더듬어 보았다.

감정을 건드리는 것이 예술이라면 스테인드글라스는 가장 순수한 예술이었다. 그 앞에 서는 건 광활한 자연 앞에 서는 순간 같았다. 저항할 힘조차 없이 압도되는 것, 잠시 할 말을 잊게 되는 것. 바깥에서 스며드는 빛에 사로잡혀 있자면 안쪽 깊숙한 곳에서 무언가가 피어올랐다. 인간에게 빛은 무엇을 뜻하는 걸까, 대체 무엇이 담겨있기에 이렇게 마음을 울리는 걸까 생각하기를 여러 번.

빛을 통과시킨 스테인드글라스 작품의 아름다운 모습
ⓒfrice

그렇게 말랑한 순간들 사이로 실용적인 선택지가 불쑥 튀어나왔다. 혁신적일 것, 아름다울 것, 기능을 이해하기 쉬울 것, 오래 지속될 것, 환경친화적일 것, 최소한의 디자인으로만 이루어질 것. 디자이너들의 디자이너 디터 람스가 일찍이 세운 ‘좋은 디자인의 원칙’이 거기에 녹아 있었다.

그럴 때마다 스테인드글라스는 쓸모를 따지지 않는 작품에서 존재 이유가 확실한 제품으로 얼굴빛을 바꿨다. 요청하는 이 없이도 자라나는 이야기에서 들어주는 이가 있기에 만들어지는 이야기가 되었다. 아름다움과 실용성이라는 관점을 쥐고 떠났으나 그런 분류 기준이 과연 의미가 있는지 스스로 묻게 되는 순간들이었다.

어쩌면 우리는 스테인드글라스가 품은 가능성을 너무 오래 몰라보고 있었던 게 아닐까. 빈티지 소품이나 상업 공간 속 장식 요소 등으로 점차 친숙해지고 있지만 그것이 스쳐가는 트렌드인지 본질적인 확장인지는 알 수 없는 요즘, 이 영롱한 색유리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닿아 새로운 물꼬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이유다. 심미적인 아름다움과 효율적인 실용성이야말로 각자의 자리에서 인류를 구원해 온 요소니까. 물론 이건 아주 개인적인 시선의 끝, 그 앞에서 또 다른 누군가는 무엇을 보게 될지 궁금해진다.

한국 1세대 스페셜티 커피 매장, 커피 리브레 연남점

거리에서 본 커피 리브레 연남점
거리에서 본 커피 리브레 연남점
커피 리브레 신 연남점 ⓒfrice
신 연남점 오픈 첫 날, 국가대표 바리스타 대회 파이널리스트이자, 연남점 헤드 바리스타인 김명근 씨가 땀을 뻘뻘 흘리면서 커피를 세팅하고 있었다.
신 연남점 오픈 첫 날, 국가대표 바리스타 대회 파이널리스트이자, 연남점 헤드 바리스타인 김명근 씨가 땀을 뻘뻘 흘리면서 커피를 세팅하고 있었다. ⓒfrice

카페 오픈런, 거기에 에스프레소를 곁들인

수줍음이 많은 김명근 바리스타의 에스프레소는 깊고 깊은 심연 속에 한줄기 빛과 같은 느낌이다. 어둠 속에서도 끈질기게 빛을 잃지 않고, 섬세하고 아름답게 무지개와 같은 스펙트럼으로 갈라진다.

커피 리브레에서 제공한 에스프레소잔
ⓒfrice

강렬하면서 진득하다. 아름답고 선명하다. 기본 에스프레소를 한 모금 마시고, 설탕 한조각을 넣어 잘 저어 마시면, 강력한 질감 속에서 아름다운 향기와 커피가 뿜어내는 임팩트를 즐길 수 있다. 남반구 최고 스페셜티 커피 매장으로 손꼽히는 세인트 알리의 살바토레 대표는 한국을 방문해서 커피 리브레의 배드 블러드 블렌딩 에스프레소를 세계 최고의 커피로 손꼽기도 했다.

입구에서 바라본 커피 리브레 신 연남점
커피 리브레 신 연남점 1층 주문대를 바라본 모습
ⓒfrice

창립 14주년을 맞이한 커피 리브레는 한국인 최초 큐그레이더 서필훈이 설립했다. 보헤미안 서울의 팀장으로 핸드드립 커피 최고의 이론가였던 서 대표. 그는 2008년 미국 스페셜티 커피 협회의 커피 감정 자격증인 큐그레이더 시험에 통과했다. 커피생두를 감별하는 전문가가 탄생한 것이다.

당시만 해도 스페셜티 커피는 생소했다. 스페셜티 커피의 기본 개념은 커피빈의 물질적 속성을 탐구하고 생산자의 이력을 정리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생긴 평가 기준은 양질의 커피를 판단할 새로운 근거가 됐고 스페셜티 커피는 어느새 현대인이 커피를 향유하는 표준으로 자리잡았다. 2010년대에 벌어진 커피업계의 커다란 변화중 하나.

이 변화를 이끈 커피 리브레는 그래서 한국 1세대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로 손꼽힌다. 서 대표는 첫 매장을 연남동 동진시장에 열며 스페셜티 커피의 가치를 본격적으로 국내에 전파하기 시작했다. 이들에게 연남동이 특별한 이유다.

커피 리브레 신 연남점에서 바리스타가 매장을 바라보는 모습
커피 리브레 신 연남점 1층의 브루잉 툴을 바라본 모습
ⓒfrice

신 연남점은 매장 입구에 푸어스테디 브루잉 머신이 도입됐다. 정교한 커피 추출을 가능케 한 첨단설비다. 한편 안쪽에는 과거 연남점 매장의 추억을 잇는 한약방 인테리어가 그대로 재현되었다.


커피 리브레의 마실거리

신메뉴 삼총사가 등장했다. 마로키노, 아포가토, 그라니타. 오직 연남점에서 맛 볼 수 있다. 마로키노는 에스프레소와 초콜릿 크림을 결합시킨 창작음료. 스팀화 시킨 초콜릿과 스페셜티 커피의 향미가 아름답게 공존한다. 여운이 오래 남는 음료다 .

커피 리브레 연남점의 시그니처 메뉴. 마로키노,아포가토,그라니타
왼쪽부터 마로키노, 아포가토, 그라니타 ⓒfrice

그라니타는 레몬 소르베를 이용한 에스프레소 기반 음료다. 개인적으로 한국 최고의 수제 아이스크림으로 꼽는 펠앤콜이다. 소르베의 선명한 산미가 커피와 결합해 입체적인 맛을 경험할 수 있다. 아포가토는 솔트 아이스크림을 사용한다. 팰앤콜의 솔트 아이스크림은 단짠이 선명하다. 향미가 분명한 커피와 만나 입 안의 감각을 풍성하게 만든다. 새단장에 어울리는 특별한 맛.

커피 리브레의 시그니처 디카페인 블렌드빈, 나이트호크
커피 리브레의 시그니처 디카페인 블렌드빈, 나이트호크 ⓒfrice

커피 리브레의 시그니처 디카페인 블렌드빈, 나이트호크 ⓒfrice

개인적으로 커피 리브레에서 추천하는 커피는 디카페인 커피이다. 과거, 디카페인 커피는 이산화탄소를 활용한 추출법이 주류였다. 화학적인 방법을 사용하는 위험한 방식이었다. 그나마 안전한 스위스 워터 방식이 나왔지만, 스페셜티 커피에 기대하는 향미에는 못 미쳤다.

최근에는 커피리브레를 포함한 선두업체들이 멕시코 고산지대의 청정수를 이용한 마운튼워터 방식으로 안전하고 친환경적으로 카페인을 제거하면서, 스페셜티 커피에 기대했던 아름다운 향미를 성공적으로 발현하고 있다. 우수한 디카페인 커피를 다양하게 체험할 수 있다..

커피리브레는 연남점 재개장과 함께 <베스트 오브 파나마*> 대회 우승 농장인 핀카 하트만의 커피, 연남점 특별 블렌딩 동진시장, 디카페인 블렌딩 나이트 호크, 온두라스 <COE**> 1위 커피까지 준비했다. 이들의 원두는 주마다 라인업이 바뀐다. 브랜드에서 발신하는 뉴스채널을 구독해두면 다양한 커피 원두를 구입할 수 있다.


커피를 추출하는 바리스타의 모습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의 머신 세팅은?

이들은 브루잉 커피를 만들 때, 말코닉 eK 43 그라인더를 사용한다. 업계 관계자 사이에선 커피빈을 섬세하게 분쇄할 수 있는 고급머신으로 평가받는다. 매장의 에스프레소 머신은 로버와 라 마르조코를 조합한다. 로버 그라인더는 원뿔형 코니컬 그라인더인데 향미가 좋은 스페셜티커피와 궁합이 최적이다.

에스프레소 머신을 움직이는 바리스타의 손
ⓒfrice

피렌체에서 전문가들에게 의해서 생산된 라 마르조코 에스프레소 머신은 모델에 따라서 온도조절, 압력조절과 같은 변수를 통제할수 있고, 스페셜티 커피 산업에서 가장 안정적인 추출을 선보이는 머신이다. 로버와 라 마르조코의 조합은 마치 F1 레이싱에서 페라리 머신과 미셰린 타이어와 궁합처럼 클래식하고 안정적이다.

커피리브레 구 연남점의 안과 밖
동진시장에 자리한 구 연남점의 안과 밖 ⓒfrice

연남동 대표 카페의 디자인 혁신

2012년. 커피 리브레 첫 번째 카페 매장이 열렸다. 연남동 동진시장 이불 가게를 개조했고 중고 자개 테이블과 한약방 서랍장으로 인테리어를 보충했던 소박한 매장이었다. 10여 년 동안 세계적인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로 성장했지만, 젠트리피케이션을 피할 순 없었다. 2023년 7월, 건물주의 요청으로 동진시장에 연 매장을 정리했다.

매장 이전은 디자인 리노베이션의 계기가 됐다. 구 연남점은 오래된 재래시장을 개조해서 방습, 방진이 취약했다. 특히 시장 내부 공중화장실이 매우 열악했다.

과거 스페셜티커피 업체들이 생존을 위해서 매장을 꾸리기에 급급했다면, 현재는 디자인을 강화하고 있다. 커피 리브레 또한 신연남점을 통해 브랜드를 대표하는 공간을 대폭 개선할 수 있었다. 

신 연남점은 경의선 철길 옆 건물로 낙점됐다. 20세기 중반 마포구에 흔히 보이는 20세기형 2층 단독 주택을 리노베이션.

신 연남점 오픈 첫 날, 매장을 찾은 가족 손님과 반려동물 동반 손님
신 연남점 오픈 첫 날, 매장을 찾은 가족 손님과 반려동물 동반 손님ⓒfrice

신 연남점은 배리어-프리(barrier-free)를 강화했다. 1층 커피바는 어린이 환영, 반려동물 환영, 교통약자 이동권을 적극 반영한다. 어린이와 반려동물을 위한 편의용품, 단차없는 플로어, 교통약자를 위한 화장실을 설계했다. 개장 첫 날부터 새롭게 설계된 공간 디자인을 이용하는 손님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반려동물 하네스를 걸어둘 수 있는 고리와 나쵸 리브레의 레슬링 가면을 오마쥬한 화장실 입구의 픽토그램. 브랜드 로고 응용이 재치있다.
1. 반려동물 하네스를 걸어둘 수 있는 고리 / 2. 나쵸 리브레의 레슬링 가면을 오마쥬한 화장실 입구의 픽토그램. 브랜드 로고 응용이 재치있다. ⓒfrice

커피 리브레 연남점은 새롭게 매장을 오픈하면서 브랜드 최초로 인테리어 전문 디자인팀과 함께 작업을 했다. 옛 매장은 레트로한 공간 인테리어로 눈길을, 새 매장은 손님편의가 우선이다. 안정적인 조명설계와 편안한 시각 요소들이 연남동 깊숙한 곳에 자리한 카페를 방문한 이들에게 평안함을 느끼게 하고 있다.

커피 리브레 연남점 2층 모습
커피 리브레 연남점 2층 모습
커피 리브레 연남점 2층 모습. 밝으면서 개방감 있다
신 연남점 내부. 밝으면서 개방감 있다. ⓒfrice

새롭게 단장한 매장은 밝게 도색한 전면부와 입구의 천막이 시원한 청량감을 선사한다. 1층은 커피바와 약간의 좌석이 있고, 2층에 넓고 쾌적한 착석 공간이 준비된다. 이전 리브레 연남점 매장 환경이 매장 내 체류에 취약했던 것을 감안하면 비약적인 발전이다.

커피 리브레 신 연남점은 2층의 넓은 공간을 활용해 다양한 아트워크를 설치한다.
커피 리브레 신 연남점은 2층의 넓은 공간을 활용해 다양한 아트워크를 설치한다. ⓒfrice

매장 2층 전시된 그림은 구 연남점에 걸려있던 액자로 최근 NFT를 발행해 기부 프로젝트에 나서기도 했다. 이 또한 한국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 최초. 커피 리브레는 디지털 아트 소유권 증명서를 발행한 수익금액을 전액 기부했고, 앞으로도 다양한 작가들과 협업해서 작품을 전시할 예정이다.

커피 리브레의 상징이 된 한약장. 다양한 원두를 다루고 보관하는 모습을 떠올려보면 카페에 자리잡은 약장이 그리 어색하지만은 않게 느껴진다
커피 리브레의 상징이 된 한약장. 다양한 원두를 다루고 보관하는 모습을 떠올려보면 카페에 자리잡은 약장이 그리 어색하지만은 않게 느껴진다. ⓒfrice

‘한약방 약장’은 커피 리브레의 상징이다. ‘커피는 약’이라는 인상을 선사하는 흥미로운 인테리어. 약장은 사실 의도된 인테리어가 아니었다. 초기 창업 당시, 없는 형편에서 중고 가구를 끌어왔다. 버려진 가구를 세척해서 사용한 것이 본의 아니게 레트로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약장의 서랍을 선반으로 활용하여 커피 원두를 전시했다
약장의 서랍을 선반으로 활용하여 커피 원두를 전시했다. ⓒfrice

동진시장 매장 오픈 당시, 커피원두를 전시하는 기물로 사용한 리브레의 약장은 한국적인 오브제로서 공간 분위기를 지배하는 인테리어 요소였다. 한국에 스페셜티 커피가 보급된 2010년대 초반, 레트로한 분위기를 연출한 한국 스페셜티 커피 매장에 공간 디자인 레퍼런스로 자리매김했다.


최고의 커피는 관계가 만든다

브랜드가 추구하는 미션(mission)을 알면, 커피의 아름다움을 또렷하게 인식할 수 있다. 커피 리브레의 경우, 세계 각국의 사연 있는 농장의 특별한 싱글 오리진 커피를 공급하는데 진심이다. 대표적인 예가 ‘파나마 핀카 하트만 게이샤’다. 핀카 하트만 농장의 게이샤 품종 커피는 한국에서 커피 리브레를 통해서 소개됐다.

게이샤 커피는 신의 커피로 알려지면서, 비싼 가격 때문에 화제를 모은다. 섬세한 향미와 절제된 단맛, 길고 여운있는 후미까지. 대부분의 커피인들이 최고로 손꼽는 커피이다.

파나마 핀카 하트만 게이샤. 하트만 농장은 파나마 커피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파나마 핀카 하트만 게이샤. 하트만 농장은 파나마 커피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frice

하트만 농장의 게이샤는 한여름 작열하는 스페인 광장에서 마주친 플라멩코 댄서와 같이 활발하면서 정열적인 에너지를 방출하는 느낌의 커피. 하트만 농장은 파나마 커피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해서 생두경매가격이 크게 상승했지만, 커피 리브레를 통해서 이전과 동일한 가격에 생두를 제공한다. 스페셜티 커피인들의 세계에는 아직도 관계의 소중함을 바보같이 고집하는 사람들이 많다.

산지를 직접 누비며 농장을 답사하고, 현지 농장주와 인간적인 유대감을 만드려는 노력. 이는 엘 카페, 모모스 커피, 나무사이로, 프릳츠, 커피 템플과 같은 국내 최고의 스페셜티커피 업체들에게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끼쳤다.

영화 에서 영감을 받은 커피 리브레의 이름과 심볼이 곳곳에 녹아있다

지금까지 한국 최초의 스페셜티 커피 업체로 손꼽히는 커피 리브레의 연남점 재개장 소식을 전했다. 최근 스페셜티 커피 업계는 디자이너와 긴밀한 협업에 나서고 있다. 디자인 산업의 확대와 함께 성장하고 있는 셈이다.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는 이상을 추구한다. 그들이 목표를 이루기 위한 접근방식은 소비자들에게 커피 경험의 확대를 만든다. 디자인을 강화한 최근의 시도가 선순환을 거두길 희망한다.

마계인천 사람들 : 「3」 라이트하우스&개항로통닭

마계인천 페스티벌에 참가자의 OOTD
개항로 통닭 외부에서 안을 바라본 사진
라이트하우스 음악회 현장

인천의 OOTD

마계인천 페스티벌은 인천 개항로 일대에 흩어진 공간을 직접 돌아다니는 지역축제다. 오래된 근대건축물을 활용한 카페&레스토랑이 무척 붐볐다. 이런 곳을 찾아온 사람들은 어떤 옷을 입고, 어떤 생각으로 축제를 즐기고 있을까?


1. 라이트하우스 바리스타

2023 마계인천 페스티벌에 참가한 박지혜의 OOTD

199X년 생 박지혜는 인천에 살고 서울에서 커피한다

Q.마계인천 페스티벌은 어떻게 알게 됐나?
개항로 프로젝트 인스타그램을 팔로잉하고 있어서 소식을 접했다. 평소에 개항로를 좋아한다

Q.굳이 방문한 이유가 있다면?
시간도 맞고 재밌어보여서 방문했다

Q.행사에 참여한 소감은?
소소하고 따뜻하고 다정하다. 좋다!

Q.오늘 의상이나 소지품 중 자랑하고 싶은 것은?
몬치치 키링. 귀염뽀짝하다

Q.당신이 가장 사랑하는 인천은?
구월동 모래내시장. 90년대 감성을 갖고 있으면서도 21세기를 품은 멋진 동네!

Q.오늘 본 것중 가장 마계인천스럽다고 생각되는 것
일광전구 라이트하우스 버스킹 공연. 인근 거주민 분의 “야~공연하는 소리 좀 안나게 해라~!!”급의 컴플레인에도 유연하게 대처하는 아티스트와 관계자 분들. 리스펙트

Q.당신이 오늘 이곳에서 만난 아름다움은?
따뜻한 노란색 전구와 가을바람, 마이크 없이 육성으로 노래해주시는 아티스트, 여름과 가을을 조금씩 담은 나무. 쉽게 보기 어려운 순간이다

Q.’마계”인천’에서 ‘마계’에 끌리나? ‘인천’에 끌리나?
당연히’마계’다. 쉽게 쓰지 않는 단어인데다 강렬한 이미지다. 내가 오타쿠의 마음을 가진 사람인지라(웃음)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Q.행사 끝나면 뒷풀이는 어디로 가나?
일단 개항로통닭에서 포크송 들으며 치킨을 먹고 귀가한다. 내일 출근해야 한다

2023 마계인천 페스티벌에 참가한 샬럿의 OOTD

2. 라이트하우스 동인천러버

1999년생 인천토박이 전혜림은 비즈악세서리사업과 회사생활을 병행중이다

Q.마계인천 페스티벌은 어떻게 알게 됐나?
평소에 개항로를 자주 방문한다. 자연스럽게 알게 됐다

Q.굳이 방문한 이유가 있다면?
애정하는 동네라 안 올 이유가 없다!

Q.행사에 참여한 소감은?
딱 개항로 느낌이다. 그걸 잘 살려서 편하고 즐겁다

Q.오늘 의상이나 소지품 중 자랑하고 싶은 것은?
지금 착용한 악세서리. 특히 목걸이

Q.당신이 가장 사랑하는 인천은?
개항로♡

Q.오늘 본 것중 가장 마계인천스럽다고 생각되는 것
공간마다 각 스타일에 맞게 준비됐더라. 다 좋았다

Q.당신이 오늘 이곳에서 만난 아름다움은?
웃으며 서로를 반겨주는 사람들

Q.’마계”인천’에서 ‘마계’에 끌리나? ‘인천’에 끌리나?
‘마계’와’인천’ 둘이 서로 붙어있기에 눈이 간다. 마계라는 단어는 인천에 흥미를 갖게 만든다

Q.행사 끝나면 뒷풀이는 어디로 가나?
진7080라이브. 저녁 9시부터 열린다는 클럽 디제잉을 즐길 예정이다

2023 마계인천 페스티벌에 참가한 샬럿의 OOTD

3. 라이트하우스 영어선생님

1999년생 샬럿은 잉글랜드에서 왔다
Charlotte. 24years old. from England

Q.마계인천 페스티벌은 어떻게 알게 됐나?
영어교사 친구가 내게 축제를 알려줬다. 다 같이 놀러왔다
My friend told me about the festival. so we come together

Q.굳이 방문한 이유가 있다면?
즐거운 나들이가 될거라 짐작했다. 근처에 있는 카페와 인천맥주에 대해 들었던 게 있다
It sounded like a fun day out, its nearby and i heard about the cafe & incheon brewery

Q.행사에 참여한 소감은?
참 평화로운 날이다. 좋은 음식과 좋은 커피를 곁들인~
it has been a very peaceful day -> good food and coffee

Q.오늘 의상이나 소지품 중 자랑하고 싶은 것은?
오버사이즈 데님 팬츠와 액세서리
i like my oversized pants & Jewelry & Acsessories

Q.오늘 의상이나 소지품 중 자랑하고 싶은 것은?
오버사이즈 데님 팬츠와 액세서리
i like my oversized pants & Jewelry & Acsessories

Q.당신이 가장 사랑하는 인천은?
many trendy. 맥주, 바닷가, 파라다이스 시티 호텔, 멋진 카페와 식당들
many trendy. Beer, Beaches, paradise city, cool cafes and restaurants…

Q.당신이 오늘 이곳에서 만난 아름다움은?
사랑스런 날씨, 전통을 이어받은 건축물과 주변환경. 유쾌하고 다정한 사람들. 분위기가 훌륭했던 모든 카페들
lovely whether, traditional houses&nature. nice/friendly people. very nice cafe’s all with good atmospheres.

Q.행사 끝나면 뒷풀이는 어디로 가나?
타코와 맥주를 즐기러 간다. 지는 해를 구경하며 오늘 날씨를 즐기겠지
Head to eat taco’s and drink beer go. somewhere to watch the sunset and enjoy the weather

2023 마계인천 페스티벌에 참가한 김용과 오유진의 OOTD

4. 라이트하우스 신도시부부

1980년생 김용과 1984년생 오유진은 청라에서 온 부부다

Q.마계인천 페스티벌은 어떻게 알게 됐나?
페스티벌 주최자가 초대했다. 인천맥주 박지훈 대표가 지인이다

Q.굳이 방문한 이유가 있다면?
다양한 음악과 다양한 문화를 접할 것으로 기대했다

Q.행사에 참여한 소감은?
재밌다. 볼 거리와 들을 거리가 다양하다. 또 하면 매년 올 거 같다

Q.오늘 의상이나 소지품 중 자랑하고 싶은 것은?
임부복(웃음). 뱃속에 아들이 있다. 6개월차

Q.당신이 가장 사랑하는 인천은?
정서진 바닷가의 해질녘

Q. 오늘 본 것중 가장 마계인천 스럽다고 생각되는 것
보사노바 라이브 음악

Q. 당신이 오늘 이곳에서 만난 아름다움은?
청춘, 젊음

Q. ‘마계”인천’에서 ‘마계’에 끌리나? ‘인천’에 끌리나?
마계가 끌린다. 대신 큰 축제로 성장한다면 좀 더 긍정적인 단어가 어울리지 않을까 싶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다(웃음)

Q. 행사 끝나면 뒷풀이는 어디로 가나?
치킨집에서 맥주 한 잔

2023 마계인천 페스티벌에 참가한 김재근과 김재원의 OOTD

5. 개항로통닭 훈남훈녀

1995년생 회사원 김재근은 서울 살고 2000년생 대학생 김재원은 인천 산다. 응답은 김재원이 맡았다

Q.마계인천 페스티벌은 어떻게 알게 됐나?
알바하는 가게에 포스터가 붙어있어서

Q.굳이 방문한 이유가 있다면?
개항로만의 감성을 좋아한다. 참가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Q.행사에 참여한 소감은?
‘마계인천’이라는 명칭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겠다는 프로젝트 기획의도를 본 적 있다. 효과적으로 전달한 것 같다. 온 몸으로 체감할 수 있던 행사였다.

Q.오늘 의상이나 소지품 중 자랑하고 싶은 것은?
빈티지 무드의 민소매. 많이 길었는데 굳이 내린 앞머리. 액세서리

Q.당신이 가장 사랑하는 인천은?
동네. 구석구석 탐험하는 맛이 있는 동네들

Q.오늘 본 것중 가장 마계인천 스럽다고 생각되는 것
개항로통닭에서 ‘보헤미안’ 포크공연 도중 난입하신 아주머니. 별 생각없이 간 배다리 건너편. 좁은 골목에서 발견한 아주 예쁜 카페와 작은 미술관

Q.당신이 오늘 이곳에서 만난 아름다움은?
옛 건물들이 젊은 감성과 어우러져 만들어낸 색다른 아름다움

Q.’마계”인천’에서 ‘마계’에 끌리나? ‘인천’에 끌리나?
‘마계’라는 호칭이 붙은 인천이 끌린다

Q.행사 끝나면 뒷풀이는 어디로 가나?
포트 오프닝

마계인천 사람들 : 「2」 동인천다방

마계인천 페스티벌 동인천다방 신해철음감회 포스터를 들고있는 동인천 다방 사장님
2023 마계인천 페스티벌에 참가한 전범서의 OOTD

1. 동인천다방 레더재킷맨

1998년생 대학생 전범서는 세종특별시 조치원에서 왔다

Q.마계인천 페스티벌은 어떻게 알게 됐나?
로컬 크리에이터 장재영님 소개로 왔다. 힙컬이라는 문화기획사를 운영하는 대표님인데 나의 멘토다

Q.굳이 방문한 이유가 있다면?
홀렸다. 인천 방문이 처음인데 이번 축제가 좋은 기회라 생각했다. 신해철 음감회도 궁금했다. 앞서 말한 장 대표님이 DJ를 맡았다. 개항로 프로젝트 이창길 대표님의 캐릭터도 너무 웃기다

Q.행사에 참여한 소감은?
드링크 부스의 술이 너무 맛있다. 벌써 취해버렸다

Q.오늘 의상이나 소지품 중 자랑하고 싶은 것은?
‘은’가락지. 어머니가 물려주셨다

Q.당신이 가장 사랑하는 인천은?
옆 테이블에 앉았던 여성분들. 지금은 떠나가버린…

Q.오늘 본 것중 가장 마계인천스럽다고 생각되는 것
신해철 노래를 즐기는 것. 남녀노소 다양한 연령대가 즐기는 게 좋았다

Q.당신이 오늘 이곳에서 만난 아름다움은?
옛 모습이 담긴 즐거움

Q.’마계”인천’에서 ‘마계’에 끌리나? ‘인천’에 끌리나?
‘마계’. 놀림거리를 승화시킨 점이 끌린다

Q.행사 끝나면 뒷풀이는 어디로 가나?
이미 너무 취했다(웃음) 기차타고 집 갈 거다. 또 열리면 다시 오겠다. Forever 마계인천!

2023 마계인천 페스티벌에 참가한 '팀 나때는말이야'의 OOTD

2. 동인천다방 디토

2002년생 4인조팀 ‘나때는말이야’는 인천시 로컬 프로젝트 ‘오라 젊은이여 제물포로’에 참여중이다

Q.마계인천 페스티벌은 어떻게 알게 됐나?
개항로 인근 카페에서 포스터를 발견했다

Q.굳이 방문한 이유가 있다면?
우리는 지금 다큐멘터리 비디오를 찍고 있다. 좋은 장면을 찍을 수 있을 것 같았다

Q.행사에 참여한 소감은?
생각보다 볼 게 많더라. 하루만 진행하는 건 아쉬웠다

Q.오늘 의상이나 소지품 중 자랑하고 싶은 것은?
우리와 함께 한 카메라, 축제에서 구입한 티셔츠와 타투스티커

Q.당신이 가장 사랑하는 인천은?
바로 지금, 여기 ‘개항로’

Q.오늘 본 것중 가장 마계인천 스럽다고 생각되는 것
행사장소중 하나였던 진7080라이브의 공연장

Q.당신이 오늘 이곳에서 만난 아름다움은?
함께 노래부르며 공연에 호응하는 사람들의 모습, 북적거리는 개항로, 그리고 답동성당

Q.’마계”인천’에서 ‘마계’에 끌리나? ‘인천’에 끌리나?
‘마계’. 신비스럽고 특이하기 때문. 솔직히 마계는 인천을 ‘알리는 말’이라 생각한다

Q.행사 끝나면 뒷풀이는 어디로 가나?
노래방에 갈 거다. 그리고 다큐멘터리 영상편집 마무리 하러가야지

2023 마계인천 페스티벌에 참가한 정광선의 OOTD

3. 동인천다방 칼답맨

1978년생 정광선은 동인천 사는 근로소득자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Q.마계인천 페스티벌은 어떻게 알게 됐나?
SNS

Q.굳이 방문한 이유가 있다면?
신해철 좋아서

Q.행사에 참여한 소감은?
추억 돋음

Q.오늘 의상이나 소지품 중 자랑하고 싶은 것은?
없다

Q.당신이 가장 사랑하는 인천은?
신포동

Q.오늘 본 것중 가장 마계인천 스럽다고 생각되는 것
티셔츠

Q.당신이 오늘 이곳에서 만난 아름다움은?
추억

Q.’마계”인천’에서 ‘마계’에 끌리나? ‘인천’에 끌리나?
‘마계’. 평범하지 않음

Q.행사 끝나면 뒷풀이는 어디로 가나?
소주집

2023 마계인천 페스티벌에 참가한 이경미의 OOTD

4. 동인천다방 신해철사랑해

1977년생 이경미는 인천 논현동에서 왔고 세 아이의 엄마다

Q.마계인천 페스티벌은 어떻게 알게 됐나?
인스타그램

Q.굳이 방문한 이유가 있다면?
신해철 오빠를 만나러 왔다

Q.행사에 참여한 소감은?
나를 만났다. 초-중-고 시절의 나 말이다

Q.오늘 의상이나 소지품 중 자랑하고 싶은 것은?
친구가 만들어준 반지. 물고기 모양인데 소원을 이뤄준다고 한다

Q.당신이 가장 사랑하는 인천은?
내 고향 인천은 그냥 사랑이다

Q.오늘 본 것중 가장 마계인천스럽다고 생각되는 것
지금 이 곳. 동인천의 노포다방 + 마왕 신해철

Q.당신이 오늘 이곳에서 만난 아름다움은?
성장통을 겪던 중3 때 나. 나의 방황기

Q.’마계”인천’에서 ‘마계’에 끌리나? ‘인천’에 끌리나?
난 둘 다 좋다. 하나만 고르기 너무 아쉽다

Q.행사 끝나면 뒷풀이는 어디로 가나?
개항로통닭?!

2023 마계인천 페스티벌에 참가한 전봉자의 OOTD

5. 동인천다방 오너

1962년생 전봉자는 30년 전 강원도에서 인천으로 건너왔다. 동인천다방 운영은 17년차를 맞이했다

Q.마계인천 페스티벌은 어떻게 알게 됐나?
행사 만든 분이 가게를 찾아왔다. 젊은 친구들이 술 한잔 먹으면서 음악 듣고 놀 거라더라. 60평 다방 공간이 필요하다해서 그러라 그랬다

Q.굳이 방문한 이유가 있다면?
오늘 모처럼 아침에 동네 한바퀴를 돌았다. 동인천역 입구부터 깃발이 펄럭이질 않나 동네 뒷골목까지 포스터가 동네방네 붙어있더라. 신기했고 구경좀 해보자 싶었지

Q.행사에 참여한 소감은?
신해철이라는 사람 별명이 마왕이지 않나? 잘 안다. 틀기도 많이 틀었다. 다방에서 음악 듣는 것도 우리 세대는 익숙하다. 그런데 다방에서 이렇게 노는 건 살면서 한 번도 못봤다

Q.오늘 의상이나 소지품 중 자랑하고 싶은 것은?
없다. 대신 다방 건물 터 자랑해도 되나? 솔직히 가게 운영하는 거 힘들다. 희안하게 월세 낼 정도는 벌고 산다. 다른 가게는 못버티고 나가도 나는 쭉 한다. 다른 동네에 가게를 열기도 했는데 이제는 딴 데 가고 싶은 마음이 없다. 이 가게와 이 터에 정들었다. 사람은 다 자기에게 맞는 터가 있다고 생각한다

Q.당신이 가장 사랑하는 인천은?
서민 살기 좋은 동네? 담백하고 소박한 곳. 시끄럽지 않은 동네가 있다. 내 생각에 인천은 지역 전체가 고르다. 잘 사는 사람이 너무 잘난 척하지도 않고, 못사는 사람이 기죽어 살지도 않는다. 그런 게 좋다

Q.오늘 본 것중 가장 마계인천 스럽다고 생각되는 것
글쎄. 딱히 생각나는 게 없다

Q.당신이 오늘 이곳에서 만난 아름다움은?
나보다 손님이 만났으면 하는 예쁨이 있다. 내가 하고 싶은 말 해도 되나?

Q.물론이다. 마음껏 해주시길
가게를 들어가서 금방 휙 보고 나오지 마라. 일단 앉아서 내 마음이 편한지 불편한지를 느껴라. 겉모습만 보고 가게를 판단하면 아름다움을 다 못누린다. 겉이 허름해도 나한테 맞으면 그만이다. 그런 가게가 있다. 사람들이 내 마음이 편한 곳을 많이 갖고 있으면 좋겠다

Q.행사 끝나면 뒷풀이는 어디로 가나?
율목동 집으로 돌아간다

마계인천 사람들 : 「1」 개항백화

2023 마계인천 페스티벌에 참가한 개항백화 플리마켓 셀러
2023 마계인천 페스티벌에 참가한 최원일의 OOTD

1. 개항백화 아비렉스맨

1990년생 최원일은 송도에서 빈티지 매장을 운영한다

Q.마계인천 페스티벌은 어떻게 알게 됐나?
인스타그램. 주최측이 플리마켓 참여여부를 물었다

Q.굳이 방문한 이유가 있다면?
지역 내 로컬샵 사장님과 교류. 빈티지 패션씬이 더 커지길 바라는 마음.
플리마켓을 직접 운영하며 느낀 점이기도 하다. 그리고 나 자신이 이런 서브컬처를 좋아한다

Q.행사에 참여한 소감은?
다양하고 특색있는 옷을 볼 수 있어서 좋다. 마켓 규모가 더 커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Q.오늘 의상이나 소지품 중 자랑하고 싶은 것은?
아비렉스 재킷들. 소장품이 많다. 문의는 언제나 환영이다

Q.당신이 가장 사랑하는 인천은?
송도. 아무래도 내 매장이 있는 곳을 제일 애정하게 된다

Q.오늘 본 것중 가장 마계인천스럽다고 생각되는 것
플리마켓에 온 손님들. 카운터에 앉아서 바라보면 정말 멋진 분들이 지나다닌다.
인천은 ‘릿’한 패션의 본고장 중 하나라 생각한다 

Q.당신이 오늘 이곳에서 만난 아름다움은?
준야 와타나베 윈드 브레이커? 이웃 셀러 소장품이다

Q.’마계”인천’에서 ‘마계’에 끌리나? ‘인천’에 끌리나?
‘마계’라는 키워드가 좋다. 희롱이 문화가 되는 것이 서브컬처라 생각한다

Q.행사 끝나면 뒷풀이는 어디로 가나?
술 다먹고 천국가보겠다(웃음)

2023 마계인천 페스티벌에 참가한 김진안의 OOTD

2. 개항백화 블록코어맨

2000년생 인천유나이티드 팬 김진안은 평생을 인천에서 보냈고 마계 부평 출신이다

Q.마계인천 페스티벌은 어떻게 알게 됐나?
인천맥주 인스타그램 보고 왔다

Q.굳이 방문한 이유가 있다면?
위치가 가깝기도 하고 예전에 개항로 방문했을 때 분위기가 괜찮았다. 여자친구랑 함께 경험하러 왔다

Q.행사에 참여한 소감은?
행사 더 자주 열렸으면 좋겠다. 재밌다.

Q.오늘 의상이나 소지품 중 자랑하고 싶은 것은?
인천유나이티드 신상 유니폼. 창단 첫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유니폼이다

Q.당신이 가장 사랑하는 인천은?
인천은 정이 많다. 츤데레 같은 점이 사랑스럽다(웃음)

Q.오늘 본 것중 가장 마계인천스럽다고 생각되는 것
오는 길에 만난 비둘기. 시선을 떼지 않더라

Q.당신이 오늘 이곳에서 만난 아름다움은?
개항백화 옥상에서 본 석양. 최고의 석양이다

Q.’마계”인천’에서 ‘마계’에 끌리나? ‘인천’에 끌리나?
‘마계’하면 인천이다

Q.행사 끝나면 뒷풀이는 어디로 가나?
가능한 한 제일 맛있는 곳

2023 마계인천 페스티벌에 참가한 김현빈씨와 친구의 OOTD

3. 개항백화 빈티지듀오

김현빈(오른쪽)이 응답했다. 그는 개항로에서 삼원아트작업실을 운영한다. 빈티지샵이다

Q.마계인천 페스티벌은 어떻게 알게 됐나?
개항백화에서 플리마켓 참여를 권유받았다

Q.행사에 참여한 소감은?
인천에도 서울 못지 않은 빈티지샵이 많구나

Q.오늘 의상이나 소지품 중 자랑하고 싶은 것은?
리바이스 팬츠와 마틴로즈 슈즈. 친구가 직접 커스터마이징했다

Q.당신이 가장 사랑하는 인천은?
따뜻한 온정. 사실 인천은 마계라는 타이틀과 상반되는 곳이다

Q.오늘 본 것중 가장 마계인천스럽다고 생각되는 것
티셔츠 그래픽

Q.당신이 오늘 이곳에서 만난 아름다움은?
힙한 스타일링. 몇몇 사람들은 어디가도 꿇리지 않을 듯

Q.’마계”인천’에서 ‘마계’에 끌리나? ‘인천’에 끌리나?
‘마계’. 사실은 마계가 아니기 때문에 마계라 부를 수 있는 것 같다

Q.행사 끝나면 뒷풀이는 어디로 가나?
미정. 근처 어딘가 술집 유력

2023 마계인천 페스티벌에 참가한 양다인과 김석규의 OOTD

4. 개항백화 스마일커플

1994년생 양다인은 대구에서 태어나 인천에 온지 5년 됐다. 1995년생 김석규는 부천 토박이다

Q.마계인천 페스티벌은 어떻게 알게 됐나?
다인 예전에 개항백화 플리마켓 셀러였다. 한 번 더 놀러오라고 연락받았다

Q.굳이 방문한 이유가 있다면?
다인 6월 초여름에 참가했던 기억이 좋았다. 또 신나는 추억이 생기겠거니 싶어 넙죽 참석했다.

Q.행사에 참여한 소감은?
다인 내내 설렌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함께 좋아하는 사람들을 쉬이 만날 수 있다
석규 에너지 넘치는 공간에서 충전이 되는 거 같아 행복하다

Q.오늘 의상이나 소지품 중 자랑하고 싶은 것은?
다인 아주 오래된 시계. 뚜껑을 열 수 있는 시곈데 뚜껑이 떨어져 나갔다(웃음) 오래된 것의 농익은 반짝임을 좋아한다
석규 다 여친 옷이라 난 자랑할 게 없다(웃음)

Q.당신이 가장 사랑하는 인천은?
다인 동인천! 자유공원 정자에 앉아 하늘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대장부가 된 것마냥 용기가 생긴다
석규 나도 동인천. 옛 모습을 아직까지 잘 보존하는 모습이 마음을 안심시켜준다. 변화가 빠른 요즘 것들과는 다르다

Q.오늘 본 것중 가장 마계인천 스럽다고 생각되는 것
다인 개항로 맥주 포스터 모델인 최명선 어르신. 실물로 영접하니 근사하고 멋지시다. 싱싱한 마계인천을 마주했다
석규 개항백화

Q.당신이 오늘 이곳에서 만난 아름다움은?
다인 따님과 손잡고 다들이 나오신 어머니. 모녀의 다정한 데이트를 보고있자니 괜히 한 마디 건네게 되더라.
석규 많은 사람들의 행복한 미소

Q.’마계”인천’에서 ‘마계’에 끌리나? ‘인천’에 끌리나?
다인 ‘마계’. 나는 ‘고담’ 대구에서 왔다
석규 ‘마계’. 당연하달까?

Q.행사 끝나면 뒷풀이는 어디로 가나?
아늑한 우리 집 3XX호(웃음). 돌아가자마자 고기 구워먹을 거다

2023 마계인천 페스티벌에 참가한 정근원 부부의 OOTD

5. 개항백화 뉴발란스맨

1992년생 정근원(왼쪽)이 응답했다. 그는 동인천에서 핫소스빈티지를 운영한다

Q.마계인천 페스티벌은 어떻게 알게 됐나?
개항백화에서 DM을 보내주셨다

Q.굳이 방문한 이유가 있다면?
더 많은 손님을 만나고 싶었다. 다른 빈티지샵 사장님도 궁금했다

Q.행사에 참여한 소감은?
플리마켓 셀러는 처음인데 좋은 경험이다. 많은 손님을 만나고 다른 샵과 소통할 수 있었다

Q.오늘 의상이나 소지품 중 자랑하고 싶은 것은?
오늘 신은 주황색 운동화. 뉴발란스 990v2인데 아내가 준 생일선물이다

Q.당신이 가장 사랑하는 인천은?
용현동! 초-중-고 시절을 용현동에서 보냈다

Q.오늘 본 것중 가장 마계인천스럽다고 생각되는 것
초보운전이라 천천히 가는 차에게 빵빵거리고 가는 무례한 차

Q.당신이 오늘 이곳에서 만난 아름다움은?
오늘 하루 종일 곁에 있어준 아내(웃음)

Q.’마계”인천’에서 ‘마계’에 끌리나? ‘인천’에 끌리나?
‘인천’. 마계(魔界)라는 단어가 인천에 너무 부정적인 이미지를 주는 것 같다

Q.행사 끝나면 뒷풀이는 어디로 가나?
아직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