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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홀로 시대에 ‘분업’이 필요한 이유

2023년 2월에 문을 열어서 공방이름은 '이월(二月)'. 어린이집을 운영하던 복층 양옥집 1층을 공방으로 개조했다

‘분업’으로 ‘협동’하다
– 수제그릇을 합리적으로 생산하기


2023년 여름, 프라이스는 부산 문현동을 방문했다. 도예가들이 팀을 이뤄 그릇을 만들고 있었다. 도자 공방에서 지켜본 것은 전통공예와 산업디자인의 융합이다. 이들은 개인 창작과 외주의뢰를 병행한다. 숙박업계나 유통업계에서 제작을 맡긴 수제그릇은 공예품이지만 공장 못지않은 생산량이 요구된다. 그들은 산업 디자이너처럼 생산 최적화를 고민했다. 젊은 한국 도자공예가들의 분업을 바라보며 알게 된 것을 정리했다.


2023년 2월에 문을 열어서 공방이름은 '이월(二月)'. 어린이집을 운영하던 복층 양옥집 1층을 공방으로 개조했다
2023년 2월에 문을 열어서 공방이름은 ‘이월(二月)’. 어린이집을 운영하던 복층 양옥집 1층을 공방으로 개조했다. ⓒfrice

노동이 아니라 협동

흙투성이 사내가 맨발로 프라이스를 맞이한다. 이름은 신현민. 부산-경남지역에서 활동 중인 도예가로 경성대학교 공예 디자인학과 졸업생을 부산 문현동에 모은 장본인이다.

그는 ‘n인조 분업’을 시도한다. 팀리더의 고민이 반영된 도자 제작 시스템이며, 도제식 도자 공방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그는 부산 기장군에서 전통 도자를 연구하는 아버지에게 가업을 물려받고 있다. 아버지는 달항아리 연구로 유명한 신경균 작가. 미대에서 학습한 공예이론과 부친과 함께 장작가마를 운영하며 얻은 실전경험이 든든한 자산이다. 그는 자신이 가진 자산을 동료 작가와 공유하길 원한다.

# 빚기
홍성주 작가와 최한슬 작가가 토련기를 만져 흙덩어리를 뽑아낸다
이 흙을 빚으면 그릇성형이 시작된다
홍성주 작가와 최한슬 작가가 토련기를 만져 흙덩어리를 뽑아낸다. 이 흙을 빚으면 그릇성형이 시작된다. ⓒfrice
작가들은 분업 중 특정 업무를 전담하지만, 결과적으로 청소부터 그릇을 버리는 일까지 모두 경험한다. 분업역할을 반복 수행하며 책임감과 실전감각을 얻는다. 이는 아카데미에서 학습하기 힘든 도자 제작 경험이다
작가들은 분업 중 특정 업무를 전담하지만, 결과적으로 청소부터 그릇을 버리는 일까지 모두 경험한다. 분업역할을 반복 수행하며 책임감과 실전감각을 얻는다. 이는 아카데미에서 학습하기 힘든 도자 제작 경험이다. ⓒfrice

신현민 작가는 선대로부터 이어받은 교훈 중 ‘분업’을 힘써 이식하려 한다. 이유가 있다. 그가 직접 보고 배운 것이기 때문이다. 아버지를 따라 가마터에 가면 일하는 어른들이 많았고, 그릇 제작에는 여러 사람이 달라붙었다. 기억을 되짚어보면 사람이 적게는 20명, 많게는 30명 정도 참여했다고. 작가뿐만 아니라 장작 패는 사람, 불 때는 사람, 그림 그리는 사람이 모여 각자 자기 몫을 했다는 것이다. 신 작가 자신도 어려서부터 작업을 도우며 실전경험을 쌓았다.

#말리고, 굽기
가지런히 포개진 그릇들. 선반에는 온도 조절 장치가 설치되어 있어 환경에 알맞게 건조할 수 있다. 잘 마른 그릇은 가마에 들어갈 자격을 얻는다
가지런히 포개진 그릇들. 선반에는 온도 조절 장치가 설치되어 있어 환경에 알맞게 건조할 수 있다. 잘 마른 그릇은 가마에 들어갈 자격을 얻는다. ⓒfrice
인천 남동공단 제조업체에서 특수제작한 전기가마. 작품이 가마에 들어간다. 불은 가마 안에서 제멋대로 휜다. 통제할 수 없는 우연이 수제그릇에 고유한 멋과 감성을 부여한다.
인천 남동공단 제조업체에서 특수제작한 전기가마. 작품이 가마에 들어간다. 불은 가마 안에서 제멋대로 휜다. 통제할 수 없는 우연이 수제그릇에 고유한 멋과 감성을 부여한다. ⓒfrice
# 완성된 그릇
불을 쬔 그릇은 저마다 다른 흔적을 품고 있다
시간이 흐르면 운명처럼 주인을 만나 고유한 존재감을 뽐낼 것이다
불을 쬔 그릇은 저마다 다른 흔적을 품고 있다. 시간이 흐르면 운명처럼 주인을 만나 고유한 존재감을 뽐낼 것이다. ⓒfrice

길쭉한 병을 다듬고 있는 신현민 작가
클라이언트가 의뢰한 작품의 샘플이다
길쭉한 병을 다듬고 있는 신현민 작가. 클라이언트가 의뢰한 작품의 샘플이다. ⓒfrice

디자인 호텔에 도자공예품 채우기

이들의 분업을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건 라이프스타일 산업군의 공예품 수요다. 고급 뷰티 제품이나 희귀 건강식품처럼 격식과 예우를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선물이 인기를 끄는 가운데, 최근 들어 주목받는 물건이 바로 수공예품이다. 특히 제작 목적이 뚜렷하고 만듦새가 빼어난 공예가의 도자 그릇은 쓸모도 인기도 많다.

귀얄기법을 시연하는 신현민 작가. 전통 귀얄붓은 주로 돼지털이나 말총을 묶어 만드는데, 작가는 수수빗자루를 쓴다
귀얄기법을 시연하는 신현민 작가. 전통 귀얄붓은 주로 돼지털이나 말총을 묶어 만드는데, 작가는 수수빗자루를 쓴다. ⓒfrice
귀얄기법이란 분청사기 장식기법 중 하나. 넓고 굵은 붓으로 그릇 위에 백토를 발라 비정형 무늬를 새긴다.
귀얄기법이란 분청사기 장식기법 중 하나. 넓고 굵은 붓으로 그릇 위에 백토를 발라 비정형 무늬를 새긴다. ⓒfrice

숙박업계도 도자공예를 주목하는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 중 하나다. 취향의 세분화, 소비 양극화 등의 영향으로 대중의 소비 기준이 높아졌다. 대중이 상업 공간에 기대하는 경험은 ‘특별함’이다. 업계 실무자는 ‘특별함’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고민한다. 그중 ‘미적 체험’은 숙박업계 실무자가 채택하는 전략 중 하나. ‘공간 경험’이라는 이름으로 객실과 로비에 예술성이 깃든 오브제를 배치하고 있다. 부산 문현동 도자 공방은 이런 대중적인 공예작품 수요를 공략하고 있었다.

귀얄 기법을 활용한 화병. 무심하게 덧칠한 유약의 모양새와 산화철이 타며 검게 그을린 비정형 무늬가 인상적이다
귀얄 기법을 활용한 화병. 무심하게 덧칠한 유약의 모양새와 산화철이 타며 검게 그을린 비정형 무늬가 인상적이다. ⓒ더블유디자인그룹

2023년 상반기, 호텔사업을 전개하는 더블유디자인그룹이 한옥을 주제로 공예적 미감을 표현하는 객실을 기획했다. 클라이언트는 전통적이면서 모던한 도자기를 원했다. 도예가 크루는 호텔사업 실무자에게 전통기법을 응용한 꽃병, 인센스 홀더, 컵 등의 도자그릇을 해답으로 제시했다. 손발을 맞춰 본 도자공예가의 분업은 성공적인 납품을 가능케 한다.

거친 원토를 1250℃ 장작가마에서 구워낸 까만 도자컵. 호텔 객실로 퍼져 한국적 미감의 경험을 전달할 예정이다
거친 원토를 1250℃ 장작가마에서 구워낸 까만 도자컵. 호텔 객실로 퍼져 한국적 미감의 경험을 전달할 예정이다. ⓒ더블유디자인그룹

작가는 솜씨를 발휘할 기회를 얻고, 의뢰주는 만족스런 품질의 수공예품을 대량으로 획득한다. 실무자의 의지와 기업의 여러가지 속사정이 반영된 끝에 탄생한 릇이 결과적으로 도자공예의 대중화에 기여한 셈이다. 공예가가 디자이너로서 라이프스타일 산업군의 수요를 받아 창작에 나서는 건 비단 부산 문현동 공방에서만 벌어지는 일은 아니다. 의뢰인의 제작예산에 맞춰 공예가의 미감을 발휘한 그릇은 레스토랑이나 라이프 스타일 편집샵 등, 한국의 상업공간을 조금씩 채워나가고 있었다.


날카롭게 벼린 끌로 굽을 파는 신현민 작가
새롭게 만들어 보려는 항아리의 조형을 테스트하고 있다. 최소 주 2회 공방에 들른다는 신 작가는 분업이 없어도, 각자 공방에서 도전과제에 몰입한다고 말했다
날카롭게 벼린 끌로 굽을 파는 신현민 작가. 새롭게 만들어 보려는 항아리의 조형을 테스트하고 있다. 최소 주 2회 공방에 들른다는 신 작가는 분업이 없어도, 각자 공방에서 도전과제에 몰입한다고 말했다. ⓒfrice

물리적인 실감과 성장

지난 반세기 동안 한국공예판에서 도예가를 육성하는 방식은 크게 바뀌었다. 오늘날 도예가는 대부분 대학에서 배출된다. 장인의 공방에서 숙식하며 도자기를 배우겠다는 낭만은 이제 없다. 보따리짐 매고 찾아와 제자로 받아달라는 예비 작가는 자취를 감췄다.

신현민 작가는 운좋게 가족을 통해 도제식 공예교육을 받았으나, 모두가 그런 기회를 누리진 못한다는 걸 주목한다. 경험과 실력을 따르는 위계서열, 책임지는 리더십, 리더의 하향식 업무 분배, 작업능률 향상. 신 작가는 도제식 교육의 효과를 점검하고 팀리더로서 장점을 이식하는데 집중한다.

분업이 끝나고 이뤄지는 공방에서의 집단 창작연구는 젊은 도예가가 쉬지 않고 실력을 쌓을 수 있는 힘이다. 각자 관심사에 맞춰 연구주제를 정하고 실험적인 작품을 만들어 의견을 교환하는 것이다. 팀리더 신현민 작가에게 동료작가의 연구작 소개를 부탁했다.

연구하기
왼쪽부터 이홍준, 최한슬, 홍성주 作
왼쪽부터 이홍준, 최한슬, 홍성주 作

이홍준 작가의 ‘도자 에어조던 1’ ‘ 스니커즈를 흙으로 만들어도 원작과 동일한 가치를 지니는가?’라는 주제의식으로 만들었다고. 이 작가는 요즘 한국산 도자기를 외국인에게 파는 일에 관심이 많다.

최한슬 작가는 의례용 항아리를 연구한다. 연구주제는 죽은 사람을 기리는 항아리. 망자와 함께 땅에 묻히는 부장품에서 영감을 얻었다. 실용적인 쓰임새보다는 문화적 맥락을 고민하는 실험작이다.

홍성주 작가는 도자 조형물을 탐구한다. 조각칼로 흙덩이를 깎아 사람의 모습을 표현한 인센스홀더를 만들었다.

신현민 작가는 미대 졸업이 요리학원 자격증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자격증을 딴다고 반드시 맛있는 음식을 한다는 보장이 없듯, 미대 졸업했다고 좋은 그릇을 만드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아카데미에서 배운 틀을 벗어나기 위해 많은 노력을 쏟아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문득 박물관에서 본 ‘조선시대 가마터’가 떠오른다. 수백 년 전 도공은 평소엔 왕실이나 관아에 납품할 그릇을 만들고, 여유가 될 때 만들고 싶은 그릇을 빚었다고 한다. 시대가 바뀌어도 업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도예가는 생계를 책임지고 나면, 나만 만들 수 있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애쓴다. 몸과 정신을 연결해 손기술을 발휘하고 그릇에 특별한 감성을 부여하는 삶. 그런 삶이 담긴 그릇은 오늘도 내일도 귀하게 대접받을 것이다.

😈 효율화 된 분업은 두 가지 장점이 있네요.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고 작가 활동의 기초를 닦게 만듭니다. 혼자서 서너 시간 걸릴 작업을 여럿이서 한 두시간 안에 끝내는 것은 가성비를 추구하는 현대 사회의 지향점과도 닿아있습니다. 분업과 협동으로 ‘책임감’과 ‘실력’을 쌓는 것. “나만 아니면 돼!”라는 유행어가 밈처럼 도는 세상이라 더욱 귀한 마음씨라는 생각이 들어요. 여러분은 어떤 식으로 일하고 계신가요?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과 어떤 시스템을 갖춰 성장하고 싶으신지 궁금합니다.

비단잉어가 유리 연못을 헤엄치는 이유

을지로 참프루에 설치된 스테인드글라스 작품이 술잔에 비친다
유리창을 의뢰한 변익수 대표(왼쪽)와 유리창을 만든 배자한 디자이너(오른쪽)
유리창을 의뢰한 변익수 대표(왼쪽)와 유리창을 만든 배자한 디자이너(오른쪽) ⓒfrice

사장님의 한 끗 차이, 스테인드글라스 인테리어
(2)서울 을지로 참프루


@champloo_euljiro
서울 중구 을지로 14길 13 203호 검은문
| 일-목 18:00 ~ 24:00 금토 18:00 ~ 02:00 연중무휴


을지로 참프루 천장에 설치된 스테인드글라스 유리창
ⓒfrice

Q. 업장에 설치된 작품은 무엇인가?

변익수 유리창으로 만든 연못이다. 한옥 중정에 있는 연못을 의도했다. 원형 창문 뒤에 조명을 달았다. 어느 자리에 앉더라도 잘 보일 수 있게 살짝 눕혔다. 가게에서 만난 연극 무대 감독님의 조언이 결정적이었다. 수평보다 비스듬히 매다는 게 낫다는 거다.

배자한 한국적인 아트워크를 도면에 담았다. 재화를 상징하는 비단잉어, 고고한 연꽃. 이 둘을 가까이서 감상할 수 있는 징검다리. 특히 징검다리는 사람과 사람을 잇는 공간이라는 상징이다. 무늬의 결을 최대한 통일해 유리가 마치 물의 파동처럼 느껴지길 의도했다. 나무 프레임은 잘린 유리를 받쳐주는 역할이다. 구불구불한 곡선으로 짰다. 작품의 내구성을 보완하는 효과도 있다. 결과적으로 물에 반사 되는 나무의 느낌을 얻었다.

Q. 스테인드글라스는 어떻게 접했나?

배자한 친형이 스테인드글라스 작가다. 군 전역 후 친형이 일하는 공방에 놀러 가서 작은 장식품부터 이것저것 만들다 보니 재미가 붙었다.

변익수 사실 잘 몰랐다. 다만 요즘 들어 유행하는 인테리어라는 생각이다.

Q. 이 디자인을 채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변익수 연못을 연상하는 인테리어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여러가지 공간 디자인을 검토했는데 스테인드글라스가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어서 채택했다. 빛이 투과된 모습이 아름다웠고 그림자처럼 빛이 번지는 게 물과 속성이 비슷하다고 느꼈다.

배자한 사장님 요청 작품이기도 하지만, 여태까지 만든 스테인드글라스 중 가장 큰 규모여서 처음엔 걱정스러웠다. 허나 설치의도가 재밌고 작가로서도 한 발짝 나가 보자는 생각으로 제작에 나섰다.

지름 1.2m의 커다란 원형 틀 안에 비단잉어와 연꽃, 징검다리 등이 섬세하게 배치되어있다
지름 1.2m의 커다란 원형 틀 안에 비단잉어와 연꽃, 징검다리 등이 섬세하게 배치되어있다. ⓒfrice

Q. 실제로 설치한 소감은?

변익수 내심 상상했던 모습이 나왔다. 엉뚱하다 싶은 것도 나름대로 마음에 든다. 광원 조절에 따라 진짜 물결처럼 보이길 바라는 마음이지만, 그런 기술적인 건 잘 모르겠다. 아무튼 만족스럽다.

배자한 가게 인테리어 중에서 단연 돋보인다. 스테인드글라스가 공간에 끼치는 영향력이 대단하다는 걸 새삼 느낀다. 개인적으로는 갤러리에서 철수 기한 없는 개인전을 하는 기분이다.

조명을 비스듬히 걸어 어느 자리에 앉아도 그 모습을 면밀히 감상할 수 있도록 고려했다
조명을 비스듬히 걸어 어느 자리에 앉아도 그 모습을 면밀히 감상할 수 있도록 고려했다. ⓒfrice

Q. 업장에 설치한 스테인드글라스가 가장 아름다워보일 때는 언제인가?

변익수 의자에 비스듬히 앉아 고개를 들어 창을 바라볼 때. 참프루는 원탁을 중심으로 의자를 배치했다. 원탁 바깥에서 볼 때 연못창이 훨씬 입체적으로 보인다.

배자한 술 따른 잔 표면에 연못창의 모습이 담길 때. 거짓말 같아도 정말이다. (웃음) 액체의 질감이 잔 위에서 일렁이며 진짜 연못처럼 느껴지는데 참 아름답다.

잔 속에 연못이 담기는 순간. 물결을 따라 일렁이며 비단잉어는 잔 속을 내내 유영했다
잔 속에 연못이 담기는 순간. 물결을 따라 일렁이며 비단잉어는 잔 속을 내내 유영했다 .ⓒfrice

Q. 최근 인상깊게 구경한 한국 스테인드글라스는?

변익수 한남동 퍼킹어썸 바에서 본 유리창. 창 안과 밖이 연결되는 느낌이 신기했고 사진찍기도 재밌어보였다.

배자한 부산 남천동 성당의 초대형 유리창. 압도되는 느낌이 대단하다.

말굽 모양의 원탁을 따라 둘러앉는 구조의 테이블이 새롭다
말굽 모양의 원탁을 따라 둘러앉는 구조의 테이블이 새롭다. ⓒfrice

Q. 업장에 작품을 설치한 후 무엇이 변했나?

변익수 공간에 분위기를 딱 잡아주는 중심이 생겼다. 이전에 설치한 등은 다소 심심하다고 느낄 법한 조명이었다.

배자한 지금 스테인드글라스는 참프루의 확실한 포토스팟이다. 매출도 덩달아 오를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웃음)

을지로 참프루 진열장에 놓인 다양한 주류제품들
ⓒfrice

Q. 스테인드글라스 말고도 자랑하고 싶은 것은?

변익수 사연 있는 술. 그런 술을 참프루에서 많이 소개하는 편이다. 캐나디안 클럽(Canadian Club)이라는 위스키가 있다. 미국 금주법 시대에 성장한 술인데, 영화 <대부>에서 콜레오네 패밀리가 다뤘던 밀주다. 이야깃거리가 있는 술에 흥미를 느낀다. 앞으로 더 열심히 팔겠다.

배자한 다른 인테리어. 자세히 뜯어보면 재밌는 디테일이 많다. 우리는 커튼으로 기와를 표현한다. 현판에 쓴 글자는 한자처럼 보이지만 사실 한글이다. 액자에 빔으로 쏘고 있는 명화까지 재미있는 공간 디테일로 의도했다.

😈 스테인드글라스 작품을 활용해 인테리어 한 끗 차이를 만든 사장님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다른 사장님이 들려줄 이야기도 기대해주세요 🙂

오뎅바 사장님이 스테인드글라스 조명을 쓴 이유

유리창 너머로 비친 스테인드글라스 조명이 거리를 부유한다
슌노오뎅 최시윤 대표. 니혼슈와 어울리는 오뎅을 개발중이다. 오뎅가게만 30년 운영한 부산 장인어른에게 직접 배웠다
슌노오뎅 최시윤 대표는 니혼슈와 어울리는 오뎅을 개발중이다. 오뎅가게만 30년 운영한 부산 장인어른에게 직접 배웠다. ⓒfrice

사장님의 한 끗 차이, 스테인드글라스 인테리어
(1)서울 상수동 슌노오뎅
@SHUNNO_ODEN
서울 마포구 와우산로 22 1층 좌측 | 19:00 ~ 05:00 매주 월요일 휴무


슌노오뎅에 설치된 스테인드글라스 조명
ⓒfrice

Q. 업장에 설치된 작품은 무엇인가?

천장에서 떨어지는 조명장치다. 바 테이블 위에 4개 설치했다.

Q. 스테인드글라스는 어떻게 접했나?

3년 전? 창업을 준비하며 다양한 시도를 하기 위해 실내 인테리어를 공부했다. 당시 한창 핫한 인테리어가 스테인드글라스였다.

자세히 살피면 스테인드글라스의 양면을 모두 볼 수 있는 조명이다
자세히 살피면 스테인드글라스의 양면을 모두 볼 수 있는 조명 ⓒfrice

Q. 실제로 설치한 소감이 궁금하다.

내심 원했던 ‘한 끗’이 생겼다. 사실 요즘 일본풍 주점이 많이 생겼지 않나! 우리도 마찬가지다. 사케나 고구마소주같은 외국산 술을 파는데다 콘셉트도 일본 현지의 오뎅바다. 이국적인 무드를 재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차별화 또한 절실했다. 차별화 포인트를 빈티지 조명장치로 잡았다. 가게 분위기와 조화를 이루는 게 중요했는데, 그게 결과적으로 스테인드글라스가 됐다.

슌노오뎅 안팎으로 보이는 스테인드글라스 조명. 차분한 색으로 공간이 따뜻하게 채워진다
슌노오뎅 안팎으로 보이는 스테인드글라스 조명. 차분한 색으로 공간이 따뜻하게 채워진다. ⓒfrice

Q. 굳이 제작한 이유가 있다면?

사실 조명을 스테인드글라스로 쓸 계획은 없었다. 업장 내 실내 인테리어가 완성될 무렵, 조명이 고민이었다. ‘우리 가게와 딱!이다’ 하는 조명을 발견하지 못했다. 벽장식 인테리어 견적을 위해 스테인드글라스 업체에 방문했는데, 거기서 슌노오뎅과 딱 어울리는 조명이 걸려있더라. 그 자리에서 바로 계약을 해버렸다. 오뎅바를 준비하며 제일 잘한 인테리어다.

유리창 너머로 비친 스테인드글라스 조명이 거리를 부유한다
유리창 너머로 비친 스테인드글라스 조명이 거리를 부유한다. ⓒfrice

Q. 업장에 설치한 작품이 가장 아름다워보일 때는 언제인가?

추운 계절 새벽. 슌노오뎅은 오후 7시부터 새벽 5시까지 운영하는 심야식당이다. 한밤중 피크타임이 끝나고 새벽이 다가오면 스테인드글라스 조명만 켜둔다. 키친에서 입구를 바라보면, 창문에 반사되서 보이는 조명이 인상적이다. 가게 문을 여는 오후 7시는 살짝 밝은 조도를 유지한다. 이 또한 아름답다.

Q. 최근 인상깊게 구경한 한국 스테인드글라스는?

삼청동 아원공방 에 전시중인 크리스마스 오너먼트. SNS로 구경했는데 우리 가게에 데려오고 싶었다. 기발하고 아름답다.

슌노오뎅의 수제오뎅
ⓒfrice

Q. 업장에 작품을 설치한 후 무엇이 변했나?

빛이 우리를 표현할 새로운 수단이 된다. 마포구는 대체로 트렌디한 동네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귀엽거나 가벼운 이미지가 어울린다. 한편 우리에겐 진지하고 무거운 이미지도 못지 않게 중요하다. 대를 이어 오뎅을 만든다는 게 자랑스럽기 때문이다. 장인정신과 트렌드의 공존. 슌노오뎅의 정체성이 조명의 색과 톤으로 표현됐다.

슌노오뎅 전경. 포토존에 놓여있는 제품은 일본에서 직접 공수한 물건이다
슌노오뎅 전경. 포토존에 놓여있는 제품은 일본에서 직접 공수한 물건이다. ⓒfrice

Q. 마지막 질문이다. 또다른 자랑거리를 소개한다면?

매장 앞 작은 벽. 오뎅바 손님들이 사랑하는 포토존이다. 소품을 활용해 일본 동네 버스정류장처럼 꾸몄다. 퇴근 후 집 앞 정류장에 내리면, 바로 눈에 띄는 작고 편한 가게를 의도했다. 혼자 술 마시고 싶은데 약속은 따로 잡기 귀찮을 때 가는 주점. 혼술이 맛있는 가게가 되는 게 우리의 목표다.

😈 스테인드글라스 작품을 활용해 인테리어 한 끗 차이를 만든 사장님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다른 사장님이 들려줄 이야기도 기대해주세요 🙂

유리창 가르다 세월을 여몄네

공방 앞에서 작품을 들고 바라보는 박옥경 스테인드글라스 디자이너
스테인드글라스 디자이너 박옥경님
ⓒfrice

나는 1.5세대 작가입니다.

한국 스테인드글라스 공예는 1세대에서 2세대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저는 종교 건축 인테리어가 대부분이던 1세대와 상업공간 인테리어가 급부상한 2세대 사이에 있어요. 2010년 이후부터 젊은 사람들의 소비패턴을 이해하고 그들을 상대로 사업을 해야 할 것이라 여겼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저부터 젊어야겠죠.

이제 작품 제작을 위해 미팅을 가지면, 담당자 대부분이 30~40대 초반인데요. 예전과 비교하면 현장에서 쓰는 언어도, 그들이 표현하려는 이미지도 젊다고 느낍니다.

스테인드글라스 디자이너 박옥경님의 2000년대 초 업무사진
ⓒ박옥경

시작은 2003년입니다. 저는 교회 스테인드글라스를 제작하는 회사에서 5~6년 근무했는데요. 일하면서 *베벨드 기법을 쓴 작품을 많이 만들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한국에서 스테인드글라스는 교회나 성당의 장식물이었어요. 제작법도 극소수만 알고 있을 때였습니다. 저도 어깨너머로 배워가며 일해야 했죠.

개신교회는 시트지에 성화를 새겨달라는 주문이 많았는데요. 드물게 스테인드글라스를 주문하는 교회가 있었습니다. 시트는 너무 저렴해 보이고 수명이 오래가지 않으니, 스테인드글라스를 발주하는 거였죠. 가톨릭 성당은 주로 유학 다녀오신 분들이 맡았습니다. 해외유학 다녀온 수녀님이나 신부님이 제작법을 배워와서 스테인드글라스를 만드셨어요.

베벨드 기법을 활용한 스테인드글라스 제작 사례
베벨드 기법을 활용한 스테인드글라스 제작 사례 ⓒ박옥경

꿈이 생겼습니다. 일반 건축물에 스테인드글라스를 접목시키고 싶었어요. 2009년에 회사를 떠나 독립을 했는데, 당시 국내에서 잘 쓰지 않는 새로운 유리를 수입했어요. 디자인 시안도 다시 짰죠. 새로운 유행이 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영업을 다녔어요. 점점 발주처를 확장했는데, 서울 강남이나 도시개발이 한창이던 경기도 분당 지역에서 본격적으로 스테인드글라스 제작 요청이 들어왔죠.

일반 가정이나 상업 공간에 들어가는 스테인드글라스 수요가 아예 없진 않았어요. 2000년대 전후는 주택이나 아파트 중문에 들어가는 유리창이 인기가 많았는데요. 저는 베벨드 기법과 색유리를 배합하는 유리창 제작에 나섰죠. 종교 건축과 일반 건축에서 오는 의뢰를 병행하면서 창작을 이어 갔어요.


유리공방과 카페를 같이 해볼까?

2011년 일이네요. 일반 건축물에 조금씩 스테인드글라스 인테리어를 보급하는 중에 악재가 터졌어요.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가 발표됐거든요. 건축에 들어가는 예산이 통째로 줄어드니 스테인드글라스 같은 장식용 인테리어부터 없던 일이 됐습니다. 당시 스테인드글라스 인테리어를 요청하던 아파트 공사현장 수요가 많아서 뼈아픈 일이었어요. 신축 아파트를 스테인드글라스로 채워 넣는다는 오랜 꿈은 잠시 접게 됐습니다.

특수유리 계통이다 보니 그래도 발주는 조금씩 들어와서 회사는 운영할 수 있었어요. 경기침체가 생각보다 오래가니 버티기 힘들었죠. 뾰족한 개성이 없는 회사들은 유지가 어려웠습니다. 사업을 접는 업체가 서서히 늘어났어요. 저도 가지고 있던 재산을 지키기가 어려웠지만, 좋아하는 일이라 포기할 순 없었어요. 첫 번째 돌파구로 *숍인숍을 기획했습니다. 같은 건물에 카페와 아틀리에를 동시에 운영하는 일이었죠.

영등포 양평동에 연 숍인숍 스테인드글라스공방. 작업실과 카페를 동시에 운영했다
영등포 양평동에 연 숍인숍 스테인드글라스공방. 작업실과 카페를 동시에 운영했다. ⓒ박옥경

당시 국내에선 생소했지만, 일본은 창작자가 팀 단위로 사업체를 꾸리는 일이 많았습니다. 카페나 식당을 병행하는 공예작가가 있었죠. 한국도 일본처럼 곧 숍인숍 형식의 공방사업이 커질 거라는 생각을 하고 시작했는데요. 지금 돌이켜 보면 너무 이른 선택이었던 것 같습니다. 2010년대 초는 지금처럼 골목 속에 숨겨진 가게를 인스타그램으로 보고 찾아가는 시대는 아니었네요. 그래도 왜 이런 공간을 만들었는지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이따금 벤치마킹을 하러 많이 왔었어요.

영등포 양평동으로 공방 이사를 감행했습니다. 다른 유리공장이나 외주업체에서 발주를 넘겨받은 스테인드글라스를 제작했어요. 동시에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했죠. 공간을 나눠서 일부는 카페로 꾸몄습니다. 바깥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면 카페, 거기서 안쪽으로 한 번 더 문을 열고 들어오면 공방. 손님이 유리공예를 지켜볼 수 있는 작업공간이죠.

팩토리가 아니라 아틀리에. 거칠고 투박해 보이는 작업현장이 아니라 예쁘고 쾌적한 공간을 만듭니다. 차도 마시고 작업도 할 수 있는 공간. 나만의 감성을 드러내는 작업장, 분위기 있는 장소를 만들려는 시도였어요.

손님들은 카페인 줄 알고 들렀다 스테인드글라스라는 낯선 소재를 신기하게 여겨요. 시간이 더 지나면, 손님들이 창업하는 가게에 인테리어로 써보고 싶다고 주문을 하더군요. 대중친화적인 공간에서 만난 손님이 때때로 작품 의뢰를 요청하는 클라이언트로 변신해요. 이는 제가 불황을 견딜 수 있던 힘이기도 했지만, 지금까지 이어져 오는 한국 스테인드글라스 공예의 새로운 흐름입니다. 일반인도 관심을 갖는 계기를 만드는 거죠.

색연필로 스케치한 스테인드글라스 아이디어
색연필로 스케치한 스테인드글라스 아이디어 ⓒ박옥경

‘디자인’의 힘

수익은 크지 않았지만 숍인숍 사업을 하던 2010년대 초반은 디자인의 힘을 느꼈던 시기이기도 했어요. 색다름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디자인의 가치를 인정하는 시대가 열렸어요.

새로운 인테리어 소재를 써보려고 하는 건축사 사무실, 인테리어 업체에서 발주가 늘었습니다. 시대가 바뀌며 스테인드글라스의 영역이 종교건축뿐만 아니라 상업이나 일반건축으로 자연스럽게 확장된겁니다.

이 시기부터 클라이언트에게 디자인을 제시할 수 있는 능력이 발주에 큰 영향을 차지하기 시작했다고 생각합니다. 조형을 제안하기 힘들었던 회사부터 위기가 찾아오는 걸 실감했죠. 2010년까지만 해도 컴퓨터 프로그램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디자이너를 정직원으로 채용한 회사가 거의 없었어요. 시각디자인을 할만한 인재도 없었으니까요. 필요하면 디자이너를 프리랜서로 고용해 오더를 받는 분위기였죠.

프로그램을 활용해 제작된 도안. 사용될 유리의 텍스처나 컬러를 실제에 가깝게 보여줄 수 있다.
프로그램을 활용해 제작된 도안. 사용될 유리의 텍스처나 컬러를 실제에 가깝게 보여줄 수 있다. ⓒ박옥경

우리는 가업승계로 위기를 극복했습니다. 컴퓨터 다루는 게 능숙했던 아들 덕을 봤습니다. 고등학생 때 스테인드글라스 시안을 종이에 옮겨보라고 권유했는데, 아들은 컴퓨터로 작업을 해서 시안을 뚝딱 만들더군요. 지금은 회사 대표이자 메인 디자이너인 박진영입니다.

“아들의 이 재능은 누굴 닮은 걸까?” 어린 시절로 돌아가면 故박치성 화가가 있습니다. 인천에서 평생 그림만을 고집하며 작업했던 사람. 아들 진영은 어려서부터 아버지와 화실에서 생활하며 그림을 접하는 생활을 했거든요. 거기에 청소년기를 거치면서 제 영향이 얹히지 않았을까요? 스테인드글라스를 시작한 나 때문에 아들도 잠재력을 스테인드글라스에 쏟기 시작했습니다. 가업승계는 우리 가족의 운명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스테인드글라스 2D 도안과 제작을 마친 유리창
스테인드글라스 2D 도안과 제작을 마친 유리창 ⓒ박옥경

너는 내 운명

2010년대 불황은 길었습니다. 작업공들이 다른 일을 찾아 하나둘 그만두는 사례가 늘어났습니다. 호황일 땐 제작팀, 시공팀, 디자인팀으로 나눠서 여러 명의 직원을 두기도 했었습니다. 불황 끝에 작업이력이 있는 중견 작업자들이 벌이를 위해 이직한 상태여서 결국 인력난을 실감했습니다. 스테인드글라스 분야에서 디자인으로 승부를 보기로 한 만큼, 취지를 이해할 수 있는 젊은 인재의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스테인드글라스 작업현장
왼쪽부터 박진영 작가, 박옥경 작가, 남한울 작가
왼쪽부터 박진영 작가, 박옥경 작가, 남한울 작가 ⓒfrice

인터넷에 스테인드글라스 교육공지를 올렸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스테인드글라스 수업에 회화과를 나온 미대생이 찾아왔어요. 지금은 며느리가 된 남한울 작가죠. 이것도 참 인연이네요. 손발이 착착 맞았던 수강생을 직원으로 채용하고 아들 박진영과 셋이서 팀이 됐습니다. 업체에서 받은 오더를 해내느라 자정까지 작업하는 일이 부지기수지요. 새로 시작한 회사인 양 열심을 다했던 나날입니다.


디자이너의 역할 : 의심↓ 확신 ↑

디자인을 강화하고 젊은 피를 수혈하니, 경쟁력이 생겼습니다. 특히 컴퓨터 시안이 큰 힘이 됐어요. 당시만 해도 많은 업체가 시안을 손으로 그려서 색연필이나 컬러 사인펜으로 그려서 의뢰인에 보여줬어요. 수작업이 나쁘다는 게 아닙니다.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한 시연이 훨씬 디자인의 폭을 넓힌다는 걸 실감했어요.

“우리는 컴퓨터까지 활용해서 시각디자인의 완성도를 추구한다.”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어요. 디자이너의 역할은 의뢰인이 원하는 디자인을 대신해 주는 사람들인 거죠. 파트너에게 신뢰감을 주는 게 우선입니다. 스테인드글라스를 업장이나 건축물에 설치했을 때, 어떤 효과가 있는지 알려주는 것도 중요해요.

상업공간 스테인드글라스 시안과 실제 제작 사례
상업공간 스테인드글라스 시안과 실제 제작 사례 ⓒ진영글라스

스테인드글라스 업계가 젊어지고 있습니다. 점점 젊은 업체 대표나 젊은 담당자를 만나는 일이 늘고 있어요. 그들이 원하는 디자인 니즈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들이 생각 못 한 것을 역제안했을 때 자부심을 느낍니다.

오늘날 스테인드글라스 디자인은 예견력이 중요한 것 같아요. 현장에서 시안이 구현될 모습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힘이죠. “생각도 못 했던 기발한 곳에 설치 됐을 때, 어떤 결과물이 나올 것인가?” 이런 생각을 하고 디자인을 하신다면, 분명 훌륭한 작업을 하실 수 있으실 거예요. 사명감을 갖고 유리공예를 더 크게 키울 주인공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색다를 것. 고유할 것. 독특할 것.

요즘 젊은 사람들이 찾는 실내 인테리어의 세 가지 특징입니다. 디자인을 더한 스테인드글라스는 그래서 수요가 늘고 있는 듯해요. 젊은 사람들한테 저변이 확대되는 게 신기해요. 변화의 한복판에서 젊은 창작자에 다양한 경험을 전수해 주고 싶습니다. 당장 공방 식구부터요.

직원 모두가 너무나 자기 몫을 잘해주고 있습니다. 저는 그들이 오래오래 감각 있는 창작자로 활동하도록 도와야죠. 늘 그래왔듯, 최선을 다해 나아가고 싶습니다. 일선에서 한발 물러났지만 아름다운 스테인드글라스를 원하는 분들을 위해 저도 성심을 다해 작업하고 있어요. 경험을 전하고 싶습니다. 스테인드글라스에 대해서 궁금한 게 있다면, 언제든 연락 주세요!

😈 내가 누구인지, 어떤 일을 어떻게 해야 할 지 고민될 때. 인생선배의 경험담은 큰 힘이 됩니다. 세대와 세대를 잇는 여성창작자의 기억에서 공예작가이자 사업가, 엄마이자 선생님이기도 했던 모습을 발견합니다. 위기를 극복하려 했던 절실함, 살며 배운 것을 나누려는 다정함. 여러분에게도 작가가 움켜쥐려 했던 마음이 닿기를 바랍니다.

나는 상업예술을 긍정한다

스테인드글라스 제작에 쓸 유리를 고르는 박진영 디자이너
진영글라스의 스테인드글라스 아트워크

둥근 스테인드글라스를 <라이언킹>의 갓 태어난 아기 사자처럼 번쩍 드니, 비스듬히 기울어진 색유리에 햇볕이 쏟아진다. 울퉁불퉁한 판유리에서 신비로운 광선이 뿜어져 나왔다. 한낮의 햇살이 빳빳한 코튼 셔츠 위에 드리웠다. 셔츠에 비친 색이 알록달록 곱다. 독특한 질감을 지닌 유리를 골라 선과 경계를 만드는 사람. 유리에서 새로운 아름다움을 끄집어내는 사람. 스테인드글라스 디자이너를 만나러 서울 합정동 유리공방을 방문했다.


스테인드 글라스 디자이너 박진영
ⓒfrice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진영글라스 @jyglass 대표 박진영입니다. 서울 합정동에서 5인조 유리공방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주요사업은 색유리를 잘라 붙이는 스테인드글라스 외주요청작업인데요. 저는 제작일정조정과 도면설계를 담당합니다. 개인적으로 스테인드글라스의 대중화에 관심이 많아요. 최근 종교건축시설 뿐만 아니라 상업공간에서 제작의뢰가 늘어서 기쁜 마음으로 임하고 있어요.

스테인드글라스가 요즘 국내 레스토랑이나 패션브랜드 쇼룸에서 대유행입니다.

최근 상업공간을 운영하는 분들이 공간 디테일에 완벽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건축/실내 인테리어 투자도 늘어나고 있어요.

패션 브랜드 새터에 납품될 스테인드글라스 작품이 제작중이다
스테인드글라스 설계도면에 맞춰 유리를 자르고 땜질을 진행한다
ⓒfrice

지금 작업은 어떤 의뢰인가요?

가로 3m, 세로 1m 사이즈의 창문입니다. 패션 브랜드 ‘새터SATUR’가 의뢰했어요. 꽃병이나 아트포스터가 진열된 성수동 쇼룸에 설치되는데요. 창이 크게 난 건물이라 작품 스케일도 웅장합니다(웃음) 햇볕이 초록 유리와 노란 유리를 통과하면 실내에 빛이 은은하게 퍼질 텐데, 볕이 워낙 잘 드는 곳이라 설치를 기대하고 있어요.

클라이언트마다 요구하는 게 다를 것 같습니다. 실제로는 어떤가요?

개인적인 의견이라 조심스럽지만, 이전에는 해외 스테인드글라스를 재현하는데 그쳤다고 생각해요. 예컨대 “내가 이번 업장을 A브랜드처럼 만들고 싶으니까. 설치작품을 A와 비슷하게 하자.”라는 식입니다.

지금은 “내가 A현장을 B라는 콘셉트를 담아 디자인하고 싶으니까 스테인드글라스는 C기법을 쓰자.”라는 구체적인 의견이 나와요. 클라이언트의 의뢰를 수행하는 메이커 입장에선 반가운 변화입니다. 창의적인 디자인을 구상하는 게 수월해졌어요.

박진영 디자이너는 제작과정에서 '도안설계'를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박진영 디자이너는 제작과정에서 ‘도안설계’를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frice 

구체적인 디자인 프로세스가 궁금하네요.

공방마다 방식은 다르겠지만, 저는 도안설계가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0순위 작업이죠.

1단계는 백지에 선을 그려요. 어떤 유리를 어떤 크기로 자를지 미리 결정하는 작업이죠. 15년 동안 수 천장의 도면을 직접 그렸습니다. 많이 그릴 땐 1년에 200장 쯤 그렸네요. 같은 시안을 규모만 다르게 해서 그리기도 하는데, 틈날때 마다 계속 도안을 짜는 편입니다.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요?

한국에서 스테인드글라스를 하면, 의뢰주가 완성을 재촉하는 경우가 많아요. 제작자 입장에서 납품이 불가능할 정도로 급박한 시한이 주어지거든요. 한국 특유의 빨리빨리 문화에 대해서 할 말이 많지만(웃음) 덕분에 노하우가 생기는 건 사실입니다.

‘시간 절약’과 ‘퀄리티 준수는 서로 대립하는 가치잖아요. 음식에 비유하면 저의 스테인드글라스 디자인은 냉동음식이죠. 적합한 때를 골라 해동시켜 요리하는 셈일텐데요. 미리 디자인에 신경 쓰면 두 가지를 어떻게든 잡을 수 있어요.

도안설계는 드로잉과 그래픽 프로그램 작업을 병행하며 완성시킨다.
도안설계는 드로잉과 그래픽 프로그램 작업을 병행하며 완성시킨다. ⓒfrice

가장 중요한 작업은 무엇입니까?

도안설계가 50%. 유리를 자르고 붙이는 작업이 나머지 40%. 설치가 10%를 차지합니다. 이건 업체마다 다를 겁니다.

설계가 중요한 이유는 작업특성 때문이에요. 유리는 자르는 순간 다시 되돌릴 수 없잖아요. 이유 없이 잘리는 유리는 단 하나도 없어야 해요. 도안에 따른 사전설계는 절대적입니다. 제가 색유리 공예를 견습으로 도울 때만 해도 아무 생각 없었어요. ‘되는 대로 그냥’ 했죠. 선도 마구잡이로 썼었죠.(웃음)

지금은 선을 쓸 때 머릿속에 구상이 이미 그려져 있어요. 작품 구상을 각오하고 백지를 보면, 희미한 점선 같은 게 보이는데요. 그걸 따라 그리는 느낌이죠. 교차한 선이 도형이 되고, 그것이 모여 스테인드글라스 특유의 입체적인 회화를 이룹니다. 그리고 도형 안에 어떤 유리를 써서 연출할지 결정하는 것도 디자이너의 임무죠.


박진영 디자이너는 가업을 물려받았다.
박진영 디자이너는 가업을 물려받았다. ⓒfrice

어머니 박옥경님은 한국 스테인드글라스 1.5세대 작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지금 디자이너님과 같은 공방에서 근무하는 동료이기도 하죠.

사실 스테인드글라스는 비주얼 자체가 사람들을 매료시킵니다. 입문하기 좋은 공예 콘텐츠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어요. 그런 영향인지 사람들은 제가 어머니의 유산을 자연스럽게 물려받았고 생각하는데요. 실제론 그렇지 않았습니다.

어머니이자 한국 1.5세대 스테인드글라스 제작자인 박옥경 작가에게 유리 디자인을 배웠다
어머니이자 한국 1.5세대 스테인드글라스 제작자인 박옥경 작가에게 유리 디자인을 배웠다. ⓒfrice

가업은 언제 물려받기로 결심했나요?

대학을 다녔던 2010년으로 기억합니다. 제가 중고등학교를 다녔을 때만 해도 건설경기가 좋았어요. 2010년대 전후로 가파르게 꺾였는데 특히 종교건축의 타격이 컸어요. 시공이 줄어드니 건설시공사와 나란히 움직이는 스테인드글라스같은 인테리어 사업은 씨가 마르는 거죠. 당시 업체가 10곳이 있으면 8곳이 사라졌습니다. 불황을 견딜 수 있는 자금력을 갖고 있거나, 사업 모델을 전면 재검토해야 살아남을 수 있었어요.

신비로운 색감을 지닌 색유리판
신비로운 색감을 지닌 색유리판 ⓒfrice

우리 공방도 위기였어요. 하필 유리를 많이 수입해둔 상태였는데 쓸 일이 없으니 몽땅 악성재고가 됐습니다. 빚은 가파르게 늘었고 직원도 내보내야 했어요. 결국 유리공방과 어머니와 나. 셋밖에 안 남았어요. 지금은 웃으며 회상하지만, 분명 스테인드글라스 메이커 모두가 힘든 시절이었습니다.

작품명 Together. 2019년도 작품으로 수강생과 첫 전시전을 연 기념으로 제작했다. 공방에서 서로 협업하는 모습을 숲속 요정에 빗댔다.
작품명 Together. 2019년도 작품으로 수강생과 첫 전시전을 연 기념으로 제작했다. 공방에서 서로 협업하는 모습을 숲속 요정에 빗댔다. ⓒfrice

부활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셨나요?

흩어진 동료부터 다시 모았어요. 그래서 ‘클래스 운영’에 힘썼어요. 수강생을 모아 그들에게 색유리 자르기나 선긋기를 가르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공예씬이 넓어졌으니 상황이 좀 낫지만, 당시엔 이 일을 맡을 사람 자체가 적었어요. 기본적으로 스테인드글라스 교육은 도제식 전수죠. 예술대학에 전공학과가 생긴 건 최근의 일입니다. 제가 보기에 공예디자인에서 동료를 모으는 건 단순한 인력난이 아니라, 업계의 근본적인 문제였어요. 크루로 영입해 손발을 맞출 수준의 전문가를 만나려면, 제 생각에 교육 이외의 답은 없었습니다.

초기엔 당시 사장님이셨던 어머니와 의견차가 엇갈렸습니다. 기존 업무인 건축현장 창유리 제작에 시간을 더 투자하길 바라시는 거죠. 외주제작집중이 재무개선에 도움이 되는 것도 사실인데요. 더 멀리 내다보면 고생길이 훤했습니다. 업무를 따내도 결국 인력난에 허덕인다며 반대했죠. 감당할 수 없는 규모의 외주의뢰를 무리해서 받느니, 교육사업과 크루육성에 투자하자고 설득했습니다.

2023년 상반기 진영글라스 소속 크루
2023년 상반기 진영글라스 소속 크루. ⓒfrice

클래스 운영하다 보면 재능 있는 사람은 확실히 눈에 띕니다. 유리공예를 직업으로 삼아도 나무랄 데가 없는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어요. 같이 일하자고요.(웃음) 지금은 5~6인조 크루로 활동하는데요. 개인적으로 5인 팀플레이가 가장 스테인드글라스 제작에 적합한 인력 구성이라 봅니다.

팀플레이가 중요하다면 다섯 명을 똘똘 뭉치게 만드는 건 무엇인가요?

‘개인의 고유한 재능’입니다. 역설적인 말일 수도 있지만요. 예컨대 제가 가장 신뢰하는 협업 파트너인 남한울 작가는 공방교육사업의 첫 수강생이었습니다. 남 작가는 원래 회화를 전공했어요. 색유리 앞에서 발휘하는 상상력이 뛰어납니다. 평면을 입체로 뒤트는 솜씨도 대단하죠. 그래서 공방의 3D 공예품 디자인 생산은 남 작가의 덕을 크게 봅니다.

남한울 작가가 디자인 한 스테인드글라스 조명. 남 작가는 식물의 조형을 주제로 다양한 공예 디자인 MD를 선보이고 있다
남한울 작가가 디자인 한 스테인드글라스 조명. 남 작가는 식물의 조형을 주제로 다양한 공예 디자인 MD를 선보이고 있다.  ⓒfrice

저희 공방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스테인드글라스 교육사업이 한창인 것으로 알고 있어요. 창의력이나 미적 판단이 중요한 직업을 갖고 계시다면 경험 삼아 원데이 클래스를 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재밌으니까 일단 해보셨으면 해요. 특히 공예를 직접 배우면서 터득하는 디자인 의식이나 미적 영감은 엄청나거든요.

도려낸 유리에 동테이프를 감는 모습. 색유리의 투명한 물성이 인상적이다
도려낸 유리에 동테이프를 감는 모습. 색유리의 투명한 물성이 인상적이다. ⓒfrice

오직 스테인드글라스에서만 드러나는 아름다움은 무엇입니까?

빛과 색입니다.

특히 창을 투과한 빛이 간직한 아름다움이 있어요. 그걸 온전히 전하는 예술은 스테인드글라스뿐이라 생각해요. 대부분의 예술작품이 빛 때문에 상해요. 아크릴도 시트지도 강한 빛에 노출되면 5년을 넘기기 힘든데요. 반면 색유리는 빛을 온전히 수용하면서도 사물의 속성이 무너지지 않습니다.

카멜커피 12호점에 설치된 스테인드글라스창. 전국매장위치를 보물지도로 표현했다. 클라이언트가 제공한 아트워크를 반영한 디자인 사례
카멜커피 12호점에 설치된 스테인드글라스창. 전국매장위치를 보물지도로 표현했다. 클라이언트가 제공한 아트워크를 반영한 디자인 사례. ⓒ진영글라스 

여기에 ‘설치’라는 변수가 아름다움을 더해요. 다른 유리공예는 그릇이나 컵처럼 생활소품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잖아요. 작품을 사용하는 데 목적을 두는 경우가 많은데, 스테인드글라스는 보통 건축과 조화를 이루는 인테리어로 기능하니까 본질적으로 다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어요.

개인적으로 실내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은 편이거든요. 스테인드글라스 제작 자체가 인테리어 욕구를 다 해소시키네요.

합정동 공방에 전시된 다양한 디자인의 스테인드글라스 작품
합정동 공방에 전시된 다양한 디자인의 스테인드글라스 작품. ⓒfrice

카타르시스일까요?

작품을 공방 바깥으로 옮기는 건 늘 고생스러워요. 그래도 예정된 장소에 설치를 끝내면 쾌감이 쏟아집니다. 스테인드글라스 창은 갤러리에 전시되는 것보다 건축물의 창문으로 기능했을 때 가장 매력적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하늘 아래 똑같은 작품이 존재할 수 없다는 것도 재밌습니다. 작품 A와 B를 나란히 놨을 때 두 작품의 도형배치가 비슷한 경우가 있어요. 하지만 색유리 배치나 세척 여부를 따지면 디테일이 달라요. 그래서 작품마다 고유한 가치를 지녀요. 타인이 조형적인 디자인을 카피할 순 있어도 창작자의 에센스를 훔칠 순 없죠.

디자이너로서 끝까지 지키고 싶은 신념 내지는 소신이 듣고 싶어집니다.

「상업 예술을 하고 있다는 점을 긍정한다」 이 생각을 지키고 싶어요.

종교 스테인드글라스를 제외한 일반 건축 스테인드글라스 공예는 본질적으로 순수예술이 아니라 생각합니다. 일단 타인이 얽혀요. 건물에 들어갈 창유리만 해도 그렇죠. 건축가, 건축주, 인테리어 시공자, 디자이너 등 여러 사람이 얽힙니다. 작품에 관여한 모든 사람들의 미적 판단이 일치했을 때, 작품이 제 자리에 걸리는 건데요. 다른 예술 분야를 살펴도 이런 경우가 드물어요. 건축과 접목시킨 인테리어 아트의 특징입니다.

스테인드글라스 공방의 다양한 디자인 툴
ⓒfrice

상업적인 의도를 지닌 작품에 디자이너로서의 소신을 발휘하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클라이언트가 메이커가 추구했던 공통의 예술가치가 이뤄진다는 점이죠. 작품의뢰와 기획초안은 클라이언트의 몫이지만, 그들에게 디자인과 실체를 부여하는 것은 우리 크루의 몫입니다. 작가로서 추구하는 아름다움이 충분히 반영된다고 봐요. 작업 한복판에 있으면 오히려 내가 추구하는 예술성이 이루어지는 셈이죠.

스테인드글라스는 이제 교회나 고급 아파트에서 감상하는 값비싼 사치품이 아닙니다. 특히 한국에서 점점 대중화되고 있음을 실감해요. 취향이나 개성을 스테인드글라스로 표현하려는 사람이 많이 늘었습니다. 저희는 이 흐름을 기쁘게 생각하고 부지런히 작업하려 합니다. 예쁜 거 많이 만들고, 다 같이 잘 먹고 잘 살았으면 좋겠습니다.(웃음)

😈스테인드글라스 공방의 하루를 살피며 공예와 디자인의 차이를 생각해 봅니다. 편견이 깨졌어요. 여태껏 스테인드글라스가 순수 예술이라 생각했거든요. 듣고 보니 설치 환경에 따른 제약이 많습니다.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대처하는 힘이 필요해 보였어요. 의뢰인의 요구에 따라 작업하되, 자신을 잃지 않고 최선의 작업물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한국의 창작자들을 응원합니다!