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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잉어가 유리 연못을 헤엄치는 이유

을지로 참프루에 설치된 스테인드글라스 작품이 술잔에 비친다
유리창을 의뢰한 변익수 대표(왼쪽)와 유리창을 만든 배자한 디자이너(오른쪽)
유리창을 의뢰한 변익수 대표(왼쪽)와 유리창을 만든 배자한 디자이너(오른쪽) ⓒfrice

사장님의 한 끗 차이, 스테인드글라스 인테리어
(2)서울 을지로 참프루


@champloo_euljiro
서울 중구 을지로 14길 13 203호 검은문
| 일-목 18:00 ~ 24:00 금토 18:00 ~ 02:00 연중무휴


을지로 참프루 천장에 설치된 스테인드글라스 유리창
ⓒfrice

Q. 업장에 설치된 작품은 무엇인가?

변익수 유리창으로 만든 연못이다. 한옥 중정에 있는 연못을 의도했다. 원형 창문 뒤에 조명을 달았다. 어느 자리에 앉더라도 잘 보일 수 있게 살짝 눕혔다. 가게에서 만난 연극 무대 감독님의 조언이 결정적이었다. 수평보다 비스듬히 매다는 게 낫다는 거다.

배자한 한국적인 아트워크를 도면에 담았다. 재화를 상징하는 비단잉어, 고고한 연꽃. 이 둘을 가까이서 감상할 수 있는 징검다리. 특히 징검다리는 사람과 사람을 잇는 공간이라는 상징이다. 무늬의 결을 최대한 통일해 유리가 마치 물의 파동처럼 느껴지길 의도했다. 나무 프레임은 잘린 유리를 받쳐주는 역할이다. 구불구불한 곡선으로 짰다. 작품의 내구성을 보완하는 효과도 있다. 결과적으로 물에 반사 되는 나무의 느낌을 얻었다.

Q. 스테인드글라스는 어떻게 접했나?

배자한 친형이 스테인드글라스 작가다. 군 전역 후 친형이 일하는 공방에 놀러 가서 작은 장식품부터 이것저것 만들다 보니 재미가 붙었다.

변익수 사실 잘 몰랐다. 다만 요즘 들어 유행하는 인테리어라는 생각이다.

Q. 이 디자인을 채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변익수 연못을 연상하는 인테리어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여러가지 공간 디자인을 검토했는데 스테인드글라스가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어서 채택했다. 빛이 투과된 모습이 아름다웠고 그림자처럼 빛이 번지는 게 물과 속성이 비슷하다고 느꼈다.

배자한 사장님 요청 작품이기도 하지만, 여태까지 만든 스테인드글라스 중 가장 큰 규모여서 처음엔 걱정스러웠다. 허나 설치의도가 재밌고 작가로서도 한 발짝 나가 보자는 생각으로 제작에 나섰다.

지름 1.2m의 커다란 원형 틀 안에 비단잉어와 연꽃, 징검다리 등이 섬세하게 배치되어있다
지름 1.2m의 커다란 원형 틀 안에 비단잉어와 연꽃, 징검다리 등이 섬세하게 배치되어있다. ⓒfrice

Q. 실제로 설치한 소감은?

변익수 내심 상상했던 모습이 나왔다. 엉뚱하다 싶은 것도 나름대로 마음에 든다. 광원 조절에 따라 진짜 물결처럼 보이길 바라는 마음이지만, 그런 기술적인 건 잘 모르겠다. 아무튼 만족스럽다.

배자한 가게 인테리어 중에서 단연 돋보인다. 스테인드글라스가 공간에 끼치는 영향력이 대단하다는 걸 새삼 느낀다. 개인적으로는 갤러리에서 철수 기한 없는 개인전을 하는 기분이다.

조명을 비스듬히 걸어 어느 자리에 앉아도 그 모습을 면밀히 감상할 수 있도록 고려했다
조명을 비스듬히 걸어 어느 자리에 앉아도 그 모습을 면밀히 감상할 수 있도록 고려했다. ⓒfrice

Q. 업장에 설치한 스테인드글라스가 가장 아름다워보일 때는 언제인가?

변익수 의자에 비스듬히 앉아 고개를 들어 창을 바라볼 때. 참프루는 원탁을 중심으로 의자를 배치했다. 원탁 바깥에서 볼 때 연못창이 훨씬 입체적으로 보인다.

배자한 술 따른 잔 표면에 연못창의 모습이 담길 때. 거짓말 같아도 정말이다. (웃음) 액체의 질감이 잔 위에서 일렁이며 진짜 연못처럼 느껴지는데 참 아름답다.

잔 속에 연못이 담기는 순간. 물결을 따라 일렁이며 비단잉어는 잔 속을 내내 유영했다
잔 속에 연못이 담기는 순간. 물결을 따라 일렁이며 비단잉어는 잔 속을 내내 유영했다 .ⓒfrice

Q. 최근 인상깊게 구경한 한국 스테인드글라스는?

변익수 한남동 퍼킹어썸 바에서 본 유리창. 창 안과 밖이 연결되는 느낌이 신기했고 사진찍기도 재밌어보였다.

배자한 부산 남천동 성당의 초대형 유리창. 압도되는 느낌이 대단하다.

말굽 모양의 원탁을 따라 둘러앉는 구조의 테이블이 새롭다
말굽 모양의 원탁을 따라 둘러앉는 구조의 테이블이 새롭다. ⓒfrice

Q. 업장에 작품을 설치한 후 무엇이 변했나?

변익수 공간에 분위기를 딱 잡아주는 중심이 생겼다. 이전에 설치한 등은 다소 심심하다고 느낄 법한 조명이었다.

배자한 지금 스테인드글라스는 참프루의 확실한 포토스팟이다. 매출도 덩달아 오를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웃음)

을지로 참프루 진열장에 놓인 다양한 주류제품들
ⓒfrice

Q. 스테인드글라스 말고도 자랑하고 싶은 것은?

변익수 사연 있는 술. 그런 술을 참프루에서 많이 소개하는 편이다. 캐나디안 클럽(Canadian Club)이라는 위스키가 있다. 미국 금주법 시대에 성장한 술인데, 영화 <대부>에서 콜레오네 패밀리가 다뤘던 밀주다. 이야깃거리가 있는 술에 흥미를 느낀다. 앞으로 더 열심히 팔겠다.

배자한 다른 인테리어. 자세히 뜯어보면 재밌는 디테일이 많다. 우리는 커튼으로 기와를 표현한다. 현판에 쓴 글자는 한자처럼 보이지만 사실 한글이다. 액자에 빔으로 쏘고 있는 명화까지 재미있는 공간 디테일로 의도했다.

😈 스테인드글라스 작품을 활용해 인테리어 한 끗 차이를 만든 사장님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다른 사장님이 들려줄 이야기도 기대해주세요 🙂

오뎅바 사장님이 스테인드글라스 조명을 쓴 이유

유리창 너머로 비친 스테인드글라스 조명이 거리를 부유한다
슌노오뎅 최시윤 대표. 니혼슈와 어울리는 오뎅을 개발중이다. 오뎅가게만 30년 운영한 부산 장인어른에게 직접 배웠다
슌노오뎅 최시윤 대표는 니혼슈와 어울리는 오뎅을 개발중이다. 오뎅가게만 30년 운영한 부산 장인어른에게 직접 배웠다. ⓒfrice

사장님의 한 끗 차이, 스테인드글라스 인테리어
(1)서울 상수동 슌노오뎅
@SHUNNO_ODEN
서울 마포구 와우산로 22 1층 좌측 | 19:00 ~ 05:00 매주 월요일 휴무


슌노오뎅에 설치된 스테인드글라스 조명
ⓒfrice

Q. 업장에 설치된 작품은 무엇인가?

천장에서 떨어지는 조명장치다. 바 테이블 위에 4개 설치했다.

Q. 스테인드글라스는 어떻게 접했나?

3년 전? 창업을 준비하며 다양한 시도를 하기 위해 실내 인테리어를 공부했다. 당시 한창 핫한 인테리어가 스테인드글라스였다.

자세히 살피면 스테인드글라스의 양면을 모두 볼 수 있는 조명이다
자세히 살피면 스테인드글라스의 양면을 모두 볼 수 있는 조명 ⓒfrice

Q. 실제로 설치한 소감이 궁금하다.

내심 원했던 ‘한 끗’이 생겼다. 사실 요즘 일본풍 주점이 많이 생겼지 않나! 우리도 마찬가지다. 사케나 고구마소주같은 외국산 술을 파는데다 콘셉트도 일본 현지의 오뎅바다. 이국적인 무드를 재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차별화 또한 절실했다. 차별화 포인트를 빈티지 조명장치로 잡았다. 가게 분위기와 조화를 이루는 게 중요했는데, 그게 결과적으로 스테인드글라스가 됐다.

슌노오뎅 안팎으로 보이는 스테인드글라스 조명. 차분한 색으로 공간이 따뜻하게 채워진다
슌노오뎅 안팎으로 보이는 스테인드글라스 조명. 차분한 색으로 공간이 따뜻하게 채워진다. ⓒfrice

Q. 굳이 제작한 이유가 있다면?

사실 조명을 스테인드글라스로 쓸 계획은 없었다. 업장 내 실내 인테리어가 완성될 무렵, 조명이 고민이었다. ‘우리 가게와 딱!이다’ 하는 조명을 발견하지 못했다. 벽장식 인테리어 견적을 위해 스테인드글라스 업체에 방문했는데, 거기서 슌노오뎅과 딱 어울리는 조명이 걸려있더라. 그 자리에서 바로 계약을 해버렸다. 오뎅바를 준비하며 제일 잘한 인테리어다.

유리창 너머로 비친 스테인드글라스 조명이 거리를 부유한다
유리창 너머로 비친 스테인드글라스 조명이 거리를 부유한다. ⓒfrice

Q. 업장에 설치한 작품이 가장 아름다워보일 때는 언제인가?

추운 계절 새벽. 슌노오뎅은 오후 7시부터 새벽 5시까지 운영하는 심야식당이다. 한밤중 피크타임이 끝나고 새벽이 다가오면 스테인드글라스 조명만 켜둔다. 키친에서 입구를 바라보면, 창문에 반사되서 보이는 조명이 인상적이다. 가게 문을 여는 오후 7시는 살짝 밝은 조도를 유지한다. 이 또한 아름답다.

Q. 최근 인상깊게 구경한 한국 스테인드글라스는?

삼청동 아원공방 에 전시중인 크리스마스 오너먼트. SNS로 구경했는데 우리 가게에 데려오고 싶었다. 기발하고 아름답다.

슌노오뎅의 수제오뎅
ⓒfrice

Q. 업장에 작품을 설치한 후 무엇이 변했나?

빛이 우리를 표현할 새로운 수단이 된다. 마포구는 대체로 트렌디한 동네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귀엽거나 가벼운 이미지가 어울린다. 한편 우리에겐 진지하고 무거운 이미지도 못지 않게 중요하다. 대를 이어 오뎅을 만든다는 게 자랑스럽기 때문이다. 장인정신과 트렌드의 공존. 슌노오뎅의 정체성이 조명의 색과 톤으로 표현됐다.

슌노오뎅 전경. 포토존에 놓여있는 제품은 일본에서 직접 공수한 물건이다
슌노오뎅 전경. 포토존에 놓여있는 제품은 일본에서 직접 공수한 물건이다. ⓒfrice

Q. 마지막 질문이다. 또다른 자랑거리를 소개한다면?

매장 앞 작은 벽. 오뎅바 손님들이 사랑하는 포토존이다. 소품을 활용해 일본 동네 버스정류장처럼 꾸몄다. 퇴근 후 집 앞 정류장에 내리면, 바로 눈에 띄는 작고 편한 가게를 의도했다. 혼자 술 마시고 싶은데 약속은 따로 잡기 귀찮을 때 가는 주점. 혼술이 맛있는 가게가 되는 게 우리의 목표다.

😈 스테인드글라스 작품을 활용해 인테리어 한 끗 차이를 만든 사장님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다른 사장님이 들려줄 이야기도 기대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